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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 지음
푸른나무 펴냄

💡20세기 인류 문명 발달의 변곡점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책.

어떤 평론가는 이 책에 대해 “1980년대 청년 지식인의 지적(知的) 반항”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저자도 서문에서 인정했지만 적절한 한 줄 서평이 아닐 수 없다. 독립과 전쟁이라는 급격한 사회변혁, 군부독재의 엄혹한 시대를 민주화의 열망으로 버틴 유시민 작가. 이런 혼돈의 시대를 겪으며 자란 저자가 바라보는 20세기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시작은 과거와의 ‘결별’이다. 유시민 작가는 19세기의 마지막 변곡점이자 20세기의 출발을 0)드레퓌스 사건으로 보았다. 19세기 지성의 상징이자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 프랑스에서 구세력(지배계급)의 선입견과 아집으로 평범하고 선량한 개인을 비극의 극단으로 떨어뜨린 사건이 발생한다. 유태인 차별, 봉건제, 신의 존재, 노예와 계급제 등으로 말할 수 있는 구시대와 개인의 권리와 자유, 정치와 윤리의 분리, 자본주의로 대변 되는 새로운 시대의 충돌은 결국 드레퓌스 사건을 통해서 수면위로 올라오게 된다.

이렇게 문을 연 20세기는 이어서 1)피의 일요일, 2)사라예보 총격 사건, 3)러시아 10월 혁명을 거치며 숨가쁜 행진은 계속된다. 세계 1차대전은 제국주의와 폐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미국의 4)대공황은 ‘어떠한 진리도 시대보다 영원한 수 없음’을 증명했다. 모택동의 5)대장정은 현재의 중국(독재형 자본주의)을 만들게 되며, 6)아돌프 히틀러의 등장은 전체주의, 군국주의의 위험성을 전 인류에게 각인 시켰다. 7)팔레스타인과 유태인의 갈등으로 중동은 세계의 화약고라는 별명을 얻게된다. 대한민국도 미완의 8)4.19 혁명을 통해 민주주의의 각성으로 한걸음 다가갔다. 9)베트남 전쟁은 제국주의(프랑스, 일본, 미국)의 무기력함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10)말콤X는 미국의 인종문제에 관한 인식의 전환을 불러왔다. 세계 2차대전의 종말을 알린 11)핵폭탄의 개발은 역설적이게도 인류 종말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20세기의 최종 마침표는 12)독일 통일이 차지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한 세기였다. 20세기는 사회주의 혁명의 실험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겨져서 자본주의의 폐단을 바꿔보려는 일환으로 사회주의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었다. 하지만 러시아 해체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결국 실험은 실패라고 할 수 있지만, 자본주의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의미로 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복지국가(사회주의 + 민주주의 + 자본주의)를 표방한 북유럽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로 여러 국가의 운영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다.

책의 저자도 결론적으로 이상적인 국가 시스템으로 정치는 의회민주주의를 경제는 혼합경제(사회민주주의 시장경제)로 보았다.

📖경제제도와 정치체제에 관한 한 냉전시대가 막을 내린 지금 시점에서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복수정당제와 자유선거를 핵심으로 하는 의회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사회주의 이상을 결합한 경제체제다.

추가로 제국주의와 전체주의 특성인 ‘닫힌 사회’와 독일 통일과정에서 서독이 보여준 ‘열린 사회’를 비교하면서 다가올 21세기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열린 사회’로의 전향을 제안한다. 유시민 작가의 책은 대부분 그렇지만 지적 허영심을 만족시키기에도 충분하며, 책의 내용이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20세기의 흐름과 의미를 파악하는데 매우 탁월한 책이다. 역사 특히 세계사에 관련된 책은 교과서적이고 딱딱한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거꾸로 읽는 세계사』 는 20세기의 중요한 변곡점 저자만의 특별한 시각으로 콕콕 짚어주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며, 20세기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데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최근 『거꾸로 읽는 세계사』 전면 개정판이 출시했다. 개정판을 꼭 읽어보고 싶다.
2021년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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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널 건너에 있는 눈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한 남자의 허무와 대비되는 두 여인의 열정

사람에게 있는 첫인상처럼 소설에는 첫 문장이 있다. 『설국』처럼 첫 문장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소설도 드물다. 이 문장으로 독자들은 꿈에서 볼듯한 장면을 상상하며 이야기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주인공에 빙의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면 — 기차의 규칙적인 덜컹거림이 지겨워질 때쯤, 격변을 예고하듯 을씨년스러운 터널 안으로 기차와 나의 의식을 빨려 들어갔다. 또다시 불편한 소음이 귀에 익으려 하자, 농이라고 던지듯 터널의 출구가 또 다른 세상으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벌컥” 소리와 함께 터널의 출구를 지나자 하늘과 땅의 구분이 모호한 세상이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드넓은 수평선이 숨어있던 바다가 파란색으로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면 새하얀 눈은 반가움도 미움도 아닌,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눈의 고장은 그렇게 별 표정이 없다는 게 첫인상이다.

