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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장 자크 루소 (지은이), 박호성 (옮긴이) 지음
책세상 펴냄

독서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소개글과 흥미로웠던 서문이 인상적이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옮긴이는 이 글에 대해 루소의 저작 중에서 정치와 교육의 핵심을 다룬 작품이라 적어놓았으나 내가 보기엔 교육에 대한 글이었을 뿐이고 정치에 대해서는 깊이있는 언급이 없어 정치에 대한 글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을 듯했다.

정치와 교육이 작금의 우리사회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민주정이 바람직하게 기능하게끔 하기 위한 가장 큰 과제임을 나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통해 밝힌바 있다. 때문에 나는 나의 사상과 같았던 이 책의 머리말에 공감했고 당대 사회의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한 루소의 접근법에 흥미를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펼쳐든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건 사회의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한 그의 접근법, 고작 서문의 내용 뿐이었다.

서문 이후 서술된 부분은, 전 5장 중 1장의 내용 뿐이라고 하더라도,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물론 주류와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보고,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사고하는 루소라는 사상가의 존재가 가치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많은 경우에 자신이 근거로 삼는 사실을 돌아보지 않고 주장을 펴나가는데 이런 근거들이 사실과 달라 읽기 불편한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논리전개 역시 비약이 심하고 검토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개인적 편견들이 그대로 주장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적지않게 있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나는 그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 대한 감상평에서 '루소의 사상의 원천은 자유가 아니라 무지'라 적은바 있었는데 이 감상은 이 글에 있어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태초의 자연스러운 상태가 어째서 가장 이상적인지에 대해서도, 왜 본성을 그대로 발현시키는 교육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바람직한 인간을 만드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지점에서 본성과 본성이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고 오직 자연과 본성이 제일이라는 주장만을 거듭하는 것은 활자의 낭비였을 뿐이다. 에밀의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에서도 현대과학과 상충하는 주장을 거듭하는 등 인간에 대한 무지가 보여졌는데 이런 부분들이 루소의 주장을 뜬구름 잡는 듯 보이게 하는 원인이 아닐까 싶다.
2024년 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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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사회의 정체성인 동시에 지향을 드러낸다.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주된 창구이며, 백년지대계로써 국가를 먹여 살릴 인재를 길러내는 수단이다. 한국 교육체계가 대학입학을 목표로 막대한 재정과 노력을 들이붓고 있는 가운데 그 효용과 폐해를 짚어보는 건 의미 깊은 일일 테다.

실린 세 편의 글은 각기 저자를 달리해 대학교가 처한 세 가지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모색한다. 처음 건 기업화하는 대학의 문제를, 다음 것은 학벌주의의 폐해를, 마지막은 학생회의 위기를 말한다.

읽다보면 대학이 차지하는 위상이 범접할 수 없는 한국에서 그 기능에 대해 논하는 일이 얼마 없단 게 당혹스럽다. 그러나 여기 직접 스스로의 위기를 논하는 청년 저자들이 있는 것이다. 대학의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며 대안을 논하는 이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한국에 희망이 완전히 죽지는 않았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추락하는 대학에 날개가 있을까

김창인 외 2명 지음
들녘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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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또 한 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요동치게 됐다. 군사와 에너지, 산업과 경제에 이르기싸지 전쟁이란 말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거세게 맞부닥치는 두 나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한반도와 무관할 수 없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크게 기댄 이 나라의 미래가 그야말로 풍전등화, 위태로이 흔들리는 촛불이다.

책은 생물처럼 거듭 변하는 국제정세 가운데 한국의 위치를 고민하게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나라들의 이해관계와 욕망을 이해하고 한국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현 정권과 보낸 지난 몇 년의 시간은 북한과 소통이 단절되고 한미일과 북중러의 블록화가 급속히 지속된 시간이었다. 그 사이 한국은 제 운명을 결정할 주도권마저 잃어버렸고 북한은 남의 전쟁에 제 청년들을 내보낸다. 저자들의 아쉬운 식견에도 이와 같은 책을 꾸준히 읽어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열한 고민없인 한 가닥 희망조차 없기 때문이다.

프레너미

이우탁 외 1명 지음
틔움출판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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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질감을 느꼈다. 그녀와 마찬가지의 꿈을 품고 좌절들을 겪으며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리는 게 글쟁이들이다. 한국에서 글값은 수년이 지나도 제자리 걸음이고, 심지어 적잖은 업체가 그 기본마저 지키지 않고 글값을 내려 깎는다. 유명하지 못한 이들은 그나마의 연재처를 얻기도 어렵고, 그마저 읽는 이의 소멸과 함께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와 같은 현실 속에서도 글로써 삶을 꾸려가고 삶으로 글쓰는 일을 지탱하는 저자의 노고가 대단하다. '한 달 수입이 0원일 때도 있어요'라는 충격적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은, 윤이나 알바인생 14년을 오르내리며 원고료를 떼먹히는 프리랜서의 현실부터 노동법 테두리 바깥에 서 있는 방송국 작가의 삶, 또 막연한 희망을 찾아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겪은 일, 몸은 편한데 마음 불편할 때 많은 과외와 사람들의 온갖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교외 라이브 카페 서빙 일까지를 두루 훑어나간다.

책은 알바 중에 마주하고 그로부터 깨지고 고통받고 성장하며 발전해온 미쓰윤, 윤이나의 지난 시절을 빼곡하게 담고 있다. 그중에선 물론 자랑스럽고 멋스런 일도 없지 않으나 그보다는 애환이 느껴지는 일이 몇배 쯤은 많다. 알바생이란 대개 손님이며 고용주보다 불안하고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게 마련, 심지어는 요즈음보다 시급이 훨씬 적던 시절의 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던가. 못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서러운 대우가 그를 받는 이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 것인지는 당사자의 눈을 통해 읽을 때에야 제 빛깔을 드러낸다.

미쓰윤의 알바일지

윤이나 지음
미래의창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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