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181 저녁마다 절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음악과 버번에 빠져들었듯 도시로 돌아와 그 안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겨울이 거리에 그림자를 입혔고 갈매기들은 지붕과 기마상들 위로 바닷가 폭풍을 피해 은신처를 찾고 있었다. 매일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이른 저녁 시간은 도시가 마지막으로 겨울에 정복되는 듯한 순간이다. 강변에서 피어오른 안개가 지평선과 언덕의 높은 건물들을 가리며 주위를 감싸 안았고 잿빛 물 위로 솟은 다리의 붉은 뼈대는 허공에서 이어져 나갔다. 하지만 그때 수많은 전등과 대로변에 줄 맞춰 서 있는 가로등들, 가게 이름이나 그림을 그리며 사라지거나 깜박거리는 흐릿한 광고 전광판들이 켜졌고 네온사인의 덧없는 윤곽들이 리듬에 맞춰 리스본의 낮은 하늘을 분홍, 빨강, 파랑으로 물들였다.
리스본의 겨울
안토니오 무뇨쓰 몰리나 지음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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