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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삶의 지도를 확장하는 배움의 기록)의 표지 이미지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이길보라 지음
문학동네 펴냄

농인 부모 밑에서 자란 코다의 정체성을 가진 영화감독 이길보라의 네덜란드 유학 에세이.

이길보라 감독은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아시아 8개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 밖 공동체에서 글쓰기, 여행, 영상 제작 등을 통해 자기만의 학습을 이어나갔다. '홈스쿨러', '탈학교 청소년' 같은 말이 거리에서 삶을 배우는 자신과 같은 청소년에게 맞지 않다고 판단해 '로드스쿨러'라는 말을 제안했고, 그 과정을 자신이 제작하고 연출한 첫 다큐멘터리 <로드스쿨러>에 담았다. 이게 이길보라 '감독'의 시작이다.

'나'를 이야기하던 <로드스쿨러> 이후, 농인 부모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에서는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한다. 세번째 작업 <기억의 전쟁>은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의 기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길보라 감독은 '나'를 시작으로 '우리 가족'을 넘어 '아시아'로 시야를 확장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길보라 감독은 삶의 지도를 확장하려 네덜란드 필름아카데미에서 석사과정을 밟는다. 이 책은 한국과는 문화 뿐만 아니라 많은 차이가 있는 그곳에서 배운 존중과 예의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길보라 감독의 책, 그의 행보를 읽고 있으면 그가 정말 비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성, 보편적임을 거부하고 남들과 다른 길을 걸으며 일찍 자신만의 작품을 만든 그에게 경외심이 들었고 그와 같은 길을 걷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녀 역시 그 과정 속에서 많은 고민과 힘듦이 있었다는 걸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 기록을 읽다보면 나도 그처럼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고 외국에 가서 더 많은 것을 배워보고 싶고. 나도 그처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동기부여를 준다.

난 몇 년 전,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에세이에 대해 부정적인 편이었다. 현재 한국에서 에세이라는 장르는 누구나 써서 책으로 펴낼 수 있으니까. 소설이나 다른 서적보다 전문성도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에세이의 특징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본인의 일과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그들이 자신과 자신의 일에 대해 가진 프라이드가 멋있고 존경스러워 책을 읽는 내게도 영향력이 다가오는 것 같다.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추천!
2021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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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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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닥친 대폭우로 인해 빗물이 들어차는 건물에 고립된 두 여성 스포츠인이 생존을 위해 연대하는 이야기 -프로듀서의 말-

두 아마추어 스포츠인의 주 종목이 수영과 달리기라는 것, 서로가 서로의 종목을 잘하지 못하고 두려워한다는 것, 한 사람은 강아지와 애틋한 기억이 있고 한 사람은 강아지와 두려운 기억이 있다는 것. 하나부터 열까지가 전부 다른 두 명의 조합이 너무 너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그런 둘이 의기투합해 위기를 헤쳐나간다는 것까지도!

전력 질주

강민영 지음
안전가옥 펴냄

2023년 7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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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선샤인을 죽였는가” 라는 whodunit으로 볼 수 있지만, 읽어보면 범인은 중요하지 않다

이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자리한 “제도”들과 그 제도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조명한다. 학교 내 계급을 나누고 높은 계급에서 올라가려, 내려가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아이들. 학생의 실력보다 가족의 자본이 더 우선이 되어 그 계급을 좌우한다. 나뉘어진 계급을 당연스레 여기며 밑의 계급을 낮추어 보고, 공공연하게 학교폭력도 일어나는 행태가 변질된 무아교에선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일들이 무아교에만 일어나는 일일까? 조금 과장된 형태지만, 이런 일은 현실 속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옳지 않은 계급주의가 천천히 우리들의 머릿속을 잠식하고 있다.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설 속에서 또 하나 중요한 키워드는 “진실“이다.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것보다 더 큰 사건으로, 더 자극적으로 조작된 이야기들로 잊어버린다. 판도라를 상자를 연 여자로만 기억하듯이, 사람들은 누군가가 조작한 형태로 죽은 선샤인을 기억한다. 그들에게 선샤인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껍데기이자, 포장지, 물고뜯을 가십거리일 뿐이다.
이는 결말까지 이어지며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단단히 한다. 4년의 시간이 흐른 뒤, 선장은 그 사건의 전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그게 뭐 중요한가”라는 말로 통칭한다. 여기서 한 번 자문해본다. 사과의 속은 무슨 색이었을까.

선샤인의 완벽한 죽음

범유진 (지은이) 지음
안전가옥 펴냄

2023년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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