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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_N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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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살아지는

안리타 지음
홀로씨의테이블 펴냄

_ 모든 풍경의 소실점은 동공이 아닐까 생각했다.
풍경들은 눈가에 와서야 팽팽히 들어찬다.
눈동자는 풍경을 마음으로 옮기는 문이라 생각했다.
길가의 새소리며 눈발이며 바람, 달빛, 발자국 같은 것을 바라보며 주워 모았다.
마음으로 옮기기 위함이다.


_ 그래, 예쁘다 예쁘다 안 해줘도 저 홀로 아름답다.


_ 너무 슬퍼하지 말기를,
견뎌야 하는 모든 시간은 견디어야 했고
견딜 수 밖에 없었으며 견뎌지는 것이니까.

그리고 너무 상심하지 않기를
사라져야 하는 모든 것은 사라져야 했고
사라질 수밖에 없었으며 사라지는 것이니까.


_ 한 여름밤의 꿈, 같은 짧은 생이 있다.
실재라 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유속의 하루와
실체라 할 수 없을 만큼 낡아가는 육체가 있다.
눈앞의 풍경은 태초의 무엇과 닮았고,
의미 정도는 없어도 무관할 고요를 닮았고,
어쩌면 믿고 싶은 영원과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잡을 수 없는 것은 손가락을 통과하는 바람에서 읽고
순응하는 것은 떨어지는 꽃잎에서 느낀다.

내가 아는 건 내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과 언젠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뿐이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가는 것,
내 안에 머무른다는 것과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을 걷는 다는것. 그리하여 걷는다. 알 수 없는 채로, 걸어야만 한다.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2022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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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_Naa

@gunnaa

_완벽한 하루는 죽음 안에서, 죽음과 유사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완전한 굴복에서. 몸은 나른 하고 영혼은 온 힘을 다해 앞서 나간다. 숨 조차 따라 간다. 선이나 악을 생각할 기운은 없다. 다른 세계의 빛나는 표면이 가까이서 몸을 감싸고, 밖에선 나뭇가지들이 떨린다. 아침이고, 그는 천천히 일어난다. 마치 햇빛이 다리를 건드렸다는 듯이. 그는 혼자다. 커피 향이 난다. 개의 황갈색 털은 타오르는 빛을 빨아들인 듯 하다.


_완전한 삶이란 없다. 그 조각 만이 있을 뿐. 우리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났다. 모든 것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간다. 그런데 빠져나갈 이 모든 것들, 만남과 몸부림과 꿈은 계속 퍼붓고 흘러넘친다…… 우리는 거북이처럼 생각을 없애야 한다. 결의가 굳고 눈이 멀어야 한다. 무엇을 하건, 무엇을 하지 않건 그 반대는 하지 못 한다. 행동은 그 대안을 파괴 한다. 이것이 인생의 역설이다. 그래서 인생은 선택의 문제이고, 선택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되돌릴 수 없을 뿐이다. 바다에 돌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가벼운 나날

제임스 설터 지음
마음산책 펴냄

읽고있어요
8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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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_Naa

@gunnaa

_ 살아 생전의 그 모든 노력과 분투, 희망과 기도, 두 어깨에 짊어졌던 기대감, 참아야 했던 여러 견해들, 품위 있게 살고자 했던 바람, 그리고 수많은 대화들을 뒤로 한 지금,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약간의 평화와 고요일 뿐이다.

_ 신은 무슨 목적으로 하늘의 별들을 창조했을까? 그는 궁금했다. 한 남자의 마음을 어느 날은 영감으로 가득 채우고, 다음번엔 덧없다는 생각으로 채우려고?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현대문학 펴냄

2023년 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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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naa

_나의 일부는 무슨 로맨스 영화에서처럼 바로 차문을 열고 뛰쳐나가 엄마에게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았다. 이제 우리는 희망을 부여잡고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내가 엄마에게로 돌아와 결국 엄마가 행복해했다는 걸 마음속 깊이 새기는 것뿐이었다. p.197

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은이), 정혜윤 (옮긴이)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고있어요
👍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추천!
2022년 1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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