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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발견 (가족에게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나를 위한 심리학)의 표지 이미지

가족의 발견

최광현 지음
부키 펴냄

2020.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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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평생 동안 괴롭히던 문제가 나와 아무 상관없는 곳에서 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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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 자아의 인격이 강화될수록 그림자의 인격 역시 더 커진다.

📖 72 - 그는 성욕뿐 아니라 죽음의 욕구가 인간 정신의 근본적인 에너지로 작용하며, 인간은 죽음을 열망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상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 냈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사람이 전쟁에 열광했고 환희에 휩싸였다. 전쟁의 참혹한 실상과 상관없이 전쟁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흥분과 새로운 모험을 향한 뜨거운 열정의 분출구였다. ... 지난해 일부 연예인들이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하여 신문지상을 뜨겁게 장식하였다. 프로포폴은 보통 병원에서 수면 내시경 검사 때 사용하는 수면 마취제이다. 프로포폴을 주사로 주입하면 바로 의식을 잃었다가 얼마 후 다시 깨어난다. 어쩌면 그 연예인들은 사는 것에 많이 지쳐 있었을 것이다. 끊임없는 긴장의 연속인 연예계 생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죽음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프로포폴의 유혹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 79 - 생각은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이다. 생각은 자연 발생적이며 피할 수 없는 인간 활동으로, 무의식중에 수없이 넘쳐 난다. 문제는 근심과 걱정이 '생각의 닻'을 내리는 순간이다. 그 순간 우리는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에 휩쓸려 스스로 고통의 바다에 빠질 수 있다.

📖 144 - 인지심리학자들은 "불안의 감정에는 일정한 '의미망'(semantic metworks)이 있다."고 말한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경부고속도로는 그 중간에 수많은 도로들이 연결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불안을 유발시킨 결정적인 경험과 사건은 수많은 부정적인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 아내가 남편의 행동에 순간적으로 실망을 하게 되면 그러한 감정이 바로 두뇌의 의미망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나쁜 기억이 다른 나쁜 기억들을 생각나게 만들고 하나의 불안한 생각이 수십 개의 불안한 생각을 활성화한다. 우리는 최초에 느낀 하나의 불안이 힘든 것이 아니라, 수없이 연결되어 떠오르는 과거의 불안과 미래의 불안 때문에 힘든 것이다. 따라서 불안을 치료하고자 할 때는 불안의 의미망에 있는 부정적인 영상을 끊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 152 - 부모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사람의 내면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불신과 자신감 결핍이 자리해 있다. 독립은 당연히 두려움과 혼란을 야기한다. 하지만 독립한다고 해서 부모를 잃는 것은 아니다.

📖 156 - 우리가 가족 안에서 경험하는 상처가 더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그 고통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에서 누군가와 갈등이 생기고 적대 관계를 맺게 되면 상대는 적이 된다. 이런 경우 나를 힘들게 하는 고통의 실체는 분명하다. 그러나 가족 안에서 힘들 때는 과연 무엇이 이토록 나를 힘들게 하는지 그 실체를 찾는 것이 힘들다.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만 하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다. 그를 나의 원수로 여기고 내 인생에서 삭제하면 된다. 그러나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실제로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 때 고통의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

📖 201 - 나를 평생 동안 괴롭히던 문제가 나와 아무 상관없는 곳에서 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렵다. 칼 융은 "부모가 자녀에게 전수한 카르마가 가족 안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부모, 조부모, 그리고 더 먼 조상들이 해결하지 못한 채 남겨 놓은 일들과 문제들이 우리에게 강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 250 - 우리는 미래의 안락한 삶을 위해 현재의 시간을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렇게 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은 가족에게 큰 후회를 남길 수 있는 선택이다.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신혼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출근하는 아빠와 엄마를 향해 제발 가지 말라고 떼쓰는 아이를 볼 수 있는 것도 찰나이다. 가족이 함께 누리는 행복들은 언제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정한 때가 있다. 가족의 행복은 소소한 일상의 시간을 함께하며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274 - 일례로 가끔씩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일가족의 동반 자살 이야기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현상이다. 한국전쟁 시절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가족 동반 자살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혼자 세상을 떠나지 않고 배우자와 자녀를 자살에 끌어들이는 현상은 우리가 가족을 운명공동체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277 - 독일의 심리학자 이름트라우트 타르(Irmtraus Tarr)는 "가족 안에는 태초부터 내려오는 신뢰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소속감을 공유하는 가족 안에서는 일반적인 사회적 관계의 법칙이 통용되지 않는다. 가족들끼리는 서로 자발적으로 불이익을 감수하고 때로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조건 없이 내주기도 한다. 가족 안에서 누군가 사회적 통념에 따라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법대로 판단하자고 하면 그 가족은 서로 상처를 받고 결국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이제 더 이상 소속감을 주는 가족이 아니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2020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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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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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보다 미련을 잘 다루는 저는 요즘 작가님처럼 시간을 버리고 고통에 항복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

33 - 일기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선한 면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일기를 읽으면 그 사람을 완전히 미워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말이다.

201 - 나는 나의 마음 때문에 미움받는다. 그리고 나 또한 나의 마음을 미워하기에 나는 나를 미워하는 이들에게 동조한다. 요컨대 가장 괴로운 점은, 누군가 나를 미워하는 이유를 내가 납득한다는 점이다.

259 - ‘더 나아질 수 있음’. 그 사실이 언제나 나를 성가시게 했다. 늘 그랬다. 나를 괴롭힌 것들은 그런 생김새였다. ‘더 나아질 수 있음’의 얼굴을 한 것들이 내 삶을 피곤하게 만들곤 했다. 따라서 나는 약간의 피로감을 느꼈고, 나와 같은 것을 원하는 누군가 나타나 나 대신 ②를 채갔으면 했다.

267 - “클라이밍을 하면 점점 동물이 되어 가. 원숭이처럼 소리를 내질러. 벽을 향해 소리치는 거지. 내가 사람이 아닌 것 같아 기뻐.” /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 나는 너무 사람이다. 그래서 종종 사람이 아닌 시간이 필요하다.

270 - 가다가 오르막길이 나오면 되돌아갔다. 다시 계단이 나타나면 물러났다. 비가 오면 피했다. 물러나기와 항복하기, 싸우지 않기, 견디지 않기를 했다. 항복하기, 항복하기, 항복하기 연습. 항복을 즐기기. 항복도 계속하다 보니 기분이 좋았다. (왠지 소질이 있는 것 같았다…….) 무조건 평지만 걸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어려워지면 발을 빼는 거야. 왜냐하면 내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얻지 않는 순간, 배움이 없는 순간, 성취하지 않고 그저 흘러가 버리는 시간, 그런 시간들을 용서하고 삶에 초대하는 것으로, 일명 ‘시간 갖다 버리기’, ‘시간을 쓰레기로 만들고 기뻐하기’, ‘그 쓰레기를 재활용하지 않기’, ‘삶을 일정 부분을 낭비하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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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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