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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딸에게 선물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딸에게 주는 선물이라니, 책을 선물로 받을 그 아이가 부럽게 느껴졌다. 저자는 <계절은 늘 되돌아오니 종종거리면서 살지 말 것.>, <내가 가진 것이 별 볼 일 없는 취미나 취향뿐이라면 오히려 그것을 아주 오래 지속해볼 것.>, <힘이 세지고 싶을 땐 오히려 힘을 빼고 웃어볼 것.>, <사람은 먹는 것과 닮기 마련이니 되도록 바르고 즐거운 것을 먹으며 살 것.>, <음식뿐만 아니라 마음도 여유롭게 먹고, 미소도 싱그러운 것으로 머금을 것.>, <부드러운 살과 단단한 뼈가 어우러진 건강한 언어들을 입에 담을 것. 그러나 행여나 이것들을 억지로 지키느라 버티며 살지는 말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만 엄마의 말이 다 옳은 건 아니니 <네가 정한 자연스럽고 편안한 신념이 있다면 그에 맞는 규율을 따를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파리에서 런던으로, 베르겐, 홍콩, 탈린, 시라카와고, 삿포로, 워싱턴 D.C., 방콕, 스톡홀름, 헬싱키로. 저자의 여행을 따라가며 각 나라의 오후를 그려볼 수 있었다. 더불어 이렇게 여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던 게 몇 년 전인지 여행이 그리워 마음이 답답하기도 했다. 날이 선선해지는 가을에는 부디 맘편히 여행을 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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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60
누구에게나 이런 수영장 같은 곳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내가 못하는 것을 대놓고 못할 수 있는 곳. 시원하게 넘어지고, 미련 없이 삑사리를 내고, 계산을 마음껏 틀릴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p. 246
빛이 좋은 오후 3시가 되었다고 자만할 일도 아니고, 답 없이 깜깜한 밤 11시가 되었다고 슬퍼할 일도 아니다. 밤 11시가 되지 않는 오후 3시는 없다. 월요일이 되지 않는 금요일도 없고, 퇴근 시간이 되지 않는 출근 시간도 없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빛나는 모습을 보며 마음에 꼬르륵 소리를 내는 나의 동지들이여, 우리 그렇게 믿읍시다. 우리도 빛 좋은 어느 한때가 되면, 누군가가 몰래 수집해둘 만큼 충분히 '좋아 보이는 사람'이라고.
p. 258-259
생활을 돌보고, 자신을 정돈하고, 공간을 가꿀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 홀로 바쁘게 버티는 것이 아니라 가족, 애인 혹은 친구들과 애틋한 마음을 주고받을 시간이 있는 사람. 무엇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충분히 고민할 여유가 있는 사람. 아침, 오전, 오후, 저녁, 밤을 미끄러지며 관통하지 않고 발끝으로 꼼꼼하게 디디며 보내는 사람. 아주 당연한 일들을 여유롭게 해내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잘 사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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