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y님의 프로필 이미지

Lucy

@lucyuayt

+ 팔로우
오만과 선량의 표지 이미지

오만과 선량

츠지무라 미즈키 (지은이), 이정민 (옮긴이) 지음
냉수 펴냄

읽었어요
“현대 사회에서 결혼이 순조롭지 않은 이유는 ‘오만함과 선량함’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노자토가 말했다. 매끄러운 어조였지만 가케루의 귀에 묘하게 남는 문구였다.
“현대 일본은 눈에 보이는 신분 차별은 이제 없지만 개개인이 자신의 가치에만 중점을 두는 탓에 모두가 오만합니다. 한편 선량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부모의 말에 복종하고 남이 정해 준 대로 따르기 십상이라 ‘나 자신이 없는’ 상태가 되죠. 오만함과 선량함이 모순 없이 한 사람 속에 존재하는, 신기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오노자토가 천천히 가케루를 바라본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아무렴 어떠냐고 덧붙였다.
“그 선량함이 지나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무지한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이 사람이다 싶은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말은 마법의 말이다. 그것만 있으면 결단할 수 있건만 그 확신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무리 설득해도, 스스로를 타일러도 결혼상대로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마미도 이곳에서 그 확신에 고통 받지 않았을까. 가케루처럼.
“‘직감이 오지 않는다, 확신이 오지 않는다’의 정체에 대해 저 나름대로 찾은 해답은 있습니다.”
갑자기 입을 연 오노자토의 말에 가케루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뭡니까?”
그 감각에 정체 같은 것이 있단 말인가. 가케루의 시선을 오노자토가 정면에서 받아낸다. 기모노 띠 밑으로 두 손을 기품 있게 모은 노부인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직감, 확신이 들지 않는다’의 정체는 당사자가 자신에게 매긴 값입니다.”
가케루는 들이마신 숨을 그대로 멈췄다. 오노자토를 바라본다.
“값이라는 표현이 나쁘다면 점수라고 바꿔도 될 것 같군요. 무의식중에 자신은 얼마, 몇 점이라고 점수를 매긴 뒤 그에 합당한 상대가 나타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이 사람이다 싶은 직감이 오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내 가치는 이렇게 낮지 않다, 더 높은 상대가 아니면 내 갑과는 맞지 않는다, 라고 말이죠.”
가케루는 말없이 오노자토를 보고 있었다.
“소소한 행복을 바랄 뿐이라고 하면서 다들 자신에게 매긴 값은 상당히 높답니다. 그 직감이 온다, 오지 않는다는 감각은 강대를 거울삼아 보는 나 자신의 자기평가액입니다.”

단 하나 아는 것은.
내가 그런 식으로 무시하듯 ‘결혼상대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 모두 나 같은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것이 필시 정답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여 행복할 것이 분명하다.
나는 가케루 군을 제대로 마주했던 걸까.
가케루 군은 나를 제대로 마주해 주었던 걸까.
2022년 5월 20일
0

Lucy님의 다른 게시물

Lucy님의 프로필 이미지

Lucy

@lucyuayt

  • Lucy님의 어서 와 송사리 하우스 게시물 이미지

어서 와 송사리 하우스

기타하라 리에 지음
(주)태일소담출판사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0
Lucy님의 프로필 이미지

Lucy

@lucyuayt

  • Lucy님의 버드와처 게시물 이미지

버드와처

변영근 지음
사계절 펴냄

읽었어요
2주 전
0
Lucy님의 프로필 이미지

Lucy

@lucyuayt

"실전에선 기세가 팔 할이야. 실령 승부에선 지더라도 기세에서 밀리면 안 돼. 차라리 감춰. 니 생각, 감정, 숨소리까지,,,, 그 어떤 것도 상대에게 드러내지 마."

"모든 것은 체력이다... 불쑥 손이 나가는 경솔함, 대충 타협하려는 안일함, 조급히 승부를 보려는 오만함... 모두 체력이 무너지며 나오는 패배의 수순이다. 실력도 집중력도, 심지어 정신력조차도 종국에 체력에서 나온다. 이기고 싶다면 마지막 한 수까지 버텨낼 체력부터 길러."

"그렇게 견디다가 이기는 거요. 쓰라린 상처에 진물이 나고, 딱지가 내려앉고, 새살이 돋고! 그렇게 참다 보면 한 번쯤은 기회가 오거든.... 조국수. 바둑판 위에선, 한 번 피하기 시작하면 갈 곳이 없습니다."

승부 각본집

윤종빈 외 1명 지음
스튜디오오드리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0

Lucy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