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님님의 프로필 이미지

차님

@chanim

+ 팔로우
환장할 우리 가족 (정상 가족 판타지를 벗어나 '나'와 '너'의 가족을 위하여)의 표지 이미지

환장할 우리 가족

홍주현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이 책은 국회 입법·정책 보좌진이었던 저자가 결혼 후 남편의 말기 암 판정을 받고 투병을 도우면서 한국 사회에서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을 규정짓는 것에 대해 쓴 책이다. 책 날개를 살펴보면 가족으로 인한 문제를 직접 겪으면서 체감한 한국인의 가족에 대한 집단주의적 인식 문제와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짚는다고 나와있다.

책 초반 [친구는 한국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주류로 완벽한 '정상' 가족이 되어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애 딸린 이혼녀가 되면서 '비정상' 가족, 즉 비주류가 됐다. ... 이민을 원하는 건 아빠 없는 아이나 이혼녀에 대한 주위 시선 때문이다. 친구 부모님처럼 전문직 경영자 같은 주류는 아니지만, 나와 남편의 부모님도 나름 주류에 속했다. 그와 나도 '정상' 가족에서 자랐고, 결혼 초까지 주류였다. 그런데 투병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비정상' 가족, 비주류가 됐다.(p.38)]라는 내용이 나온다. 저자는 '행복한 가족'이라는 프레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각박한 세상에서 단란하고 포근한 위안을 얻을 곳은 가족뿐이라는 믿음이 강할수록, 가족을 그렇게 배타적으로 성스러운 것으로 만들수록 '우리' 가족 밖 세상은 점점 더 위험하고 고역스러운 곳이 된다.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이 가족을 그렇게 배타적으로 특별하게 여길수록 가족 안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구성원 모두 절망 속으로 추락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화목한 가족이란 환상이 클수록 그 가족은 서로에게 환장할 가족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p.60)] 진정으로 행복한 가족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 가족 구성원 각자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나누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는 [가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하는 건 자아 없는 '우리' 가족이라는 한 덩어리에서 '나'를 구분 짓고 분리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으로서 다른 가족 구성원과 '나'는 다른 존재임을 확인하고 알리는 과정(p.62)]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상과 비정상,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는 내용을 읽고 있자니 어쩐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경제력, 결혼 유무, 아이 유무 등 그룹을 나누는 기준은 다양했다. 왜 이렇게까지 사람을 나눌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교는 상대적이라 명확한 기준은 없다. 아마 개인마다 다르리라.

사실 독서계획으로 넣은 책이 아니었다면 중단했을 수도 있다. 행복한 책도 많은데, 굳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책을 계속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여튼... 책을 계속 읽었다. 처음의 불편했던 마음은 가라앉았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한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읽기를 중단했다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정상-비정상, 주류-비주류를 나누며 '우리'로 묶인 공동체를 끈끈하게 만들었고, 가족 중 누구라도 비정상이나 비주류의 범주에 속하는 것 같으면 가차없이 내치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점(아픈 남편을 둔 저자에게 이혼하라는 이야기를 한 이들처럼...)을 이야기했다. 그러니 ['우리' 상태에서 떨어진 '너'와 '나'로 만들 때, 서로에게 힘이 되는 진짜 가족(p. 131)]이 되자고 말하고 있다.

결혼 n년차 시기에 잘 읽은 책이라 생각된다. '당연히'가 아닌 가족 구성원을 한 사람의 개인으로 인정하고 나와 다름을 받아들일 줄 아는 힘이 필요하다. 내가 말하지 않은 것을 상대가 당연히 알아주겠거니 기다리고 있을 게 아니라, 내 생각을 명확히 표현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1. 대리 사회(김민섭)
2. 다섯째 아이(도리스 레싱)
3. 가족이라는 이름의 고독(사이토 사토루)
4. 사랑의 기술(에리히 프롬)

.
.
.

p. 78-79
'너'와 '나' 사이 경계가 없는 '우리' 속에서 다름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념일 뿐만 아니라, '비정상'이 되기 쉽다. 구성원이 서로 경계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집단에서는 당연히 같거나 비슷해야 '정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직장 조직 같은 사회에서 이런데, 하물며 가족은 어떨까. '너'와 '나'로 분리하지 못하고 서로를 동일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까. 가족이야말로 누구도 불경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우리'니까.

