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 안 된 중고 피아노는 모두 축농증에 걸려 있었다
#언니는 새벽마다 어깨에 쌀 포대만 한 졸음을 이고 학원에 갔고, 주말이면 다리 사이에 그 포대를 끼고 한없이 깊은 잠을 잤다.
#방 안은 눅눅했다. 자판을 치다 주위를 둘러보면, 습기 때문에 자글자글 운 공기가 미역처럼 나풀대며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벽지 위론 하나 둘 곰팡이 꽃이 피었다.
#도는 방안에 갇힌 나방처럼 긴 선을 그리며 오래오래 날아다녔다.
#하루란 누구라도 누구를 좋아할 수 있는,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근사해질 수도 친절해질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