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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윤자영 연작 추리소설)의 표지 이미지

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윤자영 (지은이) 지음
북오션 펴냄

애매해요. 연역 논리를 중시한 후더닛 퍼즐은 아니고요. 하우더닛도 아니에요. 독자가 머리 굴려 풀 퍼즐이 없어요. 수사 과정이 흥미로운 것도 아니에요. 그래도 교통사고 조사는 과학수사를 하나 싶지만, <링컨 라임>이나 <손다이크> 시리즈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입니다. 추리 소설인 줄 알고 집어 든 사람은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얻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편의주의적인 진행이 심합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수준의 물리만 알아도 충분히 이상한 점을 눈치챌 수 있는데 주인공 외엔 아무도 눈치 못 채요. 주인공 띄워주려고 다른 사람들 전부 머저리로 만들어버렸죠. 아쉽습니다.

아쉬운 점은 또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평면적이에요. 최가로 변호사는 한국 드라마에서 지겹도록 써먹은 정의로운 여자 인물상 그대로예요. 박병배도 어디서 본 듯한 설정인 건 똑같습니다. 뭔가 사연이 있어서 선과 악의 미묘한 경계를 걷는 남자. 많이 본 것 같잖아요? 악역들은 하나같이 그저 악할 뿐이고요. 악역이 악행을 저지른 이유, 하다못해 그럴싸한 사연 한두 개는 있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요.

추리 소설 팬이라면 딱히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혹시 시간이 남는다면 모를까. 그나저나 러브라인은 무리수 아닐까요? 죽은 와이프의 복수를 위해 ‘어둠의 해결’까지 시도 한 사람이, 일년도 안돼서 다른 여자랑 눈이 맞다니요. 제 마음 속 유교 드래곤은 거부감에 울부짖는군요.
2023년 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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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펠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내친구의서재 펴냄

읽었어요
4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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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무라 마사히로 작가님의 최신작 [디스펠]을 읽었습니다. 단점이 조금 있지만 좋은 작품입니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 호러 미스터리 장르를 처음 쓰셨다는 걸 감안하면 이 정도는 잘 한 거죠. 괴담을 단서로 삼아 진상을 추적하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단순히 괴담의 내용을 단서로 삼는 게 아니라, 메타 레벨에서 분석하는 모습은 마치 미쓰다 신조 작가님 작품을 보는 거 같았어요.

추리의 규칙이 아쉬웠습니다. 규칙의 어떤 부분이 아쉬웠다는 게 아니라 규칙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쉬웠어요. 괴이는 논리를 벗어난 존재잖아요? 그런데 그런 괴이를 추적하면서 ‘이런 규칙에 따라 추리를 해야한다’고 하는 게 조금 납득하기 어렵더라고요. 심지어 그 규칙이라는 게 괴이의 어떤 특징에 기반한 게 아니라 단지 토론이 가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나온 거죠. 실체적 진실은 인지를 초월하는데 구태의연한 형식 논리만 붙잡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나머지는 다 좋았어요. 초등학생 주인공이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고요. 그 나이 때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을 보는 건 재밌었어요. 예상을 한참 벗어난 결말을 읽는 기쁨도 누릴 수 있었어요. 솔직히 결말이 그런 방향으로 갈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정말 너무 즐겁게 하루만에 다 읽었습니다.

책 값이 아깝지 않았어요.
평점은 5점 만점에 4점입니다.

디스펠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내친구의서재 펴냄

4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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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백종원 선생님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백종원 선생님은 일반 대중의 입맛을 잘 아십니다. 어떤 음식이 팔리는지 아시는거예요. 세계 최고의 미식을 만들진 않지만 잘 팔리는 외식을 만드십니다. 요리사로선 어떤지 몰라도 외식 사업가로선 훌륭한 분이십니다.

왜 백종원 선생님 이야기를 꺼냈냐구요? 치넨 미키토 작가님이 그분과 비슷한 타입이기 때문입니다. 불멸의 고전을 쓰진 않으시지만 일반 독자가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십니다. 이 작품도 그랬어요. 문학가로선 어떤지 몰라도 장르 소설가로선 훌륭한 분이시죠.

작가님의 뛰어난 필력 덕에 마지막 장까지 술술 잘 읽혔습니다. 이야기에 군더더기가 없었습니다. 덕분에 도입부에서 느낀 흥미를 마지막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독자를 속이기 위한 미스디렉션도 아주 뛰어난 건 아니지만 꽤 잘 돼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분명 경찰이 어떤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지 않고 숨겼다고 했는데, 나중에 등장인물이 언론을 통해 그 사실을 알았다는 대사가 나옵니다. 처음엔 뭔가 단서인가 싶었는데 아니었어요. 그냥 오류였습니다. 다른 장르라면 모를까, 추리 소설에선 이런 오류는 치명적이지요.

중요한 부분을 어물쩡 넘어가려는 모습도 단점입니다.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말고 시신과 대화하라”. 이 말을 듣더니 갑자기 단서를 발견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단서를 발견하는 과정은 이 장르에선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식으로 대강 넘어가니 아쉽습니다. 대충 멋진 말 몇 마디로 얼버무리고 넘어갔어요.

결론을 내리자면 5점 만점에 3점. 술술 잘 읽히고 합격점 이상의 재미를 주지만, 뚜렷한 단점도 있습니다. 치넨 미키토 작가님은 이제 장르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부분에선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시니,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성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종이학 살인사건

치넨 미키토 지음
북플라자 펴냄

읽고있어요
2023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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