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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은이), 이재경 (옮긴이) 지음
arte(아르테) 펴냄

크리스마스 다음날부터 오늘까지 읽었다.
사실 소설 시작부터 결말은 빤히 보였는데, 그 과정이 궁금했다.
12년도의 잭은 오스카를 질투하느라 찌질함 그 자체였다. 좋아하는 마음이야 충분히 알겠는데, 이미 본인은 여자친구도 있고 로리 역시 남자친구와 잘 지내고 있는 상황이니까. 어쨌거나 잭과 로리가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잭도, 오스카도 둘다 별로야!'라는 생각이었다.

책을 다 읽고 책 정보를 살펴보다가 저자 소개를 봤는데, 글쎄 이 작가님… [스물두 살 생일에 자신이 발을 밟은 남자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라고 되어있는 게 아닌가.
본인 이야기를 각색하신 건가. 달달하기보다는 씁쓸한 로코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연말을 보내기에 괜찮은 책이었다. 계절이 한 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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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기다리는 버스가 이 버스는 아닌지, 남자는 들고 있는 하드커버 책에 계속 열중해 있다. 남자가 시선을 끈 이유는 눈앞에서 일어나는 밀고 밀리는 북새통 따위 안중에 없는 무심함 때문이다. 남자만 완전히 정지해 있고 나머지 세상은 살짝 뭉개진 채로 남자 주위를 만화경처럼 뱅뱅 도는 특수 효과를 보는 것 같다.

(2010)
나는 숨을 가다듬으며 생각들이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하게,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게 단속한다. 그런데도 생각들이 빠질빠질 새어 나온다. 손가락 사이로 땀이 스며 나올 때처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아니면 정말로 처음 봤을 때?”

(2013)
이렇게 애를 쓰는 게 과연 사랑일까? 서로를 위한 노력을 말하는 게 아냐. 나를 내가 아닌 누군가로 끝없이 바꾸는 노력을 말하는 거야. 너랑 오스카를 보면 너희 둘한테는 사랑이 참 편해 보이거든. 서로 딱 맞아서 애쓸 필요가 없는 것처럼.

우리는 삼각형이다. 하지만 변의 길이는 항상 변했다. 어느 것도 어느 한 순간도 동등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제 우리가 서로에게 기대기보다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울 때가 온 것 같다.

너는 인생을 쿵쿵대지 않고 걸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은 채우기 힘든 깊은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이야.

(2015)
나는 길을 잃는다. 그의 말 속에서, 그의 품 안에서, 그리고 ‘만약’의 가능성 속에서.
“만약에 우리가······.” 내가 입을 연다. 하지만 더는 말을 잇지 않는다. 우리 둘 다 만약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니까.
“하지 마. 우리는 우리가 있을 곳에 있는 거야.”

(2017)
오히려 이 김에 내가 가진 패를 모두 공중에 던져버리고 어디로 떨어지는지 보고 싶어졌다. 나는 선헤엄을 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제대로 헤엄치는 거다.
2020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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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행복해지려나 했는데, 끔찍한 결말로 가버렸다. 왜 저런 기사로 시작되는지 읽는 내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결국 이렇게 되려고...

스몰 플레저라는 제목은 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나만 이해가 안 되나? 행복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찾은 행복은 ‘Queen of Puddings‘이라는 디저트가 있다는 것. GPT에게 물어본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 Queen of Puddings 레시피 요약

재료:
• 베이스:
• 우유 550ml
• 버터 25g
• 레몬 제스트 1개 분량
• 흰 빵 부스러기 100g
• 설탕 40g
• 달걀 노른자 4개
• 잼 층:
• 라즈베리 잼 6-8 큰술
• 머랭 토핑:
• 달걀 흰자 4개
• 설탕 200g

만드는 법:
1. 우유와 버터를 데워 버터가 녹을 때까지 가열한 후, 레몬 제스트와 빵 부스러기를 넣고 섞어 30분간 식힙니다.
2. 식은 혼합물에 달걀 노른자를 섞어 베이스를 준비합니다.
3. 베이스를 오븐용 그릇에 담아 180°C에서 30분간 구워줍니다.
4. 구운 베이스 위에 라즈베리 잼을 고르게 펴 바릅니다.
5. 달걀 흰자를 설탕과 함께 단단한 머랭이 될 때까지 휘핑하여 잼 위에 덮습니다.
6. 160°C로 낮춘 오븐에서 머랭이 황금빛이 될 때까지 20-30분간 더 구워줍니다.

스몰 플레저

클레어 챔버스 지음
다람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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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도연은 달라졌을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게 변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했다. 다만 좋은 쪽일지, 나쁜 쪽일지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고 했으니까. 부디 좋은 쪽으로, 도연에게 나은 쪽을 택해 달라졌기를.

마침내, 안녕

유월 지음
서사원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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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님님의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 게시물 이미지
비가 멈추고 날이 갰다. 초콜릿과 물, 체스판, 돗자리를 챙겼다. 잔디는 마른 데도 있고 촉촉하게 젖어있기도 했다. 나무 그늘도 좋지만 모처럼 날이 좋으니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진한 헤이즐넛 맛이 달게 느껴졌다. 햇살 한 줌, 바람 한 줌. 새소리와 출렁거리는 물소리. 온전히 자연에 집중했다. 행복이 그대로 와 닿았다.

내게는 몇 번의 계절이 남았을까?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

슈테판 셰퍼 지음
서삼독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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