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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지음
퍼플레인(갈매나무) 펴냄

전철 안에서 그녀는 울었다. 그것은 장례 첫날 밤, 약을 찾아 관에서 걸어 나온 어머니의 시신을 보고 무섭고 놀라서 흐느꼈던 눈물과는 달랐다. 그것은 그녀가 처음으로 흘리는 애도의 눈물이었다.
그녀가 애도하는 것은 어머니의 죽음이 아니라 어머니의 부재였다. 그녀의 눈물은, 자신에게 생물학적인 의미의 어머니 외에 사회적이고 정서적인 어머니가 존재하지 않으며, 살면서 이제껏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음을 뒤늦게 이해하고 인정하는 눈물이었다.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은 상실할 수 없다. 부재하는 것은 또한 존재하지 않으므로 용서할 수도 용서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러므로 그녀는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삶의 중대한 사건을 맞이하여 아무런 권한도 책임도 없는 완전한 방관자의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울었다.
- 사흘 -

남은 시간동안 우리는 애써 화제를 돌려 다른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잘 풀린 사람도 있었고, 소식을 모르게 된 사람도 있었다. 한 가지 놀랐던 점은, 삼십 대 중반을 달리는 나이에도 여전히 이것저것 '준비'만 하면서 인생의 가닥을 잡지 못하는 사람이 동기 중에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었다.
"전에는 그런 얘기 들으면 그러고 사는 애들이 한심했는데, 이제는 세상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가 막 큰 걸 바란 게 아니잖아? 서른이 넘으면 어쨌든 직장이 있고, 결혼해서 아이가 있고, 안정된 생활이 있고,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고작 그거 이루기가 왜 이렇게 힘드니. 아주 약간 다르게 사는 게 뭐가 그렇게 큰 죄라고? 대체 어디서부터 엇나간 걸까?
- 내 친구 좀비 -
2024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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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가슴, 가족 한 명 한 명의 가슴,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 가슴을 가리키며 내가 모르는 말로 뭔가를 말했어. 하지만 분명 이런 뜻이었을 거야. '우리 아들은 아직 살아 있어'."
흔히 듣는 말이다. 기억에서 살아질 때야말로 사람은 진정한 죽음을 맞이한다고.
"아야나 씨는 아직 에구치 형의 마음속에 살아 있어. 그런 그녀를 데리고 함께 죽어서는 안 돼."
"아야나를 만난 적도 없는 네가 그런 허울 좋은 말을 할 필요는 없어."
"그럼 나를 위해 살아줄 순 없어?"
"널 위해서?"
"나는 친구가 많지 않아."
에리사와는 그렇게 말하며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었다.
"스무 살 때 기숙사생이던 나를 기억하는 건 형뿐이야. 형의 기억 안에서만 그 시절의 내가 살아 있어."
농담 섞인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 네가 무정하게 살아온 대가일 뿐이지."
"형이 죽으면 내 일부도 사라져. 그 시절의 나를, 그 시절의 우리를...... 함부로 죽이지 마."
"너......"
"허울뿐인 말 한마디라도 하지 않으면, 이런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잖아."
에리사와가 입술을 깨물었다.
방 안에 커피 향이 다시 돌아왔다.

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내친구의서재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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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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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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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지음
&(앤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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