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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일 밥상머리 대화법 (아이의 50년을 결정하는 하루 5분 식탁 대화의 비밀)의 표지 이미지

66일 밥상머리 대화법

김종원 지음
카시오페아 펴냄

부모의 말은 아이의 삶을 조각하는 매우 섬세한 지적도구입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욕망으로만 아이를 조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성향에 맞게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조각해야 한다는 사실이죠. (p.264)

아이 마음에 남은 상처는 저절로 사라지길 바라지 마시고, 부모가 나서서 빠르게 치유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신을 혼냈고, 단지 기분이 나빠서 벌을 줬다고 오해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자연스럽게 그 상황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p.160)


몇 달째 김종원 작가의 『66일인문학』시리즈를 필사하고 있다. 요즘 쓰고 있는 것은 『66일 밥상머리 대화법』. 개인적으로 아이의 평생에서 가장 초석이 되는 교육이 밥상머리 교육이라 생각하기에 제목부터 마음에 닿았고, 한 줄도 허투루 읽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66일 밥상머리 대화법』에 앞서 필사했던 『66일 인문학 대화법』에서도 그랬지만 어떤 구절에서는 마음이 아팠고, 어떤 구절에서는 찡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사실 꽤 자주 했던 말이지만 책에서 배운 주옥같은 말들을 매번 잊어버리기에, 잊기 전에 또 읽어서 나를 단단히 해야겠다 다짐하곤 하는데, 김종원 작가의 구절들은 나에게 늘 그런 도구가 된다. 아이의 인격을 존중해야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야지 늘 생각하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김종원 작가의 문장들이 나를 두드렸다. “지금 아이의 표정 한 번 보세요.”, “지금 한 그 말, 내일 돼서 후회하지 않을 거 같아요?”하고.

맞다. 『66일 밥상머리 대화법』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부모를 공부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정작 부모가 밥상머리에서 올바른 대화를 꺼내지 않는다면 밥상머리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리가 없지 않나! 그래서 나는 『66일 밥상머리 대화법』을 읽으며 나도 8살 엄마라는 것을 수시로 상기했다. 내 아이가 이제 1학년이라 서툰 것이 당연한 것처럼, 나도 여전히 서툰 엄마인 것이 당연하고 배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작가님의 문장에서 뼈를 맞고 아파하기보다는, 나아지고 생각하고 싶어서 말이다.

책 한 권 더 읽는다고 해서 내가 훨씬 좋은 엄마가 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한꺼번에 확 좋아지는 사람도 없으리라는 것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혀 공부하지 않는 엄마보다는, 매일 공부하고 생각하고 나아지려 노력한다면 아이의 마음에 조금 더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66일 밥상머리 대화법』의 마지막 장을 읽으며, 나는 책장을 덮는 대신 다시 첫 장부터 펼쳐 들었다. 노트에 적으면서도 어느새 가물가물해진 앞 장의 내용을 다시 마음에 꼭꼭 눌러 적어야지. 하나밖에 없는 내 아이의 마음이 조금 더 평온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공부해야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엄마가 돼야지, 끝없이 다짐하게 하는 책, 『66일 밥상머리 대화법』이었다.
2023년 7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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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를 두고 찬반논란이 벌어지자,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언와인드”가 생긴다. 보호자가 청소년을 언와인드, 즉 “기증”할 수 있다는 것. 언와인드되어도 타인의 몸 안에서 영원히 살아간다는 궤변으로 부모가 아이를 파는 것이 합법화가 되고, 위기에 처한 아이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열여덟살까지 스스로를 숨겨야 하는 세상. 주제 만으로도 소름이 돋고 힘겨워지는 책,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다. 사실 주제만으로는 내가 읽지 못할 책인 것이 맞는데, 이야기의 전개나 생각의 확장이 무척 생각할 거리가 많아 어느새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3권인 『언솔드 : 흩어진 조각들』까지 읽었다.

