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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극우주의의 양상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신념이나 이데올로기라고 하는 것은 자주 그렇듯이 객관적인 상황에 의해서 더 이상 그 실체를 유지하지 못할 때 비로소 자신의 악마적인 성격을, 자신의 진정으로 파괴적인 성격을 띠게 마련이지요.” (13쪽)
이 책은 1967년, 아도르노가 파시즘의 잔재인 극우주의, 그리고 그에 동반된 프로파간다 현상에 대해 분석한 강의의 녹음본과 강연 준비 원고를 복원한 것이다.
그는 극우주의와 파시즘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정의하지는 않지만, 그것은 ‘짜임새 있는 이론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 운동에서 중요한 것은 탄탄한 사상적 토대보다는 ‘무조건적인 지배‘와 ’무조건적인 실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의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극우주의 운동은 상당히 합리적이고 정교한 프로파간다의 전파와 확립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정당성을 확보한다. 이러한 ‘비합리적 목적과 합리적 수단의 결탁’은 수단이 목적을 점점 대체해 나가고, 이는 곧 프로파간다가 곧 목적 그 자체, 정치적인 실천, ’사태의 본질‘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도르노는 프로파간다의 트릭으로 1. 구체주의 (’숫자’를 바탕으로 한 통계적 수치의 선택적 활용 및 오용), 2. 형식주의 (국가를 대표하는 공적 목표를 가진 것처럼 꾸밈), 3. 실용주의 (이념의 내용보다는 이념이 ‘있음’을 중시하는, ‘사람이 그래도 생각은 있어야지’라는 태도) 를 제시한다. 이러한 속임수들은 정신적 기반이 부재한 (사상 아닌) 사상들을 전파하고, 그에 반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위해 유용하게 사용된다. 결국 이렇게 분별력이 없어지고 정동이 지배한 사회에서는, 폴 발레리의 말처럼, ”누군가가 자신보다 영리하면 그는 그렇게 궤변가가 된다.“(34쪽)
아도르노는 당시의 상황에서 극우주의가 독일을 지배하는 경우 다른 국가들에게 외면받고 뒤처지면서 정치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경고하고, 이러한 상태가 ‘분노’라는 폭력적 정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의 종결이 100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우리는 전세계적인 극단주의의 열풍•국제기구의 무능•국제협약에서의 탈퇴 및 기만적인 위반•끊임없는 무력 전쟁의 진행과 발발 위기 속에 놓여 있다. 게다가 미디어라는 더욱 강력한 ‘합리적 수단’이 등장하면서, 단순하고 짧은 음모론들이 진실처럼 전파되며, 이를 경고하는 사람들은 ‘진지충’으로 전락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 우울한 사회철학가의 50여 년 전의 경고를 보며 무엇을 떠올려야 할까.
‘파시즘 운동’은 ‘스스로의 개념에 오늘까지도 여전히 제대로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상처이자 흉터’이다. (18쪽)
#얇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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