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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담은 그림 (지친 당신의 마음속에 걸어놓다 | 철학자가 그림으로 전하는 인생 읽기)의 표지 이미지

철학을 담은 그림

채운 지음
청림출판 펴냄

본래 예술이란 것이 수용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법이라지만 그림 만큼 해석이 다양한 장르도 흔치 않을 것이다. 표현에의 의지로 가득 찬 작가에 의해 평면의 캔버스 위에 응축되어 태어난 이 창작물은 그 특성 때문에라도 의도를 그대로 읽기가 쉽지 않다. 미술작품에 대해 아는 만큼 보인다거나 생각하는 만큼 볼 수 있다는 말이 따라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니 미술관에서 우르르 몰려다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도슨트를 찾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철학을 담은 그림>은 그림을 통해 독자들을 철학적 사유로 이끌어가는 도슨트처럼 보인다. 저자는 이 에세이에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등장시키며 그로부터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관심가질 만한 이야기로 이어나간다. 앤드루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로부터 현대인의 피로를 읽고 윌리엄 터너의 <눈보라>에서 길을 잃은 현대인의 모습을 찾으며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핀 연못>으로부터 매 순간의 가치를 역설하는 식이다. 모두 4개의 장으로 이뤄진 책에는 20개가 넘는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파울 클레처럼 저자가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의 경우에는 보다 깊이있는 해석과 설명이 이뤄지기도 한다. 파울 클레는 마치 어린 아이가 그린 것 같이 기묘한 작품으로 알려진 작가인데 저자는 추상과 구상 사이에서 저 나름의 방식으로 정면돌파하는 그의 그림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듯하다.

미술에 특별히 조예가 깊지 않은 독자라도 쉽고 편하게 그림을 읽어주는 저자의 친절함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치열한 일상에 지쳐 당장이라도 휴식을 청하고 싶은 이라면 추천할 수 있는 썩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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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다는 건 /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의 유명한 시구를 나는 특별히 다음과 같은 순간에 떠올린다. 캄보디아에서 온 31살 여성 누온 속행이 비닐하우스에서 얼어죽었을 때,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현장에 돼지머리가 놓였을 때,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 때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 노동자가 긴급체포돼 123회나 “거짓말하지 말라”고 다그침을 당했을 때, 올해 1분기에만 20명 가까운 외국인 노동자가 숨졌단 통계를 찾아냈을 때. 나는 나와, 내 이웃과, 내 나라가 다른 누구의 일생을 존중하며 맞이하고 있는가를 의심한다.

소설은 반세기 전 독일의 한국 노동자들과 오늘 한국의 이주노동자를 같은 시선에서 바라보도록 이끈다. 그 시절 한국 노동자에게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었던 것처럼, 오늘 한국땅의 이주노동자에게도 귀한 마음들이 깃들어 있음을 알도록 한다.

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문학동네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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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마저도 자유로울 수 없는 지난 체제의 부조리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봉건사회의 완성형은, 소수의 사디스트와 다수의 마조히스트로 구성된 것'이라는 통찰은 이를 냉철히 되짚어 반성한 적 없는 모든 사회에서 폭력과 존엄의 훼손이란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를 알도록 한다.

잔혹하고 처절한 묘사로 악명 높은 작품이다. 잔혹을 수단 삼아 인간의 극한에 다가선다. 잔혹함을, 또 폭력을 그대로 그를 비판하기 위한 창작의 장치로 활용하는 선택이 천재적이다. 폭력이 짙어질수록 폭력에 대한 비판 또한 강렬해지는 이 영리한 설정은 그를 부담스럽게 여겨온 이마저 일거에 감탄케 한다.

이로부터 일본에도 제 역사를 처절하게 반성하는 작가가 있었단 걸 알았다. 이로부터 봉건질서를 지나온 우리 또한 자유롭지 못한 잘못이 있다는 걸 깨우쳤다. 봉건은, 인간에 대한 인간의 압제는 마땅히 그를 지나온 모두로부터 통렬히 비판되고 반성돼야 하는 것이다.

시구루이 1

야마구치 타카유키 외 1명 지음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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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영 작가의 데뷔작으로 원나라 침입에 맞선 고려의 무장이 실은 현재로부터의 시간여행을 한 고등학생이라는 상상으로부터 흥미롭게 빚어낸 작품이다. 요즘 또 유행하는 전형적 회귀물이지만 당대에선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원나라 침입 시기를 다뤄 눈길을 끈다.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을 적극 버무린 픽션의 결합. 그 결과물이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우는 판타지적 사극으로 귀결됐다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고려의 박서 장군이 살리타가 이끌던 원나라 군대를 귀주에서 격파하고, 재차 처들어온 살리타를 승장 김윤후가 처인성에서 사살한 건 의미 있는 전공임에도 널리 알려지진 못한 사실이었다. 노미영 작가는 역사책 한 귀퉁이에 찌그러져 있던 사건으로부터 매력적인 드라마를 뽑아냈고 이것으로 이 만화가 생명력을 얻었다.

매력적이고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흥미로운 구성, 자기색깔이 분명한 필치까지 압도적이진 않지만 모든 면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좋았다.

살례탑 1

노미영 지음
대원씨아이(만화)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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