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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고 읽는 장자
김태관 지음
홍익출판사 펴냄
인문고전을 읽는 이유는 과거 사람들의 삶을 엿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다. 쉽게 말하면 '행복하게 잘 사는 방법을 오랜 세월 검증받은 생각을 통해 찾아보자'쯤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자는 최소 100년 이상 살아남지 못한 책은 읽지 않는다고도 하는데, 오래도록 살아남아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는 건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 즉 진리에 좀 더 가깝기 때문은 아닐까.
장자는 기원전 300년 경 중국 춘주 전국시대에 살았던 인물이다. 흔히 '물아일체', '무위자연' 사상으로 알려져 있는 도가 사상을 설파한 사람이다. 자연과 하나가 되라며 인위적 손길을 거부하는 도가의 사상은 과거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의 뒤떨어진 사상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침'이 세상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어버린 현시대에 장자의 사상은 곱씹어 볼 필요가 충분하다. 어느 정도는 내려놓고 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김태관 작가는 장자의 사상을 현실과 접목하여 어떤 교훈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첫 번째 교훈은 인생을 의미 있게 살라는 것이다. 인생은 길고 짧음의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 의미의 문제라고 한다. 단순히 오래 살고 짧게 살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장자는 어려서 죽은 아이가 장수했다 말하고, 장수한 사람이 요절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왔다면 가치 없는 인생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하루를 천 일처럼 살 것인지, 천일을 빈 하루로 흘려버릴 것인지, 즉 인생을 길이로 잴 것인지, 의미로 잴 것인지는 각자 스스로의 몫이라는 말은 깊은 울림을 준다.
두 번째는 보다 높고 넓은 시야를 가지라는 것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좁은 시야를 비유하는 말에 흔히 '우물 안 개구리' 우화를 든다. 우물 안 세상이 전부인 줄 착각하는 좁은 시야를 비판하는 말이다. 장자는 추수편에서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안다고 착각하지만 자기만의 프레임에 갇혀 살아간다.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결국 내 프레임을 통해, 내 입맛대로 해석된 세상일뿐이다. 2300년 전 장자는 우리 인간의 좁은 시야를 비판하며 더 높고 넓은 시야를 가질 것을 주문한다. 아는 것도 겸손하며, 스스로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 번째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것이다. 탐욕을 강요받는 시대다. 각종 광고판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욕망을 일으키라 속삭인다. 탐욕에 눈이 멀어 주식, 코인에 올인했다가 큰돈을 잃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은 이제 생소하지도 않다. 재물뿐만이 아니다. 권력을 어떨까. 권력이라는 탐욕을 쟁취하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이 지금도 현실 곳곳에 널리 만연해 있다. 이런 현실에서 장자는 무심의 경지에 이르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품은 것이 없으면 인생의 풍랑으로부터도 자유로우며, 삶이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짊어진 것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해준다. 지나침은 부족한 것만 못한 법이다.
2000년 전 장자의 이야기는 모든걸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라거나 아무것도 하지 말고 산속에 들어가 자연에 살라는 말이 아니다. 단순한 삶 자체보다 의미를 찾고, 높고 넓은 시야를 가지며, 조금은 내려놓는 법을 실천하라 말해준다. 현재의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남과의 비교, 더 높은 권력을 향한 욕심 때문임은 아닌지 뒤돌아 생각해보게 만들어준다. 지나치면 조금은 내려놓고, 나무가 아닌 숲을 보며 사는 참된 삶을 실천했던 장자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 삶의 진리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결국 인생의 최종 정착지는 '행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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