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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게도 돈의 욕망에 따라, 죄를 저지른 주인공을 보며, 마녀의 속삭임에 권력욕에 사로잡힌 비극의 표본인 <맥베스>가 떠올랐다.
"왜 내가 끔찍한 모습을 띤 유혹에 빠져 들어, 머리칼이 쭈뼛하고, 안정된 내 심장이 정상을 벗어나 갈비뼈를 두드리지?" (26쪽)
맥베스도 이 책의 주인공도 모두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인지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비극으로 치닫는 점이 닮았고, 맥베스 부인과 아내 모두 남편과 공모하고, 남편의 죄를 오히려 부추기며, 강한 의지로 악의 설계하는 치밀함까지 보여준다. 작가가 셰익스피어 <맥베스>를 옆에 가져다 놓고 플롯을 구성하지 않은지 추측해 본다.
아내는 "우리가 끔찍한 일을 저지르기는 했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 상황에 내몰린 것이었어. 꼬리를 물면서 이어진 일이었어" (519쪽) 라고 하고, 남편은 노부인에게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507쪽)라고 말하며 자신을 변호하는 장면은 돈에 잠식 당해 자신을 잃어버린 껍데기만 남은 영혼 없는 얼굴이 그려졌다.
악의 평범성을 언급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연관된다. 아이히만처럼 자신의 생각, 말하기, 행동이 없이, 자신은 평범한 사람으로 명령을 이행했을 뿐이라는 생각. '600만명의 유대인을 나는 직접 죽이지 않았으므로, 죄가 없다'란 말을 하는 바보가 이 <심플 플랜>에도 등장하기 때문. 특별한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합리화하며, 죄에 동조하는 순간, 타협하는 순간. 악마가 된다.
한번 욕망에 빠진 자는, 빠져 나올 수 없는 늪에 떠 있다가 서서히 가라 앉는다. 그 고통의 시간은 526쪽 부터 마지막 6페이지에 소름끼치도록 생생하다.
치밀한 심리 묘사, 개연성 있는 전개, 냉혹하고, 안타깝고, 처연하고 먹먹하다. 한동안 다른 책은 못 보겠다.
👍
고민이 있을 때
추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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