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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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3.11.11

페이지

136쪽

상세 정보

'문학과지성 시인선' 437권. 1993년 등단한 후 지금까지, 세 권의 시집을 통해 서늘한 중에 애틋함을 읽어내고 적막의 가운데에서 빛을 밝히며 시적 미학을 탐구해온 시인 김소연의 네번째 시집.

시인은 묻는다. "깊은 밤이란 말은 있는데 왜 깊은 아침이란 말은 없는 걸까".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조금 "낯선 사람이 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평론가 황현산은 시집의 발문에서 김소연의 이러한 실천을 가리켜 "깊이를 침잠과 몽상의 어두운 밤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이성과 실천의 아침에 두려" 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인이 바라보는 아침의 풍경은 정지해 있는 사물들의 고요한 그림자가 전부인 듯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이르러 "새장이 뱅글뱅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제까지는 '그렇지 않았던 것들'이 시인의 선명한 감각에 포착되는 장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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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yujung0602

# 바깥에 사는 사람
버스에 가장 오래 앉은 사람은
가장 바깥에 산다 그곳은 춥다

버스에 외투를 벗어두고 종점에서 내린 적이 있다
다른 나라 더운 도시의 공항이었다
맨발로 비행기에 올라 더 멀리 나는 갔었다

옆자리에는
같은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의 이어폰에서 찌걱찌걱 노래가 흘러나왔을 때
같은 이별을 경험한 사람임을 알았다

그때 그 버스에 가장 오래 앉은 한 사람은
내가 벗어둔 외투를 챙겨 입고
혹독한 겨울로 무사히 들어갔을까?

버스 종점에서만큼은
커피 자판기가 달빛보다 더 환하면 좋겠다

동전을 넣고 손을 넣었을 때
산 짐승의 배 속에서 꺼낸 심장처럼
뜨끈한 것이 손에 잡히면 좋겠다

어떤 나라에서는 발이 시리지 않다
어떤 나라에서는 목적 없이 버스를 탄다
그러나 어떤 나라에서는 한없이 걸어야 한다

피로는 크나큰 피로로만이 해결할 수 있다
사랑이 특히 그러했다 그래서

바깥에 사는 사람은
갈 수 있는 한 더 먼 곳으로 가려 한다

# 걸리버
창문 모서리에
은빛 서리가 끼는 아침과
목련이 녹아 흐르는 따사로운 오후
사이를

도무지 묶이지 않는
너무 먼 차이를

맨 처음
일교차라 이름 붙인 사람을
사랑한다

빈 빨랫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빗방울의 마음으로

커피를 따는 케냐 아가씨의 검은 손과
모닝커피를 내리는 나의 그림자
사이를

다다를 수 없는 너무 먼 대륙을 건넜던
아랍 상인의 검은 슬리퍼를
사랑한다

세계지도를 맨 처음 들여다보는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 있으라
적어놓은 채로 죽은 어떤 시인의 문장과
오래 살아 이런 꼴을 겪는다는 늙은 아버지의 푸념
사이를

달리기 선수처럼
아침저녁으로 왕복하는 한 사람을
사랑한다

내가 부친 편지가 돌아와
내 손에서 다시 읽히는
마음으로

출구없는 삶에
문을 그려 넣는 마음이었음을
도처의 소리 소문 없는 죽음들을

사랑한다

계절을 잃어버라 계절어 피는
느닷없는 꽃망울을 바라보는 마음을ㆍ

짧은 시로 올려본다. 너무도 좋은 시들이 긴 탓에ㅎ

#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 김상욱교수가 소개하면서 알게 된 시인 김소연. 바로 시집과 마음사전을 주문했다.
수록된 시들이 한결같이 마음으로 잔잔히 스며듬을 느낀다. 문득 떠오른 예전 친구와의 대화. 그림감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림을 봐도 도통 모르겠다고 친구에게 묻자, 친구 왈~ 나도 첨엔 작가의 의도가 뭘까, 제목이 말하고자 바는 뭘까 아리송했지만, 생각을 버리고 그림감상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느껴지더라, 그래서 작가의 도록도 사서 읽어보니 내 느낌이 마냥 틀리진 않았다면서~
수학자의 아침을 읽으면서 느꼈던 시인의 시어들이 왠지 가슴에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 보다 보면 읽다 보면 자연스레 채워지는 게 있구나~
김소연시인의 시어들을 접해보길 바란다.

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21년 8월 7일
0
만들어진신님의 프로필 이미지

만들어진신

@mandeuleojinsin

그래서

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18년 12월 30일
0
깊음님의 프로필 이미지

깊음

@i6qml68figag

김소연 김소연 김소연 김소연의 책 사기. 기억할 것. 서점가서 까먹지 마.

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읽고싶어요
2017년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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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문학과지성 시인선' 437권. 1993년 등단한 후 지금까지, 세 권의 시집을 통해 서늘한 중에 애틋함을 읽어내고 적막의 가운데에서 빛을 밝히며 시적 미학을 탐구해온 시인 김소연의 네번째 시집.

