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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요정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엘릭시르 펴냄

다른 세계에서 날아온 매력적인 백인 여자와 우연히 만난 뒤 한 청년 내면에서 일어나는 자그마한 변화를 구구절절 풀어낸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장점, 이를테면 파격적인 설정에서 출발하는 흡인력 있는 전개는 오간 데 없고 미성숙한 자아의 혼란상만 지루하게 이어진다. 역자의 문장도 형편 없음.
2023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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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신분제로 인간을 옭아매고 총칼로 위협해 육신을 지배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누군가는 득을 보고 누구는 손해만 입는 불공정한 세상에서 인간이 알아서 시대(라고 쓰고 기득권이라 읽는다)의 이익에 봉사하니 말이다. 혹자는 그를 물질과 자본, 신자유주의적 착취라고 하지만 이제와 혁명의 가능성은 글쎄.

한병철은 AI가 정보를 매개로 인류를 착취하는 시대가 도래하리라 전망한다. 실재가 더는 중요치 않은 새 시대에 인간은 공동체도, 가치도 잃고 제가 결정권이 있는 양 착각하는 저능하고 화 많은 디지털 가축으로 전락하리란 것.

다정한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를 비정한 철학서로 다시 쓴 듯하다. 좀 뻔하긴 해도 철학적 사고의 지적 즐거움이 분명하다. 책 안 읽는 대중의 멍청함에 대한 날 선 비판이 매섭고 철학이 저널리즘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통렬하다. 그를 겉멋 든 꼰대라고만 여겼던 나를 반성한다. 그렇다고 꼰대 아니란 건 아님.

정보의 지배

한병철 지음
김영사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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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아도 걸작임을 아는 몇 권이 있다. 값진 무엇을 잃고 상심에 빠질 때에만 나는 그를 하나씩 꺼내어 펼친다. 책이 심어낼 작은 빛이 위안이 되기를 소망하며.

어리석은 이들은 세상이 편의적으로 갈라 놓은 대로 모든 걸 이해한다. 말루프는 그 꽉 막힌 구분 너머 연결을 추구한다. 그러면 그 속에서 중동이라 불리던 건 아랍과 페르시아와 튀르크의 세계로, 다시 그보다 복잡한 것들로 갈라지고 이어진다. 힘과 사랑과 우정과 돈과 명예를 좇는 이들이 서로 뭉치고 멀어지고 살았다가는 죽어간다. 그 속에서 의롭고 눈 밝은 자는 친구를 알아보고 턱밑에 겨눠진 칼날 앞에서도 마땅한 곳으로만 향한다. 이쯤되면 내 곁의 어리석은 이보다 서방의 현자를, 내 앞의 불의한 자보다도 동방의 의로운 이를 가깝게 느낄밖에. 이는 말루프가 내게 미치는 백 한 가지 이로움 중 하나다. 어둡고 비좁은 나의 세계가 비로소 트이고 밝아지니 독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마르칸트

아민 말루프 지음
교양인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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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starsky

TV는 라디오를 밀어냈다. 무선통신은 유선전화를 사멸시켰다.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대체했다. 사라진 건 도구만이 아니다. 직업이었고 삶의 형태며 사고방식이었다.

한탸는 고아하다. 사고한다는 게 인간 아닌 신에 닿는 일이란 걸 이해한다. 폐기될 것 가운데 가치를 탐색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아름다움을 구한다. 칸트의 용도폐기 앞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는 이, 그가 있다면 폐지 쌓인 지하실도 보물창고다.

그는 안다. 라디오가, 아날로그가, 팩스가 사라졌듯 제 일 또한 달라지리란 걸. 일자리의 소멸만이 아니다. 편지 없는 시대가 기다림과 추억과 사색과 온건한 정서마저 앗아갔듯이 보물창고도 폐허가 될 테다.

지혜 앞에 어리석음을 택하는 건 자유가 아니다. 지혜에의 모욕이다. 불행히도 시대가 지혜를 모욕하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단 이를 나는 말릴 도리가 없다.

한탸 없는 이 세상은 너무 시시하고 번잡하구나.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문학동네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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