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eun님의 프로필 이미지

se eun

@seeunofhd

+ 팔로우
만약은 없다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의 표지 이미지

만약은 없다

남궁인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인간의 일이란 자기가 다루고자 하는 대상을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시체는 두렵지 않지만, 죄스러움은 한없이 두려웠다.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어도, 나는 잘못했다고, 인간이 인간을 다룸에 미안하다고 덧붙여 매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서 모든 게 빠져나가 빈껍데기만 남을지라도 해야 한다. 인간에게 고통이 있고 그것이 조금이라도 덜어지는 일이라면.'

'이미 심박이 돌아온 환자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잘 유지하는 일뿐이었다. 의사그 생명을 붙들고 있으면, 환자가 그 줄기를 붙들고 깨어나는 것. 그게 유일하게 살아나는 방법이다.'

'경기란 뇌의 신호체계가 엇갈리고 있다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은 언제나 변수가 너무 많아요"
"당신은 죽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곧 편히 잠들 것이고, 눈을 뜨면 당신의 남은 세계가 펼쳐질 겁니다. 당신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당신을 살려낼 겁니다."

'그마저 사라지자 나는 바닥부터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 오직 저주와 암흑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숱한 죽음을 단정 짓는 내 혓바닥을 잘라 내던지고 싶었다. 뽑아 짓이겨버리고 싶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살풍경을 뒤돌아보았다. 깜깜하고 유난한 밤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세상은 다시 밝아질 수 없어, 밤은 이대로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다.'

'그러니까 더더욱 상처의 당혹스러움과 통증을 이겨내고 용기 있게 열상을 맡겨준 그들에게, 그것이 그냥 상처를 놓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일일지라도 그 인생에서 자주 일어나지 않을 수고에 대해, 그들에게 눈을 맞추고 때때로 어깨를 어루만지며 이곳에서 수고했던 것은 당신 뿐이고 그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느낌으로 따뜻하게 건네는 말,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앞으로도 꼭, 이 '수고'를 잊지 않을 작정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다. 1년에 1만명이면, 하루에 27명꼴이다. 외상 시스템의 마비로 한 시간에 한 명이 넘게 죽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일을 낱낱이 알고 있을 텐데, 왜 고쳐지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닥칠 위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광우병이나 광견병에는 분노하고 두려워하지만, 귀갓길에 마주한 교통사고 때문에 병원에 갔는데 수술이 지연되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는 왜 분노하지 않을까.'

"저는 의사이지, 철을 자르는 사람이 아닙니다. 실은, 이런 도구를 써본 적도 몇번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탄절 날, 여기까지 와주신 것은 저를 믿어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지를, 제가 어떻게든 잘라보겠습니다. 제가, 어떻게든 해결할 겁니다."

'300개의 불행은, 브리핑 속 모니터 활자에 불과할 뿐 자막이 없어 읽히지 않는 고통 같았다.'
.
.
.
감사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이제 더이상 허무하게 죽는 이들이 없기를.
특별한 이 세상에서 허무하게 죽으면 억울하잖아.
2022년 2월 1일
0

se eun님의 다른 게시물

se eun님의 프로필 이미지

se eun

@seeunofhd

희생당한 이들도 누군가의 부모, 아들, 딸, 손녀, 손자였다.
민주주의를 위해 총을 겨누고 있는 군대와 싸우기 위해 거리로 나간 이들은
청춘이었고 미래였고 대한민국의 시민이었다.
그리고, 너무 어렸다. 평균수명의 반도 못산 나이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국의 군대와 맞서 싸워야 했고, 그들에 의해 청춘을 빼앗겨야 했다.
이들을 잃은 가족, 친구, 주변인들은 평생을 고통받고 그리워해야 했다.
행복하게 살고 있던 가족은 하루아침에 아픈 가족이 되었다.
이 아픔과 슬픔을 누가 보상해 주나.

책을 읽으며 이 책의 배경이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것을 잊을 때가 많았다.
일제강점기인 줄 알았다.
너무 잔혹했고, 강압적이었다.
1980년대 대한민국의 사회가 맞나 싶었다.
민주주의를 얻는 것은 왜 이렇게 힘들까.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만들어지는 민주주의.
그 희생이 있어서 대한민국은 여기까지 왔는데
또다시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지금 시국에 이 소년이 온다를 읽어봐야 한다.
아니, 대한민국의 전 국민이 이 소설과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들의 희생의 일부분이 이 책에 담겨있으니까.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하겠지. “소설인데 과장해서 썼겠지!” 아니, 더 잔인했고,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잔인했을 거야.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을 거야.
학생들을 고문하고, 총을 겨눈 너희, 우리 민족을 억압하고 강압하고 죽이고 고문한 일제강점기의 일본인과 다름없어. 아니 더 심해.

너무 화가 나고 어지럽다.
근데 화나고 어지럽고 읽기 힘들어도 읽고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게 우리나라의 역사니까.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사회 속에서 살 수 있게 해준 그들의 이야기니까.
죽은 그 혼의 억울함과 슬픔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100%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같이 울어주고 싸워줄 것이다.

‘뭐가 문제냐? 맷값을 주면서 사람을 패라는데. 안 팰 이유가 없지 않아?‘
나는 이 문장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이 문장을 읽자마자 머리가 띵 했다. 진짜 몇초간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내가 책을 많이 읽어보고, 수많은 문장을 봤지만, 이 문장보다 잔인한 문장은 없었다.
이 책이 에세이가 아니라서 이 문장이 실제로 누군가 내뱉은 말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시민들을 그렇게 했겠지 ….

모든 이들의 죽음을 나는 겪어보지 못했기 공감하고 헤아릴 수는 없다.
하지만 각자의 죽음들이 다른 이들에 의해서 기억되고 추모 되기를 바란다.


별점은
너무 읽기 힘들고, 받아들이기 어렵고 슬퍼서
4.5점 ..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창비 펴냄

3개월 전
0
se eun님의 프로필 이미지

se eun

@seeunofhd

"그럼, 이게 바로 행복이지. 별거 있나? 왜, 넌 행복하지 않아?"
"아니,아니. 나도 행복해."

"그래도 스트레스는 받지 마. 100점도 좋지만, 엄마는 네가 노력하는 모습이 더 좋아."

"행복. 그러니까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첮으려고 수많은 행복을 만진 거야. 엄마는 네 잎 클로버를 찾아서 좋은게 아니라 다 같이 함께한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즐거웠어. 사실 세 잎이든 네 잎이든 그냥 토끼풀인데, 뭐."

#얇은책

오늘부터 행복할 거야

이진용 지음
큰북작은북 펴냄

읽었어요
2022년 12월 29일
0
se eun님의 프로필 이미지

se eun

@seeunofhd

믿고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다.
생각보다 너무 두꺼워서 이걸 언제 다 읽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빨리 반납을 했어야 해서 금방 읽었다.
이 이야기는 스키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 지루하긴 하지만
나름 재미 있었다.
스키장에 설치된 폭팔물을 설치한 범인을 찾는, 그런 내용이다.
#ㅎㄷㄷ

백은의 잭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양윤옥 (옮긴이) 지음
㈜소미미디어 펴냄

2022년 12월 29일
0

se eun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