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에 걸쳐 근현대 한국사의 어느 그늘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스로와 딸들을 지켜 온 여성들의 이야기인데, 이렇게 설명하니 장엄한 대하소설 같지만 오히려 이 작품은 담담한 에세이 같다.
상처를 입을까 두려워하며, 스스로를 미워하며 세상에서 버티는 방법을 찾은 이들은 딸들이 같은 일을 겪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건 또다른 방식의 상처와 외로움이 되어 유전된다. ‘나(지연)’의 시점으로 시작해 감정이입을 이끌어 낸 소설은 점차 다른 세대로 공감의 대상을 확장하고, 화해까지는 못 가더라도 어렴풋한 이해로 관계를 진전시키며 독자를 울리고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