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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언(양장본 HardCover) (기독교는 어떻게 서양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가)의 표지 이미지

도미니언

톰 홀랜드 지음
책과함께 펴냄

마르탱조차 죽은 후에 사후의 심문을 피할 수 없다면, 죄인들은 더 말해 볼 것도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레고리우스는 그런 질문을 던짐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대변했다. 순교자와 성인은 물론이고 모든 인간이 사후에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보는 시대가 온 것이다. (p.238)⁣

사실 연말부터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연초가 되서야 읽기가 끝이 났다. 일단 책 두께도 어마어마했을 뿐 아니라, 내용 그 자체도 매우 깊어서 진도가 쉬이 나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책을 읽는 속도가 다른 이보다 빠른 편이라 여겨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내내 스스로에게 반문해야 했다. 아. 내가 지금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가.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데 감히 말한다. 종교를 가지고 있건 그렇지 않건, “하느님”을 기반으로 하는 어떠한 사상의 영화나 글을 읽어내고자 한다면 이 책을 한번은 읽어 보기를, 그래서 보다 깊은 이해를 가지기를. 쉽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쉬이 읽어낼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아니, 어렵다. 솔직히 리뷰를 쓰는 지금도 리뷰조차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한번은 읽어보라고 말하는 것은 800페이지 가량에 감히 서양의 한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의 읽기가 보다 깊어질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유의미하다. ⁣

사실 이 묵직한 내용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톰홀랜드의 엄청난 문장력과 흡입력도 한몫 했다. 사실 수많은 그의 저서 중 “페르시아 전쟁”만 읽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저자의 글솜씨에 대한 질투(?)와 경외가 동시에 들었다. 아마 나는 머지않아 그의 다른 책들을 뒤적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큰 다짐이 필요하겠지만. ⁣

사실 한가지 안타까운 게 있다면 표지에 “기독교는 어떻게 서양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라고 적혀 있어서, 다소 기독교에 대한 국한된 이야기인가 싶은 이미지를 준다는 점이다. 사실 나도 가톨릭이라 이 책을 처음 받아 들고는 크리스찬들에게 적합한 도서인가 생각해보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단 한번도 종교색을 느끼지 않았다. 그저 서양의 깊은 세계관, 세계사를 읽고 느끼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만났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고대 그리스부터 비틀즈까지를 아우르며 기독교정신과 반기독교정신 모두를 이야기한다. 물론 어려운 일이기는 하겠으나, 이 책을 이해한다면 서양역사의 한 측면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듯 하다. (이러한 사상들을 기반으로 하는 소설 등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음은 덤일테고.) ⁣

자연현상들은 모두 그 법률의 존재를 증명해주었다. 따라서 이런 자연 현상을 탐구하는 것은 신을 모독하는 일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p.334)⁣

우리는 신을 놓고 이야기를 나눌 때 흔히, 초자연적인 현상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들은 신을 더욱 신격화하게 만들고, 신을 신으로 만들기 위해 더 많으나 초자연적인 것들을 연결하고 키운다. 그러한 과정이 오히려 무신론자들이 거리감을 가지게 하는 일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사실 나는 가톨릭신자지만 그러한 과정들이 불편하게 느껴진 때도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과정이 내게 그런 불편함도 지워주고, 오히려 이론적인 부분에 있어서 내가 가진 오해나 넘침을 다소 해결하게 해주었다. ⁣

이 책을 덮은 후, 세계사책을 집어 들었다. 다양한 느낌과 감상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 머릿속의 생각들이 얼마나 잘 정리될지, 이게 어떤 방향으로 내게 도움을 줄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 생각에 어느 한 줄기라도 더해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나는 이 책을 한번 더 읽을 생각이다. 아무래도 여러 번 재독하며 진지하게 배워가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내 종교를 보게 하는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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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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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무척이나 쌀쌀해진 날씨입니다.
저는 원래도 기관지가 건강한 편이 아니라 늘 환절기 훅은
목감기시에 생강차나 쌍화차를 챙겨먹습니다.
목감기빨리낫는법에 생강차마시기만큼 좋은 게 없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생강을 좋아하는 게 소문이라도 났는지
엄청 예쁜 패키지에 엄청 깔끔한 생강청을 선물받았어요.
바로 모음생강고!
처음에는 왜 생강청이 아닌 생강고라고 해두었을까 생각했어요.
사실 우리는 생강차를 생강청으로 타먹는 게 일상적이잖아요?
그런데 생강고라니?

