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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돌아오라 부를 때

찰리 돈리 (지은이), 안은주 (옮긴이) 지음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펴냄

암수범죄 (hidden crime)

해당 범죄가 실제로 발생하였으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어도 용의자 신원 파악 등이 해결되지 않아 공식적 범죄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범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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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재미있는 드라마를 골라 보라고 하면, 단연 '괴물'이다. 매회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을 뿐더러, 피해자 유족들의 삶은 사실적으로 표현하되, 가해자의 서사는 전혀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는 자주 보고 좋아하는데, 책으로는 오래간만에 접하는 거 같다. 과거-현재가 교차되는 장면은 '시그널'을 보는 듯 했고, 매 챕터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장면은 '괴물'을 보는 듯 했던, '어둠이 돌아오라 부를 때'이다.

이 책은 암수범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암수범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에 영화 '암수살인'과 꼬꼬무에서 다룬 '감옥에서 온 살인리스트 유령 살인마 이두홍'까지 찾아 보기도 했다.

영화 '암수살인'에선 잔인하게 살해하고 유기했음에도 고작 15년형밖에 안된다면, 이 책에선 시신은 없고 정황만 있는 살인사건에 결정적인 제보 하나만으로 60년형을 선고받는 장면이 나를 통쾌하게 만들었다. (책이니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통쾌함도 잠시, 복역 40년이 지나 가석방 신청으로 풀려나게 되고 다시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은 내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자세한 내용을 쓰고 싶지만, 스릴러 장르의 소설은 반전이 생명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

처음에는 하나하나 짜맞춰지는 촘촘한 이야기가 나를 사로잡았지만, 마지막은 허무하게 끝나 '용두사미'가 되버린 책. 그래도 스릴러의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봐도 괜찮은 책인듯 싶다.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2021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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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이

@jayuyi

1. 보이지 않는 흉터

"주드, 너 자살하려 했던 거야?"라거나 "주드, 무슨 일인지 나한테 이야기해줘."라거나 "주드,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같은 문장들을. 그중 어떤 말이라도 괜찮았을 것이다.

— 《리스페너드 스트리트》, 115p

누군가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자해를 하면, 남겨진 사람들에게 가장 무겁게 남는 것은 죄책감이다.

'그때 내가 더 잘해줬더라면, 그 순간 말을 걸었더라면…' 이 후회는 평생을 따라다닌다.

주드는 유능한 변호사다. 남들이 보기엔 성공한 커리어, 단정한 외모, 부족함 없는 삶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그 겉모습 아래에는 오래전부터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상처와 트라우마가 숨어 있다. 그는 삶의 절반 이상을 그 고통 속에서 버텨왔고, 세상과는 나눌 수 없는 아픔을 홀로 견뎌왔다.

화려한 경력과 단정한 태도는, 어쩌면 그 상처를 감추기 위해 쌓아 올린 완벽한 가면이었을지 모른다.

다행히 그의 자살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살아 있다는 사실이,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덜 가볍게 하지는 못했다.

'그날 내가 조금만 더 다가갔다면, 무심코 지나치지 않았다면…'

그렇게 하지 못한 말과 행동은 평생의 짐으로 남았다.

2. 아이를 갖지 않는 자유, 부모가 되는 또 다른 자유

사실 난 정말로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어. 아이를 가진다는 걸 상상해본 적도 없었고, 어떤 식으로는 마음에 둬본 적도 없었지. 그게 안 가질 이유로는 충분해 보였어. 난 아이를 가진다는 건 적극적으로 원해야, 아니 심지어 미치게 열망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열정도 없고 태도도 애매모호한 사람들이 감행할 일이 아니었지.

— 《포스트맨》, 240p

이상하게도 이번 2부에서는 주인공 주드가 아닌, 그의 양아버지 해럴드의 이야기에 꽂혔다.

나 역시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결혼 7년차 이지만 여전히 아이가 없다. 신혼 초반에는 '왜 아이를 안 갖느냐?'라는 질문부터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면 결혼은 왜 했냐?'라는 말까지 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결국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나의 몫이다. 왜 제3자가 왈가왈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도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도 없고, 후회도 역시 없다. 물론 남편의 속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는 아쉬움 속에서도 내 뜻을 존중해주고 있다.

가끔 ‘내 아이는 어떨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이 들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생각이 흔들린 적이 없다. 오히려 책임감도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더 무책임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해럴드의 고백이 내 마음과 겹쳐지며 묘하게 위로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갖지 않는 선택 역시 삶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의 한 방식임을, 이 대목에서 다시 확인시켜준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해럴드는 다 큰 주드를 양아들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보통은 어린아이를 입양한다. 이미 상처로 가득한 성인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주드는 해럴드 덕분에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다.

부모가 된다는 건 단순히 생물학적 관계를 뜻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책임지고 곁에 있어주겠다는 결심, 그 마음이 부모의 본질일 것이다. 해럴드는 주드를 통해 그것을 보여주었고, 나는 나의 방식으로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하고 있다.

