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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왜곡으로 사상초유의 폐지를 맞았다. 그 연장선으로, 같은 이유로 방영 전부터 폐지하라고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온 드라마가 있다. 바로 '설강화'이다. 설강화의 주인공 이름이 '영초'라는 인물인데, 실제로 1970년대 박정희 유신체제 때 저항한 학생운동가이다. 그런 역사적인 인물이 북한 간첩과 사랑한다는 드라마 내용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반대 청원이 올라왔던 것이다. 그 기사를 접하고 '천영초'라는 인물이 궁금해졌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그에 대한 얘기라곤 '2002년에 캐나다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해, 현재는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채 생활하고 있다'였다. 그러다 가뭄의 단비처럼 천영초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쓴 책을 발견했다. 그 책이 바로 '영초언니'였다.
제목은 '영초언니'지만, 사실은 이 책의 저자인 서명숙의 자서전으로 봐도 무방하다. '박정희 키드'였던 제주도 소녀가 대학생 시절 천영초를 만나 유신체제에 저항하게 되고, 모진 고문을 받았던 이야기들이 자세히 쓰여 있다. 그 곳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유명 정치인들의 실명도 언급되어 있어 '저 사람이 20대에는 저랬구나.'라는 재미도 더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악의 평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고문을 가하는 경찰들이 알고 보면 한 가족의 가장, 아픈 어머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효자, 아내의 말이면 꿈뻑 죽는 애처가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딸 뻘, 아들 뻘에게 잔인한 고문을 죄책감 없이 일삼았다니... 그들은 나라가 시켜서 하는 '애국'이라곤 하지만, 과연 그 행동이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가만 보면 우리는 '부마사건으로 질책을 받았던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권총을 쏘면서 유신체제가 막을 내린다.'로만 알고 있다. 그 과정이 생략된 채 말이다. 우리는 민주화를 위해 피를 흘린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모두가 천영초를 기억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가 기록했다.'라고!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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