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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 어렴풋이
신유진 지음
시간의흐름 펴냄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유진의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표지와 책의 꼴이 더없이 아름답다. '들어가는 말'이 담지한 분위기와 시선을 오롯이 담아낸 두 개의 의자. 앞표지와 뒤표지에 인쇄된 의자의 색깔은 각각 다른데, 그것은 아마 서향 창에서 바라본 기억의 편린과 남향 창으로 들어오는 빛의 굴절이 서로 다른 색을 자아내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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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1 "날마다 '자라는' 과거도 있습니다"
서향 창에서 바라본, 과거의 기억을 현재에서 바라보는 글 일곱 편이 실렸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시제가 자연스레 함께하는 것이 좋다. 과거 속에서도 미래를 보고, 현재 속에서도 과거를 보고―기억과 추억은 실로 그런 방식으로 자라나는 것 같아서. 과거를 말하는 말들인데 미래를 향해 있다는 게 좋다. 어떤 온도로 좋냐하면,
"지영이는 우리가 처음 교실에서 만났던 날, “너는 가수 누구 좋아해?”라고 물었던 것처럼, “너는 요즘 뭐가 좋냐?”라고 물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꺼냈다. 산책, 강아지, 천천히 먹는 아침 식사, 해 질 무렵의 암자, 비 온 뒤 걷는 숲의 냄새. 내 이야기를 듣던 지영이의 얼굴이 분홍색 편지지처럼 환해졌다.
"참 좋다."
지영이가 말했다. '좋다'라는 말, 지금 우리에게 얼마나 어울리는 온도인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우리가 여전히 좋아하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게, 무언가를 더 유연하게 꾸준히 좋아하고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 (「그 여름의 끝」, 55-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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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 "그것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없었더라면 그것들은 과연 존재했을 것인가?"
남향 창에서 바라본 빛무리를 포착하는 글 열한 편이 실렸다. 챕터 1보다는 '창'이라는 키워드가 보다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이안을 창에서 만나기도 하고, 뒤라스의 창을 떠올리기도 하고, 아파트 창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가장 상징적인 글은 역시 「창으로 만나기」. 코로나 시대에 Zoom과 같은 화상 채팅 앱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전자 기기가 '창'이 된다. 우리의 모든 온라인에서의 행위,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어떤 개인이 다른 개인을 상상하면서 하는 모든 행위―작가가 미지의 독자들을 생각하며 글을 쓰는 행위―는 '창'을 향해 던지고, '창'을 넘는 행위가 된다.
"이제 나는 완전히 열지 못했던 창을 활짝 열고 이 기록을 힘껏 던진다. 내게 가장 먼 곳이 당신에게 가장 가까운 곳임을 기억하며. 여기, 이 글을 저기 멀리서 보고 있으리라는 믿음, 그것으로 한 글자씩 써 내려간다.
내가 사랑하는 타인들은 그들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내 글을 마중나올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계속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믿음은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창으로 만나기」,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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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진 작가의 스타일은 무얼까. 음. 서투른 언어로 표현해보자면, 벅차오르게 하는 글을 쓴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가 읽은 책과 글처럼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를 아는 느낌이랄까. 글은 짧던 길던 통일성이 있고, 너무 많은 것을 말하지도 않고 적게도 아니고 적당하다. 그게 특히 드러나는 글은 첫 번째 글. 작가는 돌아 돌아 지금 있는 「빨간 벽돌 이층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걸음이 전혀 무겁거나 급박하거나 엉성하거나 짜깁기한 것 같은 어색함이 없다. 자연스러운 걸음. 표표하다.
『몽 카페』(시간의흐름, 2021)를 읽고 나서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썼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눈과 마음이 추구하게 될 완전한 시선이 담겨 있다." 챕터 2를 시작할 때 인용된 구절에서도 '시선'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것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없었더라면 그것들은 과연 존재했을 것인가?" 신유진의 시선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보는 게 그렇게 크게 다르지도 않을 텐데, 어째서 그의 시선을 거친 무언가는 이렇게 아름다운 글이 되는지? 놀라워.
P.S. 작가는 말한다. "창가에서 보는 모든 풍경이 그렇듯 적절한 거리를 두고 알맞게 그리웠"(11쪽)다고. 나도 그렇다. 그 '알맞은 그리움'이 너무도 우아해서 마음이 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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