이런 의문은 모온생강고를 타먹어보며 이해하게 되었답니다.

일당 모온 생강고는 국내산 생강과
설탕대신 비정제 원당을 사용하였다고 해요.
그래서 당때문에 생강청을 먹기 꺼려했던 가정에서도
무척 건강하고 달지 않게 생강차를 즐길 수 있답니다.
오늘도 책을 들고 앉으며
모온 생강고로 생강차를 탔는데
향긋~한 생강냄새때문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또 3배나 농축되어 있어 꿀처럼 떨어질만큼
잘 농축된 생강청, 생강고다 이거죠 ^^

아! 생강차는 감기, 목관리. 소화, 면역력 강화에 좋기로 알려져있잖아요!
그런데 숙취에도 좋은 거 아셨나요?
더불어 임산부 입덧에도 효과적이라서
입덧약보다 생강차를 마셔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용 ^^

긴시간 정성스레 다려서
꿀같은 진함을 전해주는 생강고!
몸이 따뜻해지니 환절기 필수랍니다.
더욱이 포장패키지도 무척이나 고급스러워서
선물용으로도 좋고
귀한 나를 위해 차로 마셔도 좋답니다 ^^

#생강차 #생강고 #목감기빨리낫는법 #생강청 #입덧약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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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어느새 긴 연휴의 끝자락이다. 이번 연휴에는 꽤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냈는데, 그간 너무 촘촘하게 바쁜 시간을 보냈던 터라 반드시 필요했던 쉼표였던 것 같다. 이 시간동안 소설을 몇 권이나 쌓아놓고 읽기도 하고, 아이와 요리도 하고, 점토도 만졌다. 그 중 가장 다회성으로 함께 했던 것은 바로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이었다.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은 '요즘 애'답지 않게 20대중반의 나이에 단청장 이수자가 되어, 단청의 아름달움을 국내외로 알리는 일을 하는 분이라고 한다. 한옥에 들어서면 제일먼저 처마를 바라보던 이상한 습관(?)을 가진 나를 겨냥이라도 하신 듯, 목조건축물이나 불상, 가구, 기물 등에 오방색으로 그려진 전통채색기법 컬러링북이라니! 사실 몇년째 민화앓이를 하던터라 아쉬운데로 단청이라도 칠해보자는 마음으로 펼쳐들었는데, 웬걸! 단아한 색들과 유려한 문양들은 단숨에 내 마음을 사로잡아 몇시간이고 집중하게 만들더라. 그러는 사이 마음 가득했던 분심은 사라지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서두에 평소 어디서 쉬이 듣기 어려운 단청에 대한 설명을 무척 쉽게 풀어줄 뿐 아니라 단청의 종류, 단청 그리는 법, 사용된 재료, 색구성까지 다각도에서 단청을 이야기해주고 있었기에 아이도 나도 마치 새로운 강좌를 듣듯 머리를 맡대고 책을 열었다. 여러 사진을 찾아보며 초빛과 이빛, 삼빛을 구별해보기도 하고, 이 책에 담긴 문양을 찾아보기도 하며 우리의 아름다움에 풍덩 빠져들었다. 감사하게도 각 단청의 문양이나 어디서 볼 수 있는지까지를 무척 상세히 기록해주신 덕분에 아이와 단청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아이가 잠든 시간에는 홀로 다시 문양들를 들여다보며 그 안에 담긴 마음들을 조용히 기도해보기도 했다.

단청은 꾸밈의 역할도 있지만 '보호'의 역할도 있다는 안유진 이수자의 말이 연휴 내내 마음에 맴돌았다. 그 말은 마치 타인의 마음만 돌보느라 정작 내 마음을 돌보지 못했던 나에게 토닥거림이 되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속이 단단한 사람이 되라고 응원해주는 말같이 느껴졌다.

