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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의 표지 이미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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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된 자본주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까지도 거래하게 했다. 줄 서는 시간을 사고, 대기하지 않고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카풀하지 않고 전용도로로 달릴 수 있고, 우정과 성을 사고, 탄소배출권을 거래하고, 로비스트는 입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등등.
돈으로 살 수 없는 도덕적 가치가 사라져간다. 민주주의도 퇴색되어 간다.

p.275: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삶이 분리되고 있다. 민주주의는 시민에게 공동체적 생활을 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려면 배경, 사회적 위치 태도, 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매일 생활하며 서로 마주하고 부딪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의 차이를 견뎌내고 이를 놓고 협상하고 공공선에 관심을 쏟는 법을 배울 수 있다.
2023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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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빵 #오헨리
오 헨리가 쓴 <마녀의 빵>의 주인공은 동정심이 가득한 따뜻한 마음의 40대 여성으로, 빵집을 운영한다. 자주 찾아오는 손님 중에 낡은 옷을 입었지만 말쑥하고, 예의도 깍듯한 남성이 있다. 그는 언제나 오래되고 딱딱한 빵만 사 간다. 그의 손에 갈색 잉크가 묻어 있는 것을 본 마사는 그가 가난한 화가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 '흔히 천재들은 인정받기 전에는 고생하며 발버둥치기 마련이지. 만약 저 천재가 후원을 받는다면 예술과 원근법에 얼마나 좋은 일일까.'(...)
그는 마사 양이 건네는 기운이 북돋는 말들을 간절히 바라는 것 같았다.(-102쪽)

마사는 가난한 그 남자를 위해 어느날 몰래 빵 사이에 버터를 끼워 건네주었다. 하지만 나중에 그 남자는 화가 어찌나 많이 났는지, 안경 너머 푸른 눈을 이글거리며 소리질렀다.

📚 "이 말은 꼭 해 줘야겠어. 주제도 모르고 참견해대는 이 늙은 고양이야!"
(...)
"저 분은 새 시청 설계도면을 그리느라 석 달 동안 열심히 작업했어요. 공모전 수상이 걸려 있었거든요. 어제 막 도면 잉크 작업을 끝냈어요. 아시겠지만 제도사들은 항상 처음에는 연필로 도면을 그려요. 그러다 잉크 작업을 끝내고 나면 딱딱하게 굳은 빵 부스러기를 문질러서 연필 선을 지워 버리지요. 그게 고무지우개보다 낫거든요.
블룸베르거 씨는 줄곧 여기서 빵을 사셨어요. 그런데 오늘.... 글쎄, 아시겠지만 부인, 원래는 버터가 없는... 어쨌든 블룸베르거 씨의 설계도면은 이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졌답니다. 조각조각 잘라서 기차에서 파는 샌드위치 포장지로나 쓰면 모를까요."(-105쪽)

마사가 선의로 끼워 주었던 버터는 남자의 설계도면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 #소통 #진정한배려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에 상대방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어떤 일을 했을 때, 예상치 못한 피해를 주기도 한다. 마사가 그에게 미리 '오늘은 서비스로 빵 사이에 버터를 끼워 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라고 물었다면 어땠을까?
먼저 묻더라도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도 있다. 선의로 주는 선물을 거절하면 실례가 될까 싶은 마음에 거절할 수 없다. 그냥 받아와서 버린다. 그리고 다음에도 주면 받아와서 버린다. 버리는 마음도 좋지 않다. 이 문제를 끝내는 방법은 하나다. '소통'. 당당하지만 무례하지 않게 느껴지는 말하기 기술을 익혀 보자. 처음에만 어렵다. 용기를 조금만 내 보자. 숨통이 트일 것이다.

오 헨리 단편선

오 헨리 지음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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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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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가 저녁밥을 권하면서 제 얼굴을 흘끗 보았을 때 그 얼굴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이미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생기가 넘쳐 있었습니다. 저는 거기서 신의 얼굴을 발견한 것입니다. 나는 인간 안에 있는 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사나이는 일 년을 신어도 끄떡없는 구두를 만들라고 하지만, 자기가 오늘 저녁 안으로 죽는다는 것은 모른다.' 그래서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하느님의 두 번째 말씀을 생각해 냈습니다. 인간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자기 몸에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지식입니다." (...)
"나는 이런 것을 깨달았다. 모든 사람은 자신을 살피는 마음에 의하여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써 살아가는 것이다. (...) 모든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것도 모두가 각자 자신의 일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속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 이제야말로 나는 깨달았다. 모두가 자신을 걱정함으로써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만 인간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 사실은 사랑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마르틴은 몹시 즐거워졌다. 성호를 긋고 안경을 끼고 성서의 펼쳐진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다. 페이지의 첫머리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가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또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으며 ......"
그리고 같은 페이지 아래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 가장 보잘것 없는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르틴은 깨달았다. 꿈은 헛되지 않아 이날 어김없이 그리스도가 마르틴에게로 왔고, 마르틴은 그를 대접했다는 것을.
-<사람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 러시아 문학 매력에 젖어드는 중. 톨스토이 단편들은 어릴 적 도덕 교과서에서 봤음직한 이야기들이다.
톨스토이는 대학교를 마치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와 농촌 계몽 활동을 했다. 당시 <중개인>이라는 잡지에 글을 실으면서 '방향은 명백하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 이 책의 성격은 노인이나 여자들이나 어린아이들도 읽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이든 재미있어 하고 감동하며 한결 더 기분이 좋게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민중의 계몽을 위해 쓴 단편들인 만큼 집요하게 선은 악보다 정의롭다는 교훈을 쉬운 언어와 비유로 강조한다. 교훈이 노골적으로 겉에 드러나는데도 옛이야기 같아서 거부감이 덜하다.

