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막스, 네가 발견한 일기, 원고, 편지, 그림 등 다른 사람 것이든 내 것이든 읽지 말고 전부 태워 줘.’
카프카가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한 유언을 친구가 그대로 했다면
아마 이 글들을 읽을 수 없었을텐데 새삼 다행이라 생각했다.
오랜만에 반가운 변신도 수록되어 있어서 잘 읽었고
나머지 단편들도 잘 읽었다.
카프카의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불안,고뇌의 감정이 가득한데
단편 ‘돌연한 출발’만큼은 불안, 고뇌보다는 희망을 느꼈다.
인생의 거대한 전환은 생각지도 못하게 갑자기 일어나고
이것은 다시없는 정말 굉장한 여행일 것이라는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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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엄마와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우리 할머니가 좋아했던 거 사준거 잘한거 같다,
할머니 팔순잔치 해준 거 너무 잘한 거 같다,
할머니 드시고 싶었던 거 맘껏 해주고, 사준거 잘한 거 같다’
이런 말을 나누다가 ‘더 잘해줄 수 있는데 왜 이렇게 간거냐’는
엄마 말에 둘다 무너지고 말았다.
그런데 할머니가 진짜로 원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지 못해 우리가 자체판단한 잘했다는 기준,
할머니가 좋아했던 걸 직접 묻지 못한것에 대한 후회,
이런 것들이 마음에 남아 아쉽고 슬프고 그런것 일거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떻게 떠나고 싶은지,
남게 되는 내 가족, 주변사람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나눠야 할 필요성을 생각해보게 됐다.
후회와 슬픔은 누구나 남기고 싶지 않을테니까.
책 읽다가 너무 깊게 와 닿은 글이 있는데
이런 글이 위로가, 위안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엄마에게 저 글을 보여주고 싶다.
‘어느 날 떠난 이가 떠오르는 일을 막을 길이 없기에 마음속 깊은 곳의 슬픔을 일깨우기 일쑤다. 그러한 순간들을 자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주는 결과로 받아들이자.’(p.62)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유성호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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