3. 돈이 가려주는 것들

잭슨은 부자였다. 너무 부자여서 평생 하루도 일해본 적이 없었다. 너무 부자여서 그의 전시회들이 매진된 건, 소문에 의하면 그의 어머니가 작품을 몽땅 사서 경매에 내놓아 가격을 올린 다음 다시 되사서 잭슨의 판매 기록을 부풀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 《허영》, 396p

잭슨은 좋은 사람이 절대 아니다. 그의 성공은 어머니가 만들어준 가짜였고,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해로운 영향만 끼치는 존재였다. 그는 스스로만 망가진 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람들까지 타락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가 위험한 인물임을 알면서도, 그의 화려함과 돈에 기대어 허영심을 채우려 했다. 그래서 잭슨은 단순한 한 개인의 타락이 아니라, 타락을 전염시키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잭슨의 삶은 돈이 모든 걸 가려주는 듯한 모습,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삶들이 그가 나쁜 인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 또한 한 번쯤은 돈 걱정 없이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을 지울 수 없었다. 아마도 그것이 인간의 솔직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실제로 돈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봐버린 사람이다. 아버지는 40대 이후로 단 한 번도 돈을 벌지 않았고, 어머니는 가정을 지킨다는 핑계로 많은 대출을 받으셨다. 그러나 그 빚 때문에 오히려 아버지에게 원망을 듣고, 심지어 칼부림을 막아야 하는 순간까지 겪어야 했다. 내 결혼식 때조차 아버지는 돈 한 푼 없는 통장을 내밀며 준비하라고 했고, 결국 내 돈으로 혼수를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지금 남편과 서로 돈을 벌며 나름 여유롭게 살고 있는 지금조차도, 마음 한편에는 돈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남아 있다. 여전히 돈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아니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잭슨의 허영이 내게 단순한 욕망 그 이상으로 다가왔나 보다.

4. 버려질 수 있다는 공포 앞에서

"입양을 취소하고 싶으시면 이해할게요."

난 너무 기함해서 화가 났어. 그런 건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거든. 뭐라고 소리 지르려다가 쳐다봤더니, 그가 얼마나 용기를 쥐어짜고 있는지, 얼마나 겁에 질려 있는지가 보였어. 정말로 내가 그런 걸 원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런 것 예상하고 있었던 거야. 입양 직후 몇 년 동안 주드는 늘 이게 얼마나 갈까, 결국 어떤 짓을 해서 내가 파양을 하게 될까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지.

— 《등식의 공리》, 528p

왜 주드가 양아버지에게도 완전히 마음을 열지 못했는지, 왜 끊임없이 자해를 반복했는지,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공포와 불신이 뿌리내리고 있었는지. 1권을 완독하는 순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리틀 라이프》 1권의 마지막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주드의 어린 시절에 학대가 있었을 거라는 짐작은 했지만, 그것이 아동 성매매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 상대가 다름 아닌 주드가 의지했던 루크 수사였다는 이야기는 차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성직자의 탈을 쓴 괴물이 주드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했다는 사실은, 독자로서 받아들이기조차 힘들었다.

주드는 고아였다. 그러니 어린 마음에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루크 수사는 그 마음을 교묘히 이용했다. 주드가 순수하게 기댄 마음을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배신한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니, 슬픔과 분노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폭력의 실체가, 너무도 선명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2권에서 주드가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하기보다, 차라리 더는 읽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 따라가기 벅찰 만큼, 너무 힘든 이야기였다.

리틀 라이프 1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시공사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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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라이프 1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시공사 펴냄

읽었어요
5일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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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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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탄생이 스치는 자리에서>

미리 밝혀둘 것도 없이
마크 로스코와 나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는 1903년 9월 25일에 태어나
1970년 2월 25일에 죽었고
나는 1970년 11월 27일에 태어나
아직 살아 있다
그의 죽음과 내 출생 사이에 그어진
9개월여의 시간을
다만
가끔 생각한다

작업실에 딸린 부엌에서
그가 양쪽 손목을 칼로 긋던 새벽
의 며칠 안팎에
내 부모는 몸을 섞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점 생명이
따뜻한 자궁에 맺혔을 것이다
늦겨울 뉴욕의 묘지에서
그의 몸이 아직 썩지 않았을 때

신기한 일이 아니라
쓸쓸한 일

나는 아직 심장도 뛰지 않는
점 하나로
언어를 모르고
빛도 모르고
눈물도 모르며
연붉은 자궁 속에
맺혀 있었을 것이다

죽음과 생명 사이,
벌어진 틈 같은 2월이
버티고
버텨 마침내 아물어갈 무렵

반 녹아 더 차가운 흙 속
그의 손이 아직 썩지 않았을 때

— 《마크 로스코와 나, 2월의 죽음》

엄마가 선물해 준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들고 몽골로 향했다. 드넓은 초원과 하늘을 배경으로 천천히 곱씹으며 읽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이륙 순간부터 조금씩 아껴 읽었다. 여행지의 자연과 시가 겹쳐질 때, 더 큰 낭만이 찾아올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긴 이동 시간, 비포장도로, 빡빡한 일정 속에서 책을 펼 여유는 거의 없었다. 내가 그리던 낭만은 오지 않았다. 결국 완독의 순간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붙들고 있던 낭만은 ‘몽골’이 아니라 낯선 한강의 언어 자체였음을. 장소가 아니라 시인의 상상력이 나를 낭만으로 이끌고 있었음을.

가장 깊이 와닿은 시는 「마크 로스코와 나-2월의 죽음」이었다. 한강은 로스코의 자살과 자신의 탄생 사이의 9개월을 겹쳐 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죽음을 이렇게 시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다시 한 번 한강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그러다 문득 내 생일을 떠올렸다. 3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날과 같다. 물론 78년의 간극이 있지만, 한 사람의 죽음과 나의 탄생이 나란히 놓여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것은 단순한 우연 같지만, 내 삶을 비추는 어떤 상징처럼 남았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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