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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여가수
외젠 이오네스코 지음
민음사 펴냄
종영된 "갯마을 차차차" 드라마에서 두식이가 잠 안오는 밤에 누워서 책을 읽는 장면이 슬쩍 지나간다. 빨간 표지를 알고 있던 터라, 박수치며 나는 안다며 흥분했고, 두식이의 알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전하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느껴져 홀로 감동한 장면이였다.
1950년 초연된 <대머리 여가수>에는 대머리 여가수는 등장하지 않는다. 스미스 부부, 마틴 부부, 하녀 메리, 소방대장 6명이 나온다.
이해 안 되는 대화를 주고 받는 스미스 부부. (이년 전에 죽은 바비 남편 이야기를 하고, 바비 부부가 언제 결혼할꺼냐는 얘기를 늘어놓는다). 마틴 부부도 서로 같이 살면서, "어디 사시죠? 저는 딸이 있어요?" 하고 만담을 늘어 놓는다.
갈수록 4명이 늘어놓는 혼돈의 말들이 심각한 수준이다.
한트케의 <관객모독>이 생각나는 의미없는 말들의 초강력 합창곡.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이다지도 어렵단 말인가? 서로 대화를 한다지만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는 말, 희곡에선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가만보면 우리 일상과 비슷하지 않은가? 가정에서 , 직장에서도 서로 하는 말이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말의 무저갱이 돠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이 책에는 3편의 희곡이 실려있다. 대머리 외에 <수업>, <의자>이 실려 있다. 수업에선 교수와 여학생이 등장하고 교수는 언어학에 대해 주입하듯 말하고, 학생은 "이가 아프다"고 34번을 계속 말하고, 교수는 수업이 잘 진행되지 않음에 격분하여 식칼로 살해한다. 반복되는 40명의 살인. 언어가 폭력성을 지배한다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보여준다.
개연성 없는 불합리한 상황, 무언가 이해되지 않은 사람과 설정 속에, 우리를 몰아 놓고는 답은 스스로 찾으라는 방탈출 게임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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