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밭에 푹푹 빠지더라고 원하는 방향으로 걷고 싶은 만큼만 걸을 순 없을까. NM은 허위를 감춘 사막이고, NM 밖은 허위로 포장된 사막이다. 아주 어렸을 때는 어른만 되면 세상이 나를 알아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건 내가 세상을 알아버리는 것이었다. 유 대리가 급히 돌아온 이유도 알 것 같다. 저 바깥세상이 언제 우리를 두 팔 벌려 환영한 적 있었나. 소주가 목을 할퀴면서 넘어간다.
볕 아래 맘껏 내놓을 수 없는 사랑이었다. 내놓으면 내놓은 대로 힘든 사랑이었다. 기어이 구석에 처박으려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런 사랑, 모두 꺼내어 볕에 널고 싶다. 누구라도 보송보송 잘 마른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누가 내게, 당신의 이십대는 어땠나요? 물으면, 대답이 마땅치 않다. 트렁크. 여행이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좋았겠어요. 글쎄요. 십대 때 원한 이십대가 아니었다. 벌써 서른이다. 삼십대를 마치며 또 후회하고 싶지 않다. 내 삶을 꾸역꾸역 구겨넣고 다녔던 트렁크를 버려야 한다. 손 안에 꼭 쥘 수 있는 금장단추,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그동안 잘 살았는지 못 살았는지 시간이 좀 더 흘러야 할 것 같다. 후회되는 삶이 모두 잘못 산 건 아닐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