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로우
떠나버린 희우와 이유를 모른 채 남겨졌던 주인공의 멈춰진 삶이 수십 년 만에 만나 움직이게 되는 이야기다. 다가선 죽음 앞에서 용기를 낸 그들이 제게 주어진 얼마 안 되는 시간을 힘껏 껴안고 나아간다. 길, 이편에서 저편으로 나아가는 좁은 문이 그들 사이에서 명멸한다.
<길, 저쪽>은 예술로써 전해지는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사진으로, 희우는 글로써, 또 희우의 뒤에 만난 건축가는 건축으로써 이야기한다. 각자의 작품이 제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작품으로써 저의 고난과 그에 대응하는 자세를 전한다. 예술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넘어 서로를 만나고 이해하게 한다. 마침내 그로써 각자의 예술 또한 이편에서 저편으로 넘어서는 순간을 맞이한다.
1986년 태어난 나의 평안한 삶 가운데, 1986년 수레바퀴 아래 깔려 부러지고 이지러진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음을 실감한다. 역사의 발전과 희생의 가치를 믿는 이들의 수고로움을 잊을 수가 없게 되었다. 모두가 정찬의 소설 <길, 저쪽>이 이뤄낸 아름다움이다.
0
김성호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