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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비밀 노트 (3년 취준생이 쓴 3일 만의 합격 노하우)의 표지 이미지

취업 비밀 노트

박인영 지음
평단(평단문화사) 펴냄

저자는 입사의 조건 가운데 하나로 진심으로 회사를 원할 것을 권장한다. 그는 낮은 스펙에도 H타이어만을 바라보며 열성을 보이고 마침내 합격한 한 선배의 사례를 들며 구직자가 진심으로 회사를 원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의문이 든다. 입사도 하기 전부터 진심으로 특정 회사를 원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저자만 하더라도 도대체 몇 개 분야 몇개 기업을 사랑하고 입사열망을 가졌던가 말이다. 사람 사이의 사랑과 애정도 일방적인 것이 아닐 것인데 하물며 기업은 어떻겠는가. 일에 대한 의욕을 보이는 것과 특정 기업에 애정을 갖는 것은 명백히 다른 문제인데 취업을 위해서는 쉽게 많은 회사를 사랑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쯤되면 시대가 구직자들에게 인스턴트 애정을 강요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저자는 3년을 헤매다 준공기업에 입사한 나름의 성공기를 써내며 취업준비생으로 지낸 3년이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었던 보석같은 인생경험이라 말한다. 하지만 과연 보장된 미래가 없는 다수의 청년실업자들에게 이 말이 얼마나 멀게 느껴질 것인가를 생각하면 씁쓸한 뒷맛을 감추기 어렵다.
2023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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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또 한 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요동치게 됐다. 군사와 에너지, 산업과 경제에 이르기싸지 전쟁이란 말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거세게 맞부닥치는 두 나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한반도와 무관할 수 없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크게 기댄 이 나라의 미래가 그야말로 풍전등화, 위태로이 흔들리는 촛불이다.

책은 생물처럼 거듭 변하는 국제정세 가운데 한국의 위치를 고민하게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나라들의 이해관계와 욕망을 이해하고 한국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현 정권과 보낸 지난 몇 년의 시간은 북한과 소통이 단절되고 한미일과 북중러의 블록화가 급속히 지속된 시간이었다. 그 사이 한국은 제 운명을 결정할 주도권마저 잃어버렸고 북한은 남의 전쟁에 제 청년들을 내보낸다. 저자들의 아쉬운 식견에도 이와 같은 책을 꾸준히 읽어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열한 고민없인 한 가닥 희망조차 없기 때문이다.

프레너미

이우탁 외 1명 지음
틔움출판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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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질감을 느꼈다. 그녀와 마찬가지의 꿈을 품고 좌절들을 겪으며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리는 게 글쟁이들이다. 한국에서 글값은 수년이 지나도 제자리 걸음이고, 심지어 적잖은 업체가 그 기본마저 지키지 않고 글값을 내려 깎는다. 유명하지 못한 이들은 그나마의 연재처를 얻기도 어렵고, 그마저 읽는 이의 소멸과 함께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와 같은 현실 속에서도 글로써 삶을 꾸려가고 삶으로 글쓰는 일을 지탱하는 저자의 노고가 대단하다. '한 달 수입이 0원일 때도 있어요'라는 충격적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은, 윤이나 알바인생 14년을 오르내리며 원고료를 떼먹히는 프리랜서의 현실부터 노동법 테두리 바깥에 서 있는 방송국 작가의 삶, 또 막연한 희망을 찾아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겪은 일, 몸은 편한데 마음 불편할 때 많은 과외와 사람들의 온갖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교외 라이브 카페 서빙 일까지를 두루 훑어나간다.

책은 알바 중에 마주하고 그로부터 깨지고 고통받고 성장하며 발전해온 미쓰윤, 윤이나의 지난 시절을 빼곡하게 담고 있다. 그중에선 물론 자랑스럽고 멋스런 일도 없지 않으나 그보다는 애환이 느껴지는 일이 몇배 쯤은 많다. 알바생이란 대개 손님이며 고용주보다 불안하고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게 마련, 심지어는 요즈음보다 시급이 훨씬 적던 시절의 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던가. 못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서러운 대우가 그를 받는 이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 것인지는 당사자의 눈을 통해 읽을 때에야 제 빛깔을 드러낸다.

미쓰윤의 알바일지

윤이나 지음
미래의창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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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starsky

학술연구에서 독립변인 외의 요건을 통제하여 무엇이 둘 사이의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입증하려는 시도처럼 남자로 인해 극명하게 갈리는 여자의 삶을 안진진의 시각에서 되살려 독자 앞에 펼쳐놓는다. 흔히 말해지는 속담 '여자팔자는 뒤웅박'이란 이야기가 어쩌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가 아닌가 싶어질 정도.

20년이 넘도록 젊은 여성들에게 변함없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소설이 가진 명백한 한계, 이를테면 구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안진진이 제게 다가오는 두 남자 외 다른 이와 관계 맺을 생각은 못한다거나, 후반부에 잇달아 벌어지는 결정적 사건들의 개연성 부족, 나아가 그 결말이 이렇다 할 의미를 창출해낼 정도엔 이르지 못한다는 등의 문제가 뚜렷함에도 긍정적 반응이 재생산되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

그럼에도 가치가 있다면 엄존하는 현실과 그에 반하고픈 욕구 사이에서 인간이 마주하는 고뇌를 자연스레 내보이는 게 아닐런지.

모순

양귀자 지음
쓰다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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