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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거리 추정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엘릭시르 펴냄

”독자는 살인 이외의 문제로 머리를 쓰고 싶지 않을 것이다.“ 추리 소설 역사에 큰 영향을 준 반 다인 아저씨가 한 말입니다. 덕분에 황금기 추리 소설은 살인 사건 투성이였죠. 하지만 추리라는건 딱히 살인범 색출 스킬이 아니예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이용해 모르는 것을 알아내는 지적 활동이죠. 그렇다면 추리를 통해서, 정확하진 않더라도 타인의 마음을 어림 짐작 해볼 순 있지 않을까요?

<두 사람의 거리 추정>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다룹니다. 주인공은 추리를 거듭해, 어떤 두 사람의 사이가 왜 멀어졌는지 그 이유를 찾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거리를 추정해요. 그리고 그 과정이 꽤 재밌습니다. 일상 속 사소한 단서들을 논거로 삼는데 상당히 설득력 있어요.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님은 사소한 단서에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재주가 뛰어납니다.

저는 고전부 시리즈에서 이 작품이 제일 재밌었어요. 고전부 특유의 씁쓸한 분위기가 잘 살아있습니다. 추리도 크게 트집 잡힐 부분 없이 괜찮았습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동기가 약해보인다는 것 정도예요. 하지만 작중에서도 언급 되듯이 사람 마음은 다 다른 법입니다. 내게 사소한 일이라고 해서 타인에게도 사소한 일이란 법은 없어요.
2023년 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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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백종원 선생님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백종원 선생님은 일반 대중의 입맛을 잘 아십니다. 어떤 음식이 팔리는지 아시는거예요. 세계 최고의 미식을 만들진 않지만 잘 팔리는 외식을 만드십니다. 요리사로선 어떤지 몰라도 외식 사업가로선 훌륭한 분이십니다.

왜 백종원 선생님 이야기를 꺼냈냐구요? 치넨 미키토 작가님이 그분과 비슷한 타입이기 때문입니다. 불멸의 고전을 쓰진 않으시지만 일반 독자가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십니다. 이 작품도 그랬어요. 문학가로선 어떤지 몰라도 장르 소설가로선 훌륭한 분이시죠.

작가님의 뛰어난 필력 덕에 마지막 장까지 술술 잘 읽혔습니다. 이야기에 군더더기가 없었습니다. 덕분에 도입부에서 느낀 흥미를 마지막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독자를 속이기 위한 미스디렉션도 아주 뛰어난 건 아니지만 꽤 잘 돼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분명 경찰이 어떤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지 않고 숨겼다고 했는데, 나중에 등장인물이 언론을 통해 그 사실을 알았다는 대사가 나옵니다. 처음엔 뭔가 단서인가 싶었는데 아니었어요. 그냥 오류였습니다. 다른 장르라면 모를까, 추리 소설에선 이런 오류는 치명적이지요.

중요한 부분을 어물쩡 넘어가려는 모습도 단점입니다.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말고 시신과 대화하라”. 이 말을 듣더니 갑자기 단서를 발견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단서를 발견하는 과정은 이 장르에선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식으로 대강 넘어가니 아쉽습니다. 대충 멋진 말 몇 마디로 얼버무리고 넘어갔어요.

결론을 내리자면 5점 만점에 3점. 술술 잘 읽히고 합격점 이상의 재미를 주지만, 뚜렷한 단점도 있습니다. 치넨 미키토 작가님은 이제 장르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부분에선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시니,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성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종이학 살인사건

치넨 미키토 지음
북플라자 펴냄

읽고있어요
2023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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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들은 얼핏 봤을 땐 현실에 있을 법합니다. 그들는 초능력도 없고, 하이테크 슈트도 없어요. 그저 뛰어난 두뇌를 가졌을 뿐이예요. 그들이 내놓는 추론을 보면 독자인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어렸을 땐 명탐정 흉내를 내면서 이런 저런 추리를 하고 놀았답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외관을 관찰해서 어떤 사람인지 추리를 하곤 했죠.

하지만 명탐정의 추리가 척척 맞아떨어지는건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해요. 작가가 짜놓은 퍼즐이기 때문이죠. 현실에선 그런 활약이 불가능 합니다. 그들의 추리가 척척 정답인건 작가가 그걸 정답으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거예요. [Z의 비극]에서 명탐정 드루리 레인은 범인이 약속 시간을 바꿨던 걸 근거로, 그가 사형집행에 참석한 사람이란 추론을 합니다. 하지만 꼭 그러란 법은 없지요. 단지 그날 밤 개인적인 사정이 생겼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레인의 추리는 정답이었어요. 작가가 그것이 정답이라고 정했으니까요.

자 그럼 반대로 생각해보죠. 명탐정이 내놓는 추리를 작가가 부정한다면? 소설 속 명탐정이 멋진 추리를 내놓지만 작가가 그걸 부정하는 새로운 단서를 내놓습니다. 그럴경우 명탐정은 속절없이 당하는거예요.

이 책의 명탐정인 트렌트가 당한 일이 바로 그겁니다. 사건 현장을 관찰하고 그럴싸한 추리를 내놓습니다만, 작가는 잔인하게 그 추리를 파괴합니다.

이런 식으로 작가가 작품 속 명탐정을 괴롭히는 경우는 꽤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컨셉의 원조는 이 작품이죠. 황금기 이전에 나온 작품이란걸 감안하면 굉장히 시대를 앞선 컨셉이예요. 과연 도로시 L 세이어스가 읽고 감탄했을 법합니다.

추리적인 면에서 평가를 하자면, 상당히 좋았어요. 트렌트가 내놓은 추리가 인상 깊었습니다. 현장의 기괴함을 모두 합리적으로 설명 할 수 있는 추리였어요. 제겐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반면 진상은 그에 비해 조금 아쉬웠습니다. 너무 탐정의 추리를 파괴하는데 집중한 느낌이랄까요? 거외 말 싸움 할 때 설득이 아니라 그저 비방 하기위해서 싸우는 사람 같은 느낌이랄까요.

굉장히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트렌트 최후의 사건

에드먼드 클러리휴 벤틀리 지음
엘릭시르 펴냄

2023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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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을 장르에 적용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청부 살인이란 컨셉과 추리 소설이란 장르가 따로 놉니다. 이 책은 청부 살인 업자가 왜 추리를 해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주인공은 의뢰를 받고 살인 준비를 합니다. 그러다 목표물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해요. 그리곤 추리해서 그 수수께끼를 풉니다. 계속 이런 패턴이예요. 수수께끼를 푸는건 청부 살인과 전혀 관계 없습니다. 왜 굳이 추리해서 의문을 풀어야 하나요? 목표물이 물통을 들고 다니는게 뭐가 그렇게 신경 쓰이나요? 어차피 죽이면 그만인데요.

그냥 죽였다간 혹시 예상 못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니까 변수 통제 개념에서 수수께끼를 푼다고 합니다. 별로 설득력 없어요. 애초에 살인을 위장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칼로 푹 찌르는 방식으로 살인을 하는데 무슨 변수 통제입니까. 조심할 생각도 숨길 생각도 없어요.

추리적인 면에서도 딱히 대단할 구석이 없습니다. 그냥 평범한 수준이예요. 그마저도 몇몇 단편은 실망스러웠구요.

“왜 추리를 해야 해?“

읽는 내내 작은 물음표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추리적으로 뛰어난 것도 아니니 도저히 추천 할 수 없네요. 역시 이 작가님은 <문은 아직 닫혀있는데>를 제외하면 제 취향과 안 맞는 것 같아요.

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노블마인 펴냄

2023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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