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잘 관리해서 오래 써봅시다. 의사 선생님은 매번 말했다. 그래서 아라는 이어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커다란 스피커가 있는 콘서트장에도 가지 않는다. 노래방에 다 같이 가는 유행이 끝나고 각자 가고 싶은 사람만 코인노래방에 가는 분위기가 되어서 기뻤다. 노래방 따위에 귀를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아라는 음악을 사랑했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들도 많았는데 언제나 조용한 방에서 혼자 들었다.
할머니가 되어도 음악을 듣고 싶으니 신중하게 행동했다. 가늘고 길게 살아야지, 스물넷치고는 조금 박력 없는 인생관일지 몰라도 자주 다짐하면서. 콘서트장에 가지 못하는 건 허리 디스크가 있는 친구, 폐소 공포증이 있는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건강하고 진취적인 젊음으로,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항상 희열에 차서 사는 건 아니었다. 아라는 그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로알드 달의 책은 '마틸다'였다. 다시 읽어도 재밌었다. 책의 말미에 로알드 달이 자주 했던 말이 써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친절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것 중 최고의 자질이다. 용기나, 관대함이나 다른 무엇보다도 더. 당신이 친철한 사람이라면, 그걸로 됐다." 그의 책은 친절한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을까? 현정은 울다가, 사후 세계가 있다면 로알드 달이 먼저 건너간 세계일 거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