시인은 묻는다. "깊은 밤이란 말은 있는데 왜 깊은 아침이란 말은 없는 걸까".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조금 "낯선 사람이 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평론가 황현산은 시집의 발문에서 김소연의 이러한 실천을 가리켜 "깊이를 침잠과 몽상의 어두운 밤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이성과 실천의 아침에 두려" 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인이 바라보는 아침의 풍경은 정지해 있는 사물들의 고요한 그림자가 전부인 듯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이르러 "새장이 뱅글뱅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제까지는 '그렇지 않았던 것들'이 시인의 선명한 감각에 포착되는 장면 중 하나다.

출판사 책 소개

정지한 사물들의 고요한 그림자를 둘러보는 시간

매일 아침, 잠시 죽음 속으로 들어가
들리지 않는 것을 듣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다

‘그렇지 않았던 것들’을 포착해내는 아침의 감각

1993년 등단한 후 지금까지, 세 권의 시집을 통해 서늘한 중에 애틋함을 읽어내고 적막의 가운데에서 빛을 밝히며 시적 미학을 탐구해온 시인 김소연이 네번째 시집 『수학자의 아침』을 출간했다. 시인은 묻는다. “깊은 밤이란 말은 있는데 왜 깊은 아침이란 말은 없는 걸까”.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조금 “낯선 사람이 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평론가 황현산은 시집의 발문에서 김소연의 이러한 실천을 가리켜 “깊이를 침잠과 몽상의 어두운 밤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이성과 실천의 아침에 두려” 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인이 바라보는 아침의 풍경은 정지해 있는 사물들의 고요한 그림자가 전부인 듯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이르러 “새장이 뱅글뱅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제까지는 ‘그렇지 않았던 것들’이 시인의 선명한 감각에 포착되는 장면 중 하나다.

떠오르는 햇살 아래서 벼리는 시적 반역의 의지
시인은 “이미 이해한 세계는 떠나야 한다”(「식구들」)고 단호하게 쓰고 있다. 더 이상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들로 새로운 이해의 깊이를 가장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지금 밤을 떠나 새벽에 이르렀다. 새벽은 “해가 느릿느릿 뜨고” “침엽들이 냉기를 버리고 더 뾰족해”(「새벽」)지는 시간이다. 시인은 더 이상 이해해야 할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허무의 끔찍함 앞에서 ‘최대한’ 뾰족해짐으로써 대응하고자 한다. 비록 그 뾰족함이 겨눌 수 있는 것이 고작 “동그란 비눗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시인은 비눗방울이 터지는 순간 울려 퍼지는 ‘작은 비명’들이 모이고 모여 이 암울한 도시를 부식시켜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믿고 있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고 갑자기 와버릴 것 같은 내일
시인이 꿈꾸는 반역은 불온하나 희망적이다. 대상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시 행간에 깊이 스며 있기에 그렇게 믿어도 좋을 듯하다. 수록된 시들 중 「걸리버」는 바로 그 뚜렷한 증거이겠다. 시인은 “도무지 묶이지 않는 너무 먼 차이”를 사랑할 줄 알고 “출구 없는 삶에/문을 그려 넣는 마음”과 “도처의 소리 소문 없는 죽음들”을 볼 줄 안다. 그럴 때마다 시인은 “세계지도를 맨 처음 들여다보는/어린아이의 마음”처럼 무결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내가 부친 편지가 돌아와/내 손에서 다시 읽히는” 반성과 경계를 잊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시인의 마음이 바라보는 내일은 항상 아득한 거리로 떨어져 있다. 그래서 이번 시집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이 슬픔의 이유가 단지 시구의 갈피에 삶의 고독한 정경이 곤두서 있다거나 이해받지 못하는 어떤 진실들이 망각의 웅덩이를 이루고 있다거나 일상의 곡절 속에서 낭비된 마음을 회복하기가 어려워서는 아니다. 김소연은 거듭 한 줌 물결로 저 먼바다를 연습하고 실천해보지만 그 일의 무상함에 문득문득 소스라친다. 기다리는 순간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아서 혹은 갑자기 와버릴 것 같아서 슬프다. 하지만 다시 아침이고 시인은 또 물결을 한 줌 쥔다. 그 안에서 슬픔은 영롱하게 빛난다.

드물고 귀한 형태의 작가론
이번 시집에서는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글 「씩씩하게 슬프게」도 한 가닥 눈길을 끈다. 본격적인 비평의 목소리가 아니라 대선배 평론가가 후배 시인에게 보내는, 애정을 담뿍 담은 편지이기에 ‘해설’이 아닌 ‘발문’이라 이름 붙여 책 말미에 달았다. 그는 김소연의 첫 시집 『극에 달하다』를 다시 읽으며 “감정의 재벌이었던 것이 틀림없다”고 반추하고 그 감정의 여린 결로 약소하면서도 절실히 증명해내는 세계의 가능성 앞에 고개를 끄덕인다. 황현산에게 김소연은 “세상 가장 깊은 곳까지 찾아들어 가장 깊은 생각을 캐낼 줄” 아는 시인이다. 후배 시인이 끊임없이 길어 올리는 슬픔을 선배 평론가가 깊이 공감하고 그 속에서 ‘씩씩함’을 읽어내는 이 글로 인해 한국문학은 드물고 귀한 형태의 작가론을 하나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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