이 시리즈의 주제만을 접한 분은 무척이나 자극적인 주제때문에,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주제를 선택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인간의 존재와 가치, 존엄성 등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그래서 『언솔드 : 흩어진 조각들』를 읽으면서도 사회가 가지는 도덕의 한계, 경제와 도덕의 경계 등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언솔드 : 흩어진 조각들』를 읽으면서, 인간의 신체를 마음대로 해체하고 조립한다면 그것은 인간일까 인간이 아닐까의 생각을 시작으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두고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도, 부모의 책임감이 일부의 “소유권”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 등이 깊은 딜레마로 느껴졌다. 과연 우리 모두는 도덕성 부재에 대해 완전히 떳떳할 수 있는지, 일부 사회 문제에 있어서 우리도 완전한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지 고민이 들었다. ‘모두의 이익’이 불가능하기에 ‘다수의 이익’을 그럼에도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해온 나에게 그것이 정말 ‘공익’이었나를 되짚어보게 하는 책이었달까. ‘공익’이라는 테두리 밖에 서 있게 되는 이들, 또 ‘공익’에 묻혀버린 소수에 대해 생각해보니 문득 쓴 맛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언솔드 : 흩어진 조각들』를 읽는 내내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는데, 생물학적 가족과 심리적 가족에는 큰 오차가 있을 수 있음을 생각했고, 사회의 급변으로 무척이나 다양해진 가족의 형태 속에서 우리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심리적 유대, 진정한 소속감과 책임감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또 내 가족의 문제가 되었을 때, 나도 완전히 도덕적일 수 있을지, 혹은 그렇지 않은 지에 대해 생각해보며 나의 민낯이 부끄러워졌다. 그 외에도 선한 목적으로 시작했으나 결과가 선하지 않는 많은 일들을 생각해보며 우리의 사회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을까 싶어져 마음이 무거웠다. 어느새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4권만을 남겨놓은 지금, 『언디바이디드 : 온전한 존재』에 이어질 이야기가 기대되기도 하고, 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파도 맞아야하는 예방접종처럼-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는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우리에게 내성이든 면역이든, 무엇인가 하나는 생기지 않겠는가.

언솔드

닐 셔스터먼 지음
열린책들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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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을 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라 응원이다. 책임감 없는 낙관주의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함께하겠다는 응원. 적어도 나만은 걱정보다는 응원을 보내주겠다. 열기를 더해 어느 아름다운 세계가 끝을 모르고 커질 수 있도록. (p.213)

누군가는 들어가는 노력과 품에 비해 수익성이 낮지 않냐고, 책을 판매하는 서점의 역할에만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말하지만 10년째 이어지는 이 구조의 의도는 따로 있다. 당장 돈을 못 벌어도 유지되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 즐거운 행사를 자주 열면 팬이 생기지 않겠는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좋은게 널리 알려지고, 책이 팔리면 다음 책이 만들어지니까. (p.144~145)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는 솔직히 말하자면, 제목부터 완전히 마음에 들었다. 사실 십여년째 책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도, 밤 늦게까지 책을 읽는 이유도, 새벽에 잠을 줄여 필사를 하는 이유도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아니겠나. 나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하는 이유가 결국,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아니겠나. 그래서 이미 제목에서부터 “그럼, 당연하지!”라고 공감을 한 상태로 책을 펼쳤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는 책 자체가 그리 두껍지도 않지만, 문장도 내용도 무척이나 흡입력이 있어서 진짜 단숨에 읽어지는 책이다. 나 역시 앉은 자리에서 뚝딱 다 읽었다. 한국의 문화가 이미 많이 스며있지만, 그럼에도 한국의 문화를 주입시키기 어렵다는 나라 일본, 도쿄의 진보초. 세계적인 책방거리라 이탈리아, 중국 등 수많은 책방이 있었으나 한국어책방은 없던 이곳에 자리잡는 과정, 버텨내고, 스며들고, 익숙해지고, 전파하는 등의 과정들을 담고 있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를 읽는 내내,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마음, 무엇인가를 유지하는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잘하는 것’을 이기는 건 결국 ‘좋아하는 것’이라는 말에 또 한번 힘을 실어보기도 했고.

분명 일본에서 우리 문학을, 지금처럼 노벨문학상 등을 수상도 하기 전인 10년전부터 한국 문학을 전파하고, 뿌리내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말처럼,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가 아니었더라면 가능하지 못했을 일이다.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들을 하나씩 가능으로 바꾸어가며, 그가 이룬 것은 단순히 자신만의 성공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k문학 자체가 힘을 내고, 힘을 얻었을 것이다.

