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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자유문학사 펴냄

우리는 이렇게 각자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심하게 치명적으로 자신을 잃어버렸다 해도, 아무리 중요한 것을 빼앗겼다 해도, 또는 겉면에 한 장의 피부만 남긴 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버렸다 해도, 우리는 이렇게 묵묵히 삶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손을 뻗어 정해진 양의 시간을 끌어모아 그대로 뒤로 보낼 수 있다. 일상적인 반복 작업으로서 -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솜씨 있게.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매우 우울한 기분이 되었다.

"니가 무척 보고 싶었어." 내가 말했다.
"나도 당신이 무척 보고 싶었어." 그녀가 말했다. "당신과 만나지 못하게 되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됐어. 행성이 눈치껏 일렬로 늘어서준 것처럼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 내게는 당신이 정말 필요하다는 걸. 당신이 나 자신이고, 내가 당신 자신이라는 걸. 그래, 나는 어딘가에서 어딘지 멍문 모를 곳에서 무엇인가의 목을 잘라버렸다고 생각해. 식칼을 갈고 돌과 같은 마음을 갖고. 중국인들이 문을 만들 때처럼 상징적으로. 내가 말하는 것 이해할 수 있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여기로 마중 나와줘."
2021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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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지음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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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전략 수업

폴 포돌스키 지음
필름(Feelm)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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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가슴, 가족 한 명 한 명의 가슴,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 가슴을 가리키며 내가 모르는 말로 뭔가를 말했어. 하지만 분명 이런 뜻이었을 거야. '우리 아들은 아직 살아 있어'."
흔히 듣는 말이다. 기억에서 살아질 때야말로 사람은 진정한 죽음을 맞이한다고.
"아야나 씨는 아직 에구치 형의 마음속에 살아 있어. 그런 그녀를 데리고 함께 죽어서는 안 돼."
"아야나를 만난 적도 없는 네가 그런 허울 좋은 말을 할 필요는 없어."
"그럼 나를 위해 살아줄 순 없어?"
"널 위해서?"
"나는 친구가 많지 않아."
에리사와는 그렇게 말하며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었다.
"스무 살 때 기숙사생이던 나를 기억하는 건 형뿐이야. 형의 기억 안에서만 그 시절의 내가 살아 있어."
농담 섞인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 네가 무정하게 살아온 대가일 뿐이지."
"형이 죽으면 내 일부도 사라져. 그 시절의 나를, 그 시절의 우리를...... 함부로 죽이지 마."
"너......"
"허울뿐인 말 한마디라도 하지 않으면, 이런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잖아."
에리사와가 입술을 깨물었다.
방 안에 커피 향이 다시 돌아왔다.

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내친구의서재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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