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한 걸음을 의심하며 내딛는 ‘숙제’ 재서와 한마디를 해도 비범해 보이는 ‘이본’,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문 교수의 과제를 하러 경주로 떠난다. 경주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지어진 지 이백 년 된 낡은 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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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 내용 요약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는 성해나 작가의 감성적인 로맨스 소설로, 운명적 사랑과 인생의 우연이 얽히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린다. 🌹 예스24 ‘e-연재’ 2014년 하반기 구독수 1위에 빛나는 이 작품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에티켓이 몸에 밴 주인공 은채의 삶을 중심으로, 사랑과 우연, 그리고 성장의 여정을 담는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국 유학까지 다녀온 은채는 요리에 흥미를 느끼며 푸드스타일리스트로 변신, 약혼자의 끼니를 챙기다 뜻밖의 인생 전환점을 맞는다. 이
이틀 후 떠나게 될 경주여행의 설렘을 돋구기 위해, 또 건축학과 학생으로써 건축학과 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궁금하여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등고선‘은 사실 실제 설계 수업에서 문 교수처럼 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도 그럴게 사이트도 중요하지만, 사이트는 결국 건축물의 일부이고 우리는 건축물을 중심으로 공간을 설계해 나가기 때문에 한 학기라는 시간동안 등고선에만 안주해 있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4학년이라면,,)
게다가 4학년에 손도면? … 한숨만 나왔다.
***tmi 주의
내가 2학년일 때, 문 교수와 상당히 흡사한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적 있다. 다른 반은 CAD로 다양한 평면을 짜고, 곧바로 발표를 위한 자료까지 척척 끝내는 동안에 우리 반은 스케일 맞춰 대지를 프린트하고, 트레이싱지를 그 위에 깐다. 필요한 공간들을 주욱 나열하고는 버블다이어그램으로 대강 평면을 짠다. 아직 2학년일 때라 면적에 대한 감이 없어 요상하게 짜낸 평면을 가지고 크리틱 받는다. 그렇게 몇 주 동안 빠꾸, 빠꾸, 빠꾸. 심지어 2학년은 반 학기 프로젝트로 진행해서 시간도 얼마 남지 않는다. 손도면으로 평면을 그려가고, 크리틱 받고를 몇주간 반복하다보니 바로 다음주가 기말 크리틱이 되어버린다. 아직도 고쳐야할 게 많은 평면, 그리고 제출해야 할 자료들은 평면, 단면, 입면 그외 이것저것..을 pdf 파일로!
cad는 쓴 지 오래되어 가물가물하고, 손도면으로 크리틱 받으니 고칠 것은 두 배 이상이다. 결국 기말 크리틱 직전 주에 내 건물은 층이 하나가 더 늘어나버렸고, 발표 하루 전 날이 되어서야 cad로 평면을 완성하고, 되도 않는 입단면을 울다시피 밤을 새어 그려내며 발표자료를 최종 제출한다.
하..결론은 그냥 손도면의 폐해랄까?
암튼 읽는 내내 그때의 PTSD로 인해 문 교수가 굉장히 맘에 안들었다.
***
‘숙제’인 재서와 ‘귀감’인 이본. 이 중 내 역할은 재서쪽이다.
도저히~이쪽에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왕 입학한 거 졸업은 해내야겠다, 이번 학기 개고생했는데 완성 못하면 창피할 것 같으니 끝내보자 하며 4-1까지 이끌고 왔다.
“재능이란 품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그것 때문에 내가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무언가를 감내하고 견딜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구요.”
나는 아마도 설계가 좋아서 한다기보다는 ‘끝은 냈다. 결실이다. 뒤쳐지지 않았다.(아마도)’라는 마음이 드는 것이 좋아서 견뎌낸다. 성해나 작가님의 의견에 따르면 얄량한 자존심이지만 포기 안하고 해낸 내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 내 재능이다. 하하
아무튼 이 책은 가볍지만 다양한 생각하기에 좋았다. 비록 경주여행에 대한 설렘을 복돋아 주는 책은 아니었으나, 건축학과로서의 공감과 삶에 대한 간단한 통찰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p.s) 이본 재능있는 거 개부럽다~..
내가 이 책에서 배운 것들.
삶이 경주가 아니라 느긋한 동행이라는 것,
느리게 나아가다보면 누군가 멈춰서 나를 기다려준다는 것,
서툴러도 괜찮고 꿋꿋히 해나가면 된다는 것,
첨성대처럼 흔들리기도 때로는 기울어지면서 살아가자는 것,
잔잔하고 느린 것들은 위안이자 힐링이 될 수 있다는 것.
낡은 고택과 경주의 잔잔한 풍경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내가 위축되거나 조급해질 때 찾게 될 소설이었다.
“너는 건축 왜 하고 싶은데?”
근본적인 물음이었지만 나는 늘 근본 앞에서 주춤댔다. 건축이 왜 하고 싶은 걸까? 의도가 어긋나고 계획이 어긋나고 답이 아니라 늘 풀어야 할 숙제를 던져주는데도 왜 건축을 하는 걸까?
이본이 재서에게 던진 질문. 나에게 질문이 날아왔을 때, 나도 재서처럼 생각했다. 왜? 대체 난 이 일을 왜 하는 걸까? 다른 길로 빠지는 동기들을 보고 부러운 한편, 나는 계속 길을 걸었다. 걸어도 걸어도 어려운 길 위에서, 재서의 시선이 위로가 되었다.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는 동안에도 이어지고 버텨내는 것. 그것을 상기하며 나무를 응시했다.’
그 자리에서 딱 버티고 선 나무처럼, 나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