문득- 내가 책을 사랑하는 행위도, 책에 대해 이렇게 늘 기록을 남기는 행위도, 책에게 코딱지만큼은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더 뿌듯해지고, 책이 더 좋아지는 마음이 든다. 또, 새로운 일을 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응원이라는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늘 응원하는 사람이 되어보아야지.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는 내게, 그렇게 응원과 원동력을 선사해주었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김승복 지음
달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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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당신의 눈과 손과 입을 반드시 기억하면서, 쓴 사람과 쓰인 사람을 당신 뜻대로 꼼꼼히 읽으며, 오로지 읽어낸 당신만을 믿으며, 그렇게 아무도 허락하지 않은 방식으로 유유히. 당신 멋대로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p.131)

만약 여러분도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좋아하는 문장이나 구절을 하나만 꼽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굳이 꼽아 설명해 보자면 저는 이 책을 읽는 순간 저만의 공간이 ‘퀘렌시아’가 되고 저의 경험은 ‘푸른 꽃’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p.175)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손절’이 있다면, 내 허락도 없이 지갑에 있던 편지를 훔쳐봤던 직장 선배일 것이다. 지갑을 마음대로 만진 것도 화가 났는데, 그 편지는 오래도록 좋아하고 긴 시간을 두고 이별하고 있던 이의 편지였기에 그저 누군가가 열어본 것만으로도 그 소중함을 도둑맞은 것 같았다. 모질지 못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모진 말로 그 선배와 손절을 선언하며 그 편지도 함께 끊어냈었다. 이미 십수 년도 더 지난 일이기에 그 편지마저 까마득히 잊고 살았는데, 우습게도 『같이 읽자는 고백』을 읽는데 그 편지가 떠올랐다. 편지의 한 구절까지. 그래서 어쩌면, 『같이 읽자는 고백』은 저마다의 수신자들에게 저마다의 기억과 저마다의 문장을 꺼내는 편지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굵직할 북클럽, ‘책발전소’의 ‘이달의 큐레이터’를 모든 책, 『같이 읽자는 고백』은 김연수, 김초엽, 정세랑, 박상영 등 우리나라의 굵직한 작가와 명사 37명의 ‘같이 읽자’라는 고백을 모은 책이다. 각각의 편지에는 모두 책이 추천되어 있으며, 작가들의 인생과 삶, 그 책과의 기억들, 그 책으로부터 얻은 용기와 힘을 풀어내고 있어 많은 독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신묘한 편지는 사실 단 한 달씩만 읽히고 영원히 봉인될 뻔했는데 감사하게도 다시 ‘책’이라는 형태로 담겨 새 생명을 부여받았다. 어떤 문장이 그들의 삶에 어떤 감상과 영향을 주었는지를 읽으며, 나도 나의 문장들을- 나의 감상을 야금야금 꺼내어 먹었다.

이 편지의 발신처들을 다 몰라도 좋다. 소개된 책들을 다 읽지 않아도 좋다. 아니, 어쩌면 이 책에 소개 된 책을 다 읽은 사람이 더 드물 것이다. 베스트셀러도 안되고, 지인이나 관계자로 연루되었던 책도 추천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같이 읽자는 고백』에 소개된 책들은 이미 읽은 것들은 읽은 데로, 읽지 않은 책들은 읽지 않은 데로 공감을 주었다. 또 새삼스럽게 “맞아, 책은 이런 깨달음을 주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책으로 인해 모든 시간들이 공간들이 열리는 경험을 떠올리기도 했다.

아마 내가 그 오래된 편지를 떠올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지 않을까. 나는 분명 그때의 마음 위에도, 좋았던 마음 위에도, 또 그 이후에 삶을 살면서도 문장들을 차곡차곡 쌓아올렸을 터다. 그래서 그 기억들이 김초엽 작가님의 말처럼, 어떤 문장은 솜사탕으로, 어떤 문장은 낙엽처럼 남았겠지. 『같이 읽자는 고백』을 읽는 내내 내 마음 어딘가의 문장들을 여행했다.

같이 읽자는 고백

김소영 지음
이야기장수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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