금수저 출신의 주인공 ‘시마무라'는 아무런 목적도 없이 ‘설국'에 왔다. 그곳에서 만난 두 여인 고미코와 요코는 그와 다르게 연민과 사랑으로 열정이 넘친다. 사실 이 소설에서 서사는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등장인물의 감정에 따라 변하는 표정, 동작, 말투를 세밀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한 문장과 계정의 변화 과정을 서글프도록 아름답게 그려내는 몽환적 문체가 소설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구체화한 과정도 저자의 단편적인 연작을 모아 구성했기 때문에 서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발견하기는 쉽지도 않고 필요해 보이지도 않는다. 이 소설의 즐거움은 간결한 문체로 인간의 고독한 내면을 깊숙이 파고드는 가와바타(저자)만의 문체를 감상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민음사 펴냄

2022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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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쯤 길들여진 말과 인간이 서로를 인정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갈 때 ‘회복'이라는 기적이 발생한다.

하프 브로크(half broke)는 승마 용어로 ‘반쯤 길들여진’이라는 뜻이다. 말뿐만이 아니라 인간도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는다. 한 사람이 가족에게, 사회에게 그리고 인간들에게 완벽히 적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길들여진 척, 적응한 척', 익숙한 척하며 다들 인생을 이어나간다. 동물도 마찬가지이며 이 책의 등장하는 말들도 그런 면에서 인간과 닮아있다. 완적히 길들여지지 못해 낙오되고 버려진 말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 진저 개프니는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려서부터 인간의 언어보다 동물의 행동에 민감했던 저자는 길들이기 힘든 말을 잘 다루는 ‘조교사'로 성장한다. 우연한 기회에 대안 교도소 목장의 말을 돌보는 기회를 얻으면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깨닫는다. 목장의 제소자들과 함께 말을 훈련시키며 상처받은 말과 상처받은 제소자들의 관계에서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하면서 말과 제소자는 물론 자신까지 ‘회복'이라는 기적을 경험한다. 길들이기 어려운 말을 길들이는 조교사로서 저자의 생생하고 세밀한 관찰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인간의 언어보다 말의 언어는 행동과 습관을 통해 전해진다. 말들은 자신을 허례허식의 껍질로 위장하지 않는다. 인간보다 자신의 감정에 훨씬 솔직하다. 그러한 말과 교감하면서 저자도 자신을 타인에게 솔직하게 들어내는 것이 ‘회복'의 시작임을 독자들에게 강조한다. 뉴멕시코의 광활한 대지에서 펼쳐지는 회복과 치유의 서사는 독자들을 따뜻한 감동과 공감의 세계로 이끈다. 실화를 바탕으로 써진 글이라는 점은 그 감동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하프 브로크

진저 개프니 (지은이), 허형은 (옮긴이) 지음
복복서가 펴냄

2022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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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에 의해 한 개인의 명예가 생매장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은 그 언론사 기자가 총으로 피살되는 ‘눈에 보이는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자는 노골적으로 한 여인에 의해 피살되는 기자의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 당연히 독자들은 ‘왜' 그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궁금증을 갖고 책을 읽어나간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언론사가 진실을 왜곡하고 대중을 선동하여, 한 개인의 사회적 생명을 어떻게 무너트리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정부라는 직업은 엘리트나 지식인보다 서민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축제 기간에 우연히 알게 된 범죄자를 도운 죄는 언론에 의해 ‘범죄자를 도운 빨갱이', ‘부모까지 빨갱이', ‘욕정을 주체 못 한 이혼녀'로 변모한다. 언론의 대중 선동은 이렇게 비연하고 추잡하다.

카타리나 블룸은 형사에게 심문당하는 내내 자신이 쓴 어휘와 문장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그리고 자신을 포함해 이 사건의 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가장 많이 보여준 인물은 오히려 심문을 당한 블룸이었다. 이에 대비해 모든 사건의 정황을 자신들이 정한 결론에 끼워 맞추는 언론사의 행태는 가히 대단했다.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커다란 ‘죄악'이라도 되는 듯이 언론사의 ‘염원'을 담아내는 헤드라인은 인디언 기우제와 다를 바 없다.

언론의 권력을 이용해 성적인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블룸을 찾아왔던 기자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런 모습이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 전혀 낯설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더 비극적이다. 이 소설은 1974년에 독일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75년이라는 세월과 독일과 한국이라는 거리도 ‘기레기'의 만행은 초월했다. 미디어 대변혁의 시기와 함께 진짜 뉴스가 보기 힘든 요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하인리히 뵐 지음
민음사 펴냄

2022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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