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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저쪽

정찬 지음
창비 펴냄

떠나버린 희우와 이유를 모른 채 남겨졌던 주인공의 멈춰진 삶이 수십 년 만에 만나 움직이게 되는 이야기다. 다가선 죽음 앞에서 용기를 낸 그들이 제게 주어진 얼마 안 되는 시간을 힘껏 껴안고 나아간다. 길, 이편에서 저편으로 나아가는 좁은 문이 그들 사이에서 명멸한다.

<길, 저쪽>은 예술로써 전해지는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사진으로, 희우는 글로써, 또 희우의 뒤에 만난 건축가는 건축으로써 이야기한다. 각자의 작품이 제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작품으로써 저의 고난과 그에 대응하는 자세를 전한다. 예술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넘어 서로를 만나고 이해하게 한다. 마침내 그로써 각자의 예술 또한 이편에서 저편으로 넘어서는 순간을 맞이한다.

1986년 태어난 나의 평안한 삶 가운데, 1986년 수레바퀴 아래 깔려 부러지고 이지러진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음을 실감한다. 역사의 발전과 희생의 가치를 믿는 이들의 수고로움을 잊을 수가 없게 되었다. 모두가 정찬의 소설 <길, 저쪽>이 이뤄낸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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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조차 없었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이 땅의 여성들에겐 이름이 없었다. 대갓집 마나님은 누구누구 부인이라고, 여염집 아낙은 어디어디 댁이라고들 불렸다. 죽어서도 마찬가지. 비석이며 기록에도 오로지 성씨만이 남기 일쑤였다. 5만 원 권 속 신사임당조차 사임당이란 호가 문집에 남아 알려진 것일 뿐. 이름은 완전히 소실돼 찾아볼 길 없다.

황정은의 소설은 가족의 연대기를, 특히 보이지 않는 짐을 잔뜩 업고 사는 옛 여성의 이야기를 개별적으로 짚어낸다. 당연하지 않은 짐을 당연하게 져왔던 그네들의 사정이 삶 가운데 비슷한 감정을 겪었을 이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 자극이 위로며 응원을 의도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못된 남성과 피해자 여성의 구도가 지겨운 건 사실이다. 올해만도 다섯편, 그렇고 그런 이야기의 반복이 아닌가. 그럼에도 누구에겐 의미가 있겠거니. 입을 다물고서 의미나 더듬는다.

연년세세

황정은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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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사 기자가 보는 지역과 지역언론의 문제를 들춘 글 모음집이다. 지역언론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흔히 듣고 보았을 담론이 반복되는 인상이 없지 않지만, 실제 지역언론 기자로 일하고 있는 이의 글이란 점에서 의미가 없지 않다.

기자로 피부에 닿은 경험을 생생히 써나간 대목이 얼마 되지 않는단 점이 못내 아쉽다. 민감한 대목이나 무리한 비판이 거의 없음에도 제가 일하는 매체와 제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걸린다. 책을 쓴 이가 실제로 어떤 기사를 쓰는지 확인하는 건 책의 진정성을 내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나아가 책의 주제이기도 한 지역기사에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언론과 지역을 생각하는 이에게 필요한 책이다. 지방이 무너지고 언론 또한 무력한 현실 가운데서 가장 먼저 그 폐해와 맞서야 할 곳이 역시 지역언론인 때문이다.

믿기자의 고심

믿기자 지음
편않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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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몰입이 행복, 나아가 삶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소라 평가한다. 몰입할 일이 없는 삶 가운데서 인간은 삶의 주인이 아니라 끌려가는 짐승처럼 살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직장인이 제 삶에 불만족하게 되는 대표적 사례를 언급한다. 누구에게도 득 되지 않는 일을 하는 것, 지겨운 일을 하는 것, 스트레스 받는 일을 하는 것이다. 외로 처우 등 보상의 중요도가 높지 않다는 게 낯설게 다가온다.

책은 위 세 가지 문제를 해소하는 게 삶을 의미 있게 바꾸는 첫걸음이라 말한다. 하는 일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 난이도 있는 과제를 설정하고 해소해가는 것, 몰입을 삶 가운데 둠으로써 즐거움을 찾는 게 구체적 방안이다.

궁극적으론 사는대로 사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라는 것, 제 삶의 선장이 되라는 게 결론이다. 뻔하지만 분명한 결론 뒤로 남겨진 건 게으른 몸뚱이니 즐거움을 느끼기 전에 채찍부터 들어야 할 일이다.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해냄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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