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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살아지는
안리타 지음
홀로씨의테이블 펴냄
_ 모든 풍경의 소실점은 동공이 아닐까 생각했다.
풍경들은 눈가에 와서야 팽팽히 들어찬다.
눈동자는 풍경을 마음으로 옮기는 문이라 생각했다.
길가의 새소리며 눈발이며 바람, 달빛, 발자국 같은 것을 바라보며 주워 모았다.
마음으로 옮기기 위함이다.
_ 그래, 예쁘다 예쁘다 안 해줘도 저 홀로 아름답다.
_ 너무 슬퍼하지 말기를,
견뎌야 하는 모든 시간은 견디어야 했고
견딜 수 밖에 없었으며 견뎌지는 것이니까.
그리고 너무 상심하지 않기를
사라져야 하는 모든 것은 사라져야 했고
사라질 수밖에 없었으며 사라지는 것이니까.
_ 한 여름밤의 꿈, 같은 짧은 생이 있다.
실재라 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유속의 하루와
실체라 할 수 없을 만큼 낡아가는 육체가 있다.
눈앞의 풍경은 태초의 무엇과 닮았고,
의미 정도는 없어도 무관할 고요를 닮았고,
어쩌면 믿고 싶은 영원과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잡을 수 없는 것은 손가락을 통과하는 바람에서 읽고
순응하는 것은 떨어지는 꽃잎에서 느낀다.
내가 아는 건 내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과 언젠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뿐이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가는 것,
내 안에 머무른다는 것과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을 걷는 다는것. 그리하여 걷는다. 알 수 없는 채로, 걸어야만 한다.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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