p. 131
누구 때문에 생긴 불안이든, 어떤 상황으로 생긴 두려움이든, 불안과 두려움, 걱정과 염려가 있는 곳은 분명 내 마음이다. 따라서 그것을 가장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가족으로 인해 생긴 불안과 두려움, 걱정과 염려를 스스로 다루는 건, 엄밀히 말하면 가족과 동일시에서 벗어나는 분리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가족을 끈적끈적한 '우리' 상태에서 떨어진 '너'와 '나'로 만들 때, 서로에게 힘이 되는 진짜 가족에 다가가는 것일 테다.

p. 139
프롬이 말하는 '바라지 않음'은 '다름'과 관련한 태도에 가깝다. 나와 같기를 '바라지 않고', 나와 '다른' 성격이나 생각, 취향, 욕구, 삶의 방식 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다.

p. 216
고맥락 의사소통 방식은 주로 집단주의 성향이 있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한다. 집단에서의 위치와 역할로 상대를 파악 하다 보니 어떤 말을 하거나 들을 때 그 말의 의미보다는 그의 상황이나 위치, 그에 따른 맥락 등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반면 역할이나 지위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로 파악하는 경향이 큰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의사소통이 주로 저맥락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어떤 언어적 표현은 그 안에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정보가 대부분 있으며, 말로 표현되지 않은 상황이나 맥락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보다 자기 의사와 선호를 명확히 표현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2021년 7월 28일
0

차님님의 다른 게시물

차님님의 프로필 이미지

차님

@chanim

시집 너무 어려워! 라며 덮으려고 했는데, 2부 덕분에 끝까지 읽었다. 웃프게도 공감된다.

뒤에서 누가 아줌마 하고 소리쳐 부르면
갑자기 아줌마로서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복도식으로, 64쪽)

등 뒤에 상사가 있어요 상사 뒤에는 또 상사가 있고
상사가 아주 많이 나오는 꿈이구나

또 늦잠을 잤구나
(꿈의 번영, 73-75쪽)

편의점 직원이 피곤한 눈을 비비면서
뭐가 필요하세요
문을 열고 나온다
(퇴로, 78쪽)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

남현지 지음
창비 펴냄

2일 전
0
차님님의 프로필 이미지

차님

@chanim

게임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우리 아이는 보드게임으로 자란다

한경아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

2일 전
0
차님님의 프로필 이미지

차님

@chanim

The Comfort Crisis
지나친 편안함은 위기를 초래한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계단이 있을 때 나는 계단을 선택하지 않는다. 이 선택은 너무나 쉽다. 무슨 생각을 하고 선택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다. 저자마저 이렇게 말했다. ‘에스컬레이터가 출현한 마당에 계단을 오르내릴 까닭은 무엇일까?’(44쪽) 하지만 또다른 편안함이 등장하면 에스컬레이터는 잊어버릴 것이다. 어쩌면 에스컬레이터를 불편하다고 여길 것이다. 이게 바로 레버리가 말한 ‘편안함에 의한 잠식comfort creep‘(44쪽)이다.

‘오늘 당장 먹을 것을 위해 애쓰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편안한 세상은 위대하다. 하지만 편안함으로 기울어진 결과, 우리의 신체는 도전받을 일이 거의 없고, 그 대가로 건강과 강인함을 잃어가고 있다.‘(358쪽)

마이클은 도니, 윌리엄과 함께 알래스카에서 보낸 33일간 편안함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삶과 죽음, 회복력, 건강, 관계 등 다양한 가치를 깨닫고 의미를 재정립했다.

지독하게 힘든 순간, 저자는 마커스 엘리엇의 말을 떠올렸다.
“힘겨운 도전에서 끄트머리에 이르게 되면 이제 막다른 곳까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쨌든 계속 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뒤를 한번 돌아보고 나서, 한때 여기가 끝이라고 믿었던 곳을 넘어서 걸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그런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죠.”(344쪽)

그가 계속 걷는 동안 나는 8시간에 걸쳐 에벤알프를 걸었던 날을 떠올렸다. 허벅지, 무릎, 발목, 어깨까지 온몸이 아팠다.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하면서 내려왔다. 작게만 보였던 호수가 두 눈 가득 꽉 차게 들어오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컴포트존을 깨뜨리고 얻은 행복이자 성장이었다.

누구나 컴포트존이 있다. 그걸 깨뜨리고 도전하느냐, 안주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그래서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438쪽)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다.

편안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지음
수오서재 펴냄

4일 전
0

차님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