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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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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겠다

김탁환 지음
북스피어 펴냄

마음이 아프고 머리는 하얘졌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걸까
그동안 나는 얼마나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었던걸까

메르스에 걸렸던 사람들의 삶을 따라가본다.
완쾌되었다고 해도 이미 낙인 찍혀버린 삶.
그 어디에서도 편히 숨을 쉬지 못 한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는데,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렇지 않게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누구도 돌려주지 않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는데,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다.
어렵게 살아남았는데, 그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다.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님에도 벌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벌을 누구도 끝내주지 않는다.
진실을 얘기해도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이미 막힌 귀.
이미 닫힌 입.
이미 감은 눈.

공동체로써 가져야 하는 마음과 자세.
그것을 가슴 깊숙히 박는 소설이었다.

나도 사람이고, 나도 국민이기에
나도 알고 있어야 하고, 나도 외쳐야 한다는 것을!

안일한 안심에 사로잡히지 말고,
언제든 '내'가 '너'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두꺼운 책이었고, 긴 호흡의 글이었지만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숨을 턱턱 막혔고,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듯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그래서 고마웠다.
그 상황을 그대로 전달해줘서,
그래서 내가 깨달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다.
2021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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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리

@helia

모두 다 같은 삶은 사는 건 아닐테지만,
누구나 제자리 걸음을 할 때가 있다.
나아가는 듯 하지만 힘만 빼고 있는 순간이 있다.
그 때 우리는 되돌아봐야 한다.
그 때 우리는 그 걸음을 멈춰야 한다.
그 때 우리는 잠시 가만히 있어야 한다.

놓친 것이 있을테니,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 있을테니,
차마 내 것이라 욕심내지 않았던 것이 있을테니,

어느 순간 그것들의 흔적이 눈 앞에 나타난다면
잠시 눈을 감고 흔적의 시작점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마음이 이끌었던가.
생각이 이끌었던가.
아니면 그냥 몸이 움직였던가.

그 끝을, 아니 시작을 찾아가보면
삶은 좀 더 내 것이 될 테니.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지음
열림원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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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ia

파과 : 흠집이 난 과실, 이미 이루어진 것을 깨뜨리거나 망가뜨림


평탄하지 않았던 인생.
그 무엇에도 기댈 곳이 없이, 기대본 적 없이 살았던 인생.
바랄 것도 없었고 바라지도 못했던 인생.
달콤함이라는 분홍빛깔이 끝내 미치지 못했던 인생.

그런 인생이 느닷없이 물들었다.
아주 작은 햇살로 인해
잠시나마 미소가 번지는 듯 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파괴했던, 혹은 파괴될 수 밖에 없었던 연약한 순간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한 번도 제대로 사랑받아 본 적 없기에,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또한 서툴고 투박하다.
일상의 행복은 그들에게 너무나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극히 평범했던 인생은 타인의 의해 삐끗했고, 결국 끝없이 부서져 내린다.
평생 받지 못했던 사랑과 주지 못했던 사랑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올 때,
그것은 미숙한 투정이나 따스하게 보듬어주지 못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 어설픈 몸짓 속에서, 그들이 지나온 매몰찬 삶의 흔적들이 보인다.
단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그 작은 바람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두 인물이 마음 아프게 한다.

작가는 이처런 파편같이 부서진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고 절절하게 그려냈다.
글 속에 각 인물에게 쏟아부은 작가의 깊은 감정들이 오롯이 녹아들어,
두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그들의 아픔을 따라가다가 끝내 긴 여운을 가지고 책을 덮게 된다.

파과

구병모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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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지음
열림원 펴냄

읽었어요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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