벽을 칠하는 것하나도 허투루하는 일이 없었던 우리 선조들의 정성은, 안타깝게도 보는 사람만 볼 수있는 것이 되어간다. 보아야 할 것도 놓치고 사는 요즈음이 너무 안타깝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귀함을 미처 알지 못하고 사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나 역시도 내가 너무 작은 존재같아서 마음이 버거웠는데, 이 책을 따라 칠하는 사이 그럼에도 내 자리에서 부지런히 살아가는 자체가 기특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게 되더라. 우리 선조들이 첨차와 첨자, 살미와 살미 사이에도 색을 칠해넣은 것은 모르긴 몰라도, 하중을 지탱하는 작은 조각의 쓸모도 세상이 알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더 많은 이들이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에는 두가지 욕심이 숨어있다. 단청의 아름다움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우리 모두가 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 모두가 배흘림기둥일 수 없지만, 저마다 소로고 머리초이며, 서까래고 구들처럼 하나같이 없어선 안될 존재임을 느꼈으면 좋겠다.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을 칠하며 내가 느낀 마음을 모두가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단청 컬러링북

안유진 지음
이덴슬리벨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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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운이는 반쯤 먹은 치킨너깃을 보며 자신도 이 너깃처럼 망가졌다고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망가지기 시작했고, 또 앞으로 얼마나 망가질지 겁났다. (P.135)

운이는 주문을 외웠다. 할머니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지? 약속한 거다. 할머니 단단디. 아무리 외워도 삼십 분이 금새 지나갔다. (P.183)

불과 몇달전 아이들이 외워대던 “퉁퉁퉁 사후르”인가 뭔가 하는 말을 기억하는가. 우리 아이도 학교에서 듣고 와서 이게 뭔지 검색해달라고 했는데 “북치고 밥먹어!”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이걸 왜 말해?”하고 갸우뚱해하더라. 그때 잽싸게 “그래서 유행이라고 다 따라할 필요가 없는 거야”하고 말해주었더니, 어느새 다시 해리포터 주문이나 외우던 우리 아이로 돌아왔다. 아마 여느 아이들도 저 의미가 궁금해서라기보다 친구가 하니까, 반복되는 음이 재밌으니까 등의 이유였을 것이다. 아무튼, 사라진 퉁퉁퉁 사후르~를 대신할 멋진 주문들을 데리고 왔으니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에 집중해줄 것!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에서의 '젠젠다'는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이다. 힘이 들 때 눈을 감고 젠젠다를 반복하면 시간이 빨리 흐른다. 반대 주문은 '단단디'이다. 두 주문은 힘들 때와 행복할 때 잘 사용하면, 그 감정에서 빨리 벗어나거나, 오래 누릴 수 있으니 적절히 사용해보길 추천드린다. 자매품(?)으로는 한 음절당 키가 0.1MM커지는 '고로고로'와 잊고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잠무스', 마음의 진정을 주는 '우추추' 등이 있다.


우스개소리로 시작했으나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의 이야기는 결코 우습지않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운이네 이야기,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 속에서 운이는 눈에 띄거나 사고를 치는 아이는 아니지만 '적응한 척' 살아간다. 그의 가족들도 누군가의 '자랑거리'스타일은 되지 못하고, 위안을 느끼는 길드도 사실 평범과 이상함 사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 감정선과 이야기와 성장이 코를 시큰하게 만드는 요소가 엄청났다. 청소년 소설임에도 무척이나 현실적인 배경과 깊이있는 심리묘사에 풍덩 빠져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게 되더라. (누가 젠젠다 주문을 걸었는가)

운이가 할머니와 이별하게 되는 장면에서는 좀 울었다. 운이는 자살을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아빠를 만나러 갔던건데, 자신이 아닌 할머니가 위독한 바람에 그 모든 것을 후회한다. 얼마전 친구들과 “이제는 우리가 결혼식 보다 장례식에 더 많이 가게 된 나이”라고 말은 해놓고, 아이들이 이별을 경험하는 첫시기가 청소년기라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운이가 날카로운 삼각형처럼 이별을 느끼고, 그 이별을 이겨내며 한층 깊어지는 모습을 보며 이 책이 얼마나 잘 씌여진 책인지를 여러번 깨달았다. 사실 대부분의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는 엄청난 사건을 겪으며 성장한다. 물론 그래야 재밌겠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그런 일을 경험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렇다보니 공감 포인트가 언제나 부족했는데,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의 운이는 당장 옆집에 살기라도 할 것 같은 느낌이라 더 깊이 공감하고, 아이의 마음을 더 많이 알아줘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더라.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을 읽는 내내 청소년들의 대화에서 공감과 안타까움 모두를 느꼈고,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어보기도 하며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은 청소년기 아이들이 반드시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눈부시게 예쁜 시절인데, 입시 등에 쫓겨 빠르게 그 때는 모르는 시기, 중고등학생시기를 '젠젠다'를 외치며 보내지 않도록. 소중한 것들을 더 소중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

이동현 지음
우리학교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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