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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자유문학사 펴냄
우리는 이렇게 각자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심하게 치명적으로 자신을 잃어버렸다 해도, 아무리 중요한 것을 빼앗겼다 해도, 또는 겉면에 한 장의 피부만 남긴 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버렸다 해도, 우리는 이렇게 묵묵히 삶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손을 뻗어 정해진 양의 시간을 끌어모아 그대로 뒤로 보낼 수 있다. 일상적인 반복 작업으로서 -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솜씨 있게.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매우 우울한 기분이 되었다.
"니가 무척 보고 싶었어." 내가 말했다.
"나도 당신이 무척 보고 싶었어." 그녀가 말했다. "당신과 만나지 못하게 되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됐어. 행성이 눈치껏 일렬로 늘어서준 것처럼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 내게는 당신이 정말 필요하다는 걸. 당신이 나 자신이고, 내가 당신 자신이라는 걸. 그래, 나는 어딘가에서 어딘지 멍문 모를 곳에서 무엇인가의 목을 잘라버렸다고 생각해. 식칼을 갈고 돌과 같은 마음을 갖고. 중국인들이 문을 만들 때처럼 상징적으로. 내가 말하는 것 이해할 수 있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여기로 마중 나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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