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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즐거움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외 33명 지음
인플루엔셜(주) 펴냄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고를 리 없는, 독자의 호불호가 명확할 제목. 영문 제목 역시 <The Joy of Walking>이다.
17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발간된 영미 문학 중 걷기에 관련된 내용을 모아 엮었다.
시대가 달라도 걷는 행위가 주는 정신적인 해방감이나 그로부터 얻는 영감은 동일한가보다. 가끔 나오는 마차 얘기가 아니면 최근에 썼다고 해도 믿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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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말 내용 중 충격적인 것은 당시에는 걷는 것조차 남성적인 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여성이 거리를 산책할 경우 대게 성매매와 연관 지어졌다. 역사적인 맥락에서 이 책에 실린 글을 보면 걷기는 대게 백인 그리고 남성이 위주의 활동이었다.(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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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문학비평가이자 수필가인 윌리엄 해즐넛이 쓴 <홀로 가는 여행>(1821)이 가장 맘에 들었다. 다소 도전적으로 쓰인 글이지만 혼자 걷고 혼자 여행하는 행위에 대한 가장 와닿는 찬양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밝힌 이 글에 대한 위트 넘치는 소회마저도 맘에 든다. “이런 훌륭한 글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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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즐겁게 읽었는데 역시나 영문 시는 내게 영 감흥이 없어서 중반 이후에는 읽지 않고 넘어갔다. 소설의 (아주 짧은)일부를 발췌한 부분은 스토리 내용이 뚝 끊기니 감질이 난다. 전체 소설을 궁금하게끔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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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는다는 것은 분명 한곳을 떠나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일상적인 것에서 벗어난다는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이를 두고 월트 휘트먼은 <열린 길의 노래〉에서 “종이는 책상 위에 두고, 펼치지 않은 책은 책장에 꽂“고 떠나라고 했다. 걷기는 여행이 그러하듯이, 가능성과 자발성, 그리고 자유를 가져다준다.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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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외에서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살면 물론 성격도 거칠어질 것이다. 손이나 얼굴에 각질이 생기는 것처럼, 더 섬세한 우리 본성 위에도 더 두꺼운 각질이 생길 것이다. 심한 육체노동을 하면 손의 예민한 감각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본성도 둔감해질 것이다. 반면 집에만 머물면 피부가 얇아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더 부드럽고 매끈해질 것이며 외부 영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햇빛이 덜 비치고 바람이 덜 부는 곳에 있으면 지적• 도덕적 성장에 있어 외부 영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물론 두꺼운 피부와 얇은 피부가 적절한 비율로 섞이면 좋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표피는 빠르게 떨어져 나가고, 밤이 낮으로, 여름이 겨울로, 경험이 사유로 변하듯이 표피가 떨어져 나간 자리는 자연 치유 될 것이다. 진정한 사색을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공기와 햇살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무감각한 손바닥에 더 섬세한 자존심과 영웅심이 새겨져 있다. 나태한 게으름뱅이의 손보다 노동자의 손을 만질 때 가슴이 뛴다. (p.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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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 인간애를 아는 자라면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단지 경치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침에 출발할 때 느끼는 높은 기상과 기대감, 그리고 하루를 지내고 돌아와 느끼는 안락함과 정신적 충만감에서 오는 즐거움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가방을 둘러메건 안 메건 즐거움은 매한가지다. 출발할 때의 흥분감은 여행을 마친 후에도 이어진다. 도보 여행 그 자체가 보상이며, 이후에도 즐거움이 연이어 따라오기 때문이다. (p.99)
#리딩책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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