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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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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왜 이따구로 돌아가야만 하는지 궁금할 때,
그 지점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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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 - 문제는 우리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사실이다.
📖 50 - 맥도날드화는 진보처럼 보인다. 합리화의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낡은 것들은 녹아내린다. 합리화의 비를 맞고 화려한 꽃들이 활짝 피기를 기대했지만, 합리화 그 이후 펼쳐지는 풍경은 모노톤이다.
📖 128 - 자기계발서는 읽을 만큼 읽었다. 이젠 그 책을 덮고 한번 물어보자. 이건희의 성공은 자기계발서 덕택인지, 아니면 이건희의 아버지가 이병철이었기 때문인지.
📖 166 - 이 사회에선 '남자다움'을 묘사한 판타지 영화가 스크린을 장악하고 모두가 상상적 허구에 대해 논쟁을 벌이지만, '남자스러움'은 제작이 완료되고도 개봉할 상영관을 찾지 못하는 독립 다큐멘터리처럼 침묵에 둘러싸여 있다.
📖 166 - 리얼리티 속 남자는 위계적 조직문화의 승리자이거나 패배자이고, 온갖 폭력의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이며, 성 산업의 소비자일 뿐이다. 승리한 남자는 승리했기에 '남자다움'이라는 판타지에만 관심이 있고, 패배한 남자는 자신이 패배자라는 불편한 진실을 숨기려고 남자의 리얼리티에 무관심하다. 승리한 남자는 소수이지만, 적어도 자신이 패배자임을 드러내지만 않는다면 가부장제적 관습에 의해 남자는 여성과 달리 승리자로 오인받는다. 대다수의 남자들은 이러한 오인을 은밀히 즐긴다. 남자에 대한 침묵과 지속적인 무관심은 오인을 지속시킬 수 있는 얄팍한 계산과 한 편이 된다.
📖 180 - 1998년 이후 요지부동인 자살률은 병든 사회가 진단과 처방을 간절히 바라며 사회에 보내는 알람이다. 하지만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사회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 채 '성장을 향해 앞으로 돌격!'만을 소리친다. 국가는 청진기를 들고 병든 사회가 뱉어 내는 고통의 소리를 경청해야 함에도, '경쟁 또 경쟁!'을 확성기를 동원해 세뇌시키기에 바쁘다. 국가는 개인을 둘러싼 '사회적 사실'을 해석할 의무를 지고 있다. 학자는 자살률을 설명하지만,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 찾기는 국가와 정책입안자의 몫이다. 만약 이들이 그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들은 자살방조죄로 기소되어야 하며, 또한 그들을 기소하지 않은 사회는 범인은닉죄로 고발되어야 한다.
📖 202 - "게으를 권리를 농담으로 들으면 부지런하지 못한 인간의 자기변명이지만, 진지하게 들으면 인간을 파괴시키는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것이지요. 혼자 피우는 게으름은 패악이지만, 사회가 허용하는 게으름은 사람의 목숨까지 살린다오. 일하다가 죽는 과로사를 조장하는 개미들의 사회가 정상이라 할 수 있나요?“
📖 251 - 분유로 시작한 인생은 그래서 상조회사의 고객으로 끝맺는다.
📖 252 - 인류학적 장례식은 의례이지만, 사회학적 의미의 장례식은 그 사람의 계급적 상분을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에게 알려 주는 전시장이다.
📖 254 - 우리는 살면서 매우 짧은 시간만 젊음을 누릴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인생에선 젊지 않은 시절이 더 길다. 그렇기에 젊음의 사멸을 유예하려는 애달픈 시도보다 원숙한 노년에 대한 준비가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일 인생의 젊은 날들과 이별한다. 그리고 과거라는 이름의 지나온 날에 비해 미래라는 다가올 날의 길이가 짧아지는 순간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인생의 추분점에 도달했지만, 인생의 하지만을 그리워하며 지난 세월을 되돌리려는 노스탤지어의 가련한 몸짓은 허무함만을 남긴다. 모든 노인이 추하지는 않다. 나이 듦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고, 허무함을 달래기 위해 돈과 지위 자랑질에 몸을 내맡긴 노인은 추하다. 하지만 어떤 노인은 아름답다. 얼굴의 주름이 아니라 지혜가 먼저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삶의 리얼리티와 용감하게 대면하며 좋은 삶을 위한 공격과 방어의 기술을 익혔기 때문일 것이다. 원숙한 노인의 얼굴은 인생의 동지에서도 달빛 아래 오히려 더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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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빈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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