톨스토이 단편선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인디북(인디아이) 펴냄

읽고있어요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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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지금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 아오?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나 아오? 당신은 알고 있소? 알고 있느냐고? 내가 당신에게 묻고 있잖소."
이 순간 고관은 발을 구르며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무서워할 만큼 버럭 언성을 높였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완전히 넋이 나가 비틀거렸고, 온몸이 떨려 더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 그는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는 채로 실려 나갔다. 기대 이상의 효과에 만족한 고관은 자신의 말 한 마디가 사람의 감각조차 빼앗을 수 있다는 생각에 완전히 도취되어 친구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아보려고 슬쩍 곁눈질했다. 고관은 친구가 어쩔 줄 모르고 심지어 공포마저 느끼는 모습을 다소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57~58쪽)

☕️ 오스카 와일드는 희곡 『윈드미어 부인의 부채(Lady Windermere’s Fan)』에서 이런 명언을 남겼다.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 또 하나는 그것을 얻는 것이다.” 이 문장은 인간 욕망의 아이러니와 인생의 복잡한 진실을 절묘하게 포착하고 있다.(-오늘자 중앙SUNDAY)

​여기 원하는 것을 얻었다가 뺏긴 사람이 있다.
말단 공무원인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각종 문서를 종이에 정서하는 일 외에는 아무런 즐거움이 없다. 그런 그가 어쩌다 값비싼 고급 외투를 맞춰 입게 된 후로 그를 멸시하던 사람들이 그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저녁 식사에까지 초대한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그런 생활을 마음껏 즐기기도 전에, 초대받았던 그 저녁 식사에서 돌아오는 길에 강도들에게 외투를 강탈당하고 만다. 다음날 경찰과 고관을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요구가 좌절되자 분노에 차올라 열병으로 죽고 만다. 그리고 며칠 후 유령으로 다시 고관앞에 나타난다.고관의 권위에 눌려 아무 말도 못했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유령이 되어서야 고관에게 큰소리를 친다. 같은 지역의 경관들도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게는 큰소리 치면서도 유령을 마주치면 벌벌 떨었다.

#소시민 #작은사람
이 단순한 줄거리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고급 외투를 먼저 원한 것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수선공의 말에 넘어가서 비싼 값을 치르고 맞춘 외투다. 예정에 없었으나 그렇게 맞추게 된 외투는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에게 전부가 되어 버렸고, 외투를 잃어버리자 그의 목숨도 다했다. 마치 운명의 장난에 휘둘린 것 같다. 이 작은 사람을 어쩌면 좋을까. 그에게 비난의 화살을 던져야 할까, 측은한 마음을 가져야 할까.

#상실감
모든 재산을 탈탈 털어 외투를 샀기에, 그에게는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아니, 무엇보다도 더한 분노가 남았다. 요즘으로 치면 영끌 뒤에 산 아파트 값이 추락하는 것? 빚내서 산 주식 값이 폭락하는 것? 모든 것을 걸고 치른 시험에서 불합격되는 것? 경기에 나가려고 열심히 훈련했는데 부상을 입는 것? 끝도 없이 많은 상황들이 떠오른다. 경쟁이 심한 사회일수록 성공을 위해 더 많은 것을 걸어야 하는데, 그 끝이 좋지 못하다면, 상실감 뒤에 오는 것은 아마도 좌절 혹은 분노. 좌절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우울증이, 분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폭력으로 양상이 변한다. 어쩌면 기성 세대는 젊은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약함
혹은, 고작 외투 하나 잃었다고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구는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를 비판할 수도 있다. 보기에 따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성실히 직장에 다니면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는 정도의 상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상실을 겪어보지 않은 이에게 최초의 상실은 분명 크다. 하지만 세상살이라는 것이 상실과 회복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고 멀리 보면 그저 인생의 중간에 한번씩 찾아오는 태풍일 뿐인 것을 지나온 사람은 안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지나치게 나약했던 것은 아닐까.

#권위 #권력
권위를 이용해 으스대는 경관과 고관의 모습이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특히 친구 앞에서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려고 일부러 방문객을 문밖에서 기다리게 만든다거나, 크게 겁을 준다거나 하는 모습이 그렇다.
계층이 있는 곳에서는 여지없이 보이는 모습이다. 가부장으로 군림하려는 집안의 맏어른, 회식 때 폭탄주를 말아주며 먹으라고 강요하는 상사, 말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무조건 시키는대로 하라는 윗사람들. 그들은 그 '자리' 빼고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인데 그렇게 위세를 떤다.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아무 것인 양 위세를 떠는 그 모습이 어쩌면 더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외투
이 책의 삽화를 맡은 노에미 비야무사 일러스트레이터는 속표지에 '내 최고의 외투, 어머니께'라고 헌정사를 썼다.
그렇게 보면 '외투'는 모진 풍파를 막아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짧으면서도 다양하게 생각할거리를 주는 책이었다. 러시아 문학의 정수라 할 만하다.

외투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리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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