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님님의 프로필 이미지

차님

@chanim

+ 팔로우
오후를 찾아요 (사라진 오후를 찾아 떠난 카피라이터의 반짝이는 시간들)의 표지 이미지

오후를 찾아요

박솔미 지음
빌리버튼 펴냄

이 책은 저자가 딸에게 선물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딸에게 주는 선물이라니, 책을 선물로 받을 그 아이가 부럽게 느껴졌다. 저자는 <계절은 늘 되돌아오니 종종거리면서 살지 말 것.>, <내가 가진 것이 별 볼 일 없는 취미나 취향뿐이라면 오히려 그것을 아주 오래 지속해볼 것.>, <힘이 세지고 싶을 땐 오히려 힘을 빼고 웃어볼 것.>, <사람은 먹는 것과 닮기 마련이니 되도록 바르고 즐거운 것을 먹으며 살 것.>, <음식뿐만 아니라 마음도 여유롭게 먹고, 미소도 싱그러운 것으로 머금을 것.>, <부드러운 살과 단단한 뼈가 어우러진 건강한 언어들을 입에 담을 것. 그러나 행여나 이것들을 억지로 지키느라 버티며 살지는 말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만 엄마의 말이 다 옳은 건 아니니 <네가 정한 자연스럽고 편안한 신념이 있다면 그에 맞는 규율을 따를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파리에서 런던으로, 베르겐, 홍콩, 탈린, 시라카와고, 삿포로, 워싱턴 D.C., 방콕, 스톡홀름, 헬싱키로. 저자의 여행을 따라가며 각 나라의 오후를 그려볼 수 있었다. 더불어 이렇게 여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던 게 몇 년 전인지 여행이 그리워 마음이 답답하기도 했다. 날이 선선해지는 가을에는 부디 맘편히 여행을 갈 수 있기를.

.
.
.

p. 60
누구에게나 이런 수영장 같은 곳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내가 못하는 것을 대놓고 못할 수 있는 곳. 시원하게 넘어지고, 미련 없이 삑사리를 내고, 계산을 마음껏 틀릴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p. 246
빛이 좋은 오후 3시가 되었다고 자만할 일도 아니고, 답 없이 깜깜한 밤 11시가 되었다고 슬퍼할 일도 아니다. 밤 11시가 되지 않는 오후 3시는 없다. 월요일이 되지 않는 금요일도 없고, 퇴근 시간이 되지 않는 출근 시간도 없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빛나는 모습을 보며 마음에 꼬르륵 소리를 내는 나의 동지들이여, 우리 그렇게 믿읍시다. 우리도 빛 좋은 어느 한때가 되면, 누군가가 몰래 수집해둘 만큼 충분히 '좋아 보이는 사람'이라고.

p. 258-259
생활을 돌보고, 자신을 정돈하고, 공간을 가꿀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 홀로 바쁘게 버티는 것이 아니라 가족, 애인 혹은 친구들과 애틋한 마음을 주고받을 시간이 있는 사람. 무엇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충분히 고민할 여유가 있는 사람. 아침, 오전, 오후, 저녁, 밤을 미끄러지며 관통하지 않고 발끝으로 꼼꼼하게 디디며 보내는 사람. 아주 당연한 일들을 여유롭게 해내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잘 사는 사람들이다.
2021년 7월 13일
0

차님님의 다른 게시물

차님님의 프로필 이미지

차님

@chanim

커다란 산 맨 꼭대기에 있는 작은 마을에는 키가 큰 마리들이 살고 있다. 마리들은 산꼭대기에 손이 닿을 정도로 키가 컸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 사람들의 불평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 작은 마을에 거인을 위한 자리’가 없다는 게 명백해졌고 결국 그녀는 콧수염 단장을 따라 도시로 떠나게 된다. 도시에서는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는다.

콧수염 단장을 따라온 서커스에서 자신처럼 손가락질 받는 동료들을 만난다. 빅토르, 라이오넬, 아니, 플루마 그리고 마리들.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자유롭게 살 결심을 한다.

“아주 머나먼 어느 나라로 가서, 마을을 하나 만드는 거야! 그 마을에서는 이상하다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아니 그냥 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두가 이상한 마을인 거지!”

마리들은 결국 원래 살던 마을로 돌아간다.

사실 주인공이 여러 명인 줄 알았다. 마리‘들‘, 즉 마리가 여러 명인 줄 알았다. 책에 나온 마리들은 한 명이었지만, 우리 주변의 ‘-들’은 어디에라도 있을 것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건 꽤 고단한 일이다. 그렇기에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은 건 아닐까.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들’에게…
평범한 게 더 어렵습니다. 당신의 취향, 당신의 특징, 당신의 모습 있는 그 자체를 아껴주십시오.

#그림책읽기

마리들의 아주 거대하고 어마어마한 이야기

로라 시모나티 지음
미래엔아이세움 펴냄

4일 전
0
차님님의 프로필 이미지

차님

@chanim

‘그냥 내가 즐거운 방법으로 하면 그게 취미’(121쪽)라고 한 말 그대로 방구석 작가는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취미를 하나하나 늘렸다. 잘하고 싶은 (당연한) 마음을 내려놓고 힘을 뺐다. ‘힘을 끝까지 주고, 다시 힘을 끝까지 빼’면서 ‘자연스럽게 힘을 조절할 수 있는 순간‘(140쪽)을 기다렸다.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집중해서 보는 부분이 달라’(190쪽)지는 것처럼 우리는 같은 걸 보고 같은 걸 하더라도 관심을 갖는 포인트가 다르다. ‘남들과 경쟁할 필요도 없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11쪽) 없이 즐기면 된다. 그러다보면 진심을 다하고 싶어지고, 진심을 다해서 임하면 잘하게 된다. 재밌게 하고 싶은 일들이 뭐가 있었나,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취미가 우리를 구해줄 거야

방구석 지음
김영사 펴냄

1주 전
0
차님님의 프로필 이미지

차님

@chanim

“코치님, 나는.”

채워지지 않은 문장을 가만히 두고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봉희처럼 운남의 말을 기다렸다. 문장을 다 채우기를, 부디 살아서 문장을 채워주기를.

봉희는 단식원을 통해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졌고, 더 위로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졌다. 그랬던 그녀가 모든 걸 내던졌다. 모래성을 무너뜨리고 나왔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있을 곳을 정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권여름 (지은이) 지음
&(앤드) 펴냄

1주 전
0

차님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