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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로 돌아갈까
게일 캘드웰 지음
정은문고 펴냄
책을 읽는 내내 이게 진짜 우정이라면 난 친구가 정말로 없구나 싶었다. 어쩌면 내가 우정이라는 것에 대해 아주 폭 좁게 이해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우정도 사랑의 여러가지 형태들 중 하나일테니 그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려고 하는게 의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같은 관심사와 취미를 함께할 수 있으며, 같은 상처와 아픔을 지녀 상대방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언제든 의지할 수 있고 어떤 상황이든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 너무나도 하고 싶은, 듣고 싶은 얘기가 많아서 금방 헤어지는게 아쉬워 같이 먼 길로 돌아 천천히 보내주고 싶은 사람! 이렇게 깊은 교감과 이해로 공고히 다져진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인생에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엄청난 축복인 것 같다. 이런 사람을 잃는 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한동안 밤에 상실에 대한 고민과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내 주변 사람들을 잃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하고 견뎌야 할까. 아직까진 큰 상실을 겪어본적이 없는 나로썬 도저히 답을 찾지 못해 아직 미제의 상태로 보관되어있었다. 요즘 같이 삶과 죽음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고 느껴지는 시기엔 그런것들에 대한 고민도 두려움도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래서 <먼 길로 돌아갈까?> 속의 저자가 깊이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시간의 뒤편에 남겨둔 채 무심히 흐르는 일상을 다시 회복하려 애쓰는 과정이 애잔히 다가왔다. 단순한 문장들이지만 그 뒤에 담긴 저자의 슬픔은 묵직하게 느껴진다. 아주 오래전엔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친구를 떠나보내고, 또 회복할 새도 없이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결국 내가 살아있는 한 상실엔 끝도, 무뎌짐도 없으며 탄생이나 만남과 같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비어버린 공간을 다시 채워줄 필요도 없이(그리고 그럴 수도 없다.) 그대로 남겨두고 가끔 꺼내어 추억하며 슬픔을 이겨내야 한다. 어디엔가 함께 있다고 믿으며. 그것으로 또 새로운 원동력도 얻어보고.. 사람은 감정에 있어선 위 대신 뇌가 작용하는 반추동물이나 다름 없지 않나 싶다. 책 속에 인용된 '고칠 수 없으면 견뎌야 한다.' 라는 문장을 마음에 새겨본다.
마지막으로 오래오래 두고 읽어보고자 이 책에 대한 소개글로 모 기자님이 쓰신 글을 붙여넣어본다.
소요(逍遙)라는 단어를 사랑한다. 하릴없이 걷는 일이야말로 사랑의 모습이다. 때로는 사납고 때로는 환한 계절의 한가운데를 걷는 동안 두 사람은 자신의 취약함과 지나침과 결함을 사랑하는 방법을 익힌다. 조금 더 먼 길을 기꺼이 선택하는 동안 서로의 마음에 난 오래된 상처 자국에 대화로 윤을 낸다. 〈먼 길로 돌아갈까?〉를 읽는 일은 그 산책을 함께하는 일이다. 산책을 마치고 나면 우리는 상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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