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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빈의 환영: 영화관을 나서며 (영화관을 나서며)의 표지 이미지

손정빈의 환영

손정빈 지음
편않 펴냄

손정빈이라는 기자의 성장기이며 영화예술과 주고받은 상호작용의 기록이고, 동시에 언론의 교육시스템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그중 어느 하나를 선명히 택하고 있지는 않으나 부분적으로 이 모두를 에둘러 훑어가는 글 모음집이라 할 수도 있겠다. 또한 이 같은 주제들과 동떨어진 글, 이를테면 배우와 영화에 대한 간단한 소회 또한 함께 실렸다.

이렇다 할 인상 깊은 대목도, 업이며 삶에 대한 깊이가 느껴지는 부분도 없어서 수많은 책 사이에서 굳이 집어 읽을 가치가 있는가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술술 잘 읽히는 글 만큼은 장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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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이 가진 커다란 미덕은 선명성이다. 책을 뚫고 비어져 나오는 글은 저자가 글쓰기에 특별한 솜씨를 갖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강렬하게 전달된다. 특유의 거침없는 기질에 더해 단련된 성격과 자신감이 선명한 목소리를 이룬 것이다. 실생활에서 필요한 의사며 변호사를 대하는 법, 돈을 불리는 법, 배우자를 고르는 법, 전공과 직업을 정하는 법, 무엇보다 일을 대하는 자세 등에 대한 가르침은 그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이들조차 귀담아 들을 만큼 선명하고 조리가 있다.

가치가 무너진 시대, 이같은 선명성은 특별한 힘을 발휘한다. 이를테면 저자는 시종 제 일에 전념을 다할 것을 주문한다. 그저 열심히 하는 것을 넘어 '박박기는' 정도의 자세를 요구한다. 주5일제로 대표되는 삶과 업의 균형은 그에게 가당찮은 소리다. 성공이라는 목표를 세웠다면 주말이고 야근이고 마다않고 전력투구를 하는 것이 기본이란 이야기다. 그저그런 태도로는 성공에 이를 수 없고, 이 시대 아주 많은 이들이 그저 그런 노력으로 그 이상을 기대하며 비루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을 던진다.

누군가는 시대에 맞지 않는 얘기라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부에 앞서 업을 이야기하는 태도만큼은 근래 보기 드문 귀한 자세가 아닌가 그런 생각에 이른다. 부를 좇는 이는 많지만 업을 생각하는 이는 적은 세상이 아닌가. 욜로족이며, 월급루팡 같은 신조어가 연달아 등장했던 지난 수년 동안의 한국사회를 돌아보며 중심이 되어야할 건 결국 업이란 말에 동감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글에 능하지 못함에도 대필 대신 직접 쓰기를 선택한 탓에 문장과 철자에서 모자람이 두드러진다. 적극적인 기질 탓에 쉬이 단정 짓는 태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는 점도 아쉽다.

서평을 위해 아무렇게나 펼친 페이지마다에서도, 쉽게 작가가 편협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부자는 금이나 보석을 싫어한다'거나 '인도가 가난한 이유는 힌두교 때문'이라거나 '여자들은 미남이 물건을 판다고 해서 지갑을 열지 않는다', '막노동자들 중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 잘하는 사람을 보았는가?' 같은 곳. 이렇게 쉽게 반박이 가능한 주장을 필요이상 단정적으로 한다는 점이 그렇다.

그러나 그런 단점과 비할 수 없는 귀한 가르침이 곳곳에 담겨 있으니, 삶 가운데 멋진 선배를 가지고픈 사람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어른은 적고 꼰대는 많은 세상, 그럼에도 일단 책을 펼치면 어른의 면모를 발견하게 될 테니 말이다.

세이노의 가르침

세이노 지음
데이원 펴냄

1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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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냉전과 그 대결이 우주탐사 경쟁으로 이어질 것임을 일찌감치 예견했고, 외계종족과 인간의 첫 조우로부터 이어질 수 있는 위기의 가능성을 색다르게 묘사했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로, 또 깊이 있는 주제의식으로 많은 작품에 변주되었다. 무엇보다 인간이란 존재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갖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소설의 첫머리, 한 천재적 인간이 백만의 다른 평범한 이와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는 인식, 또 여기 적을 수 없는 소설의 결말은 꽤나 흥미로운 질문으로 이어질 밖에 없다. 문명의 진보와 종의 존속, 개체의 평안 사이에서 인간이 진정으로 지향할 가치가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그저 개인의 삶 너머의 것을 좀처럼 생각하지 않는 현대의 인간에게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일 것이 분명하다.

유년기의 끝

아서 C. 클라크 지음
시공사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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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이 힘겨운 순간을 지낸 뒤 마음에 남았던 한 가지는, 충실히 대하지 못하고 지나친 감사의 순간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소한 소음처럼 지나보냈던 그 귀한 마음이 위기의 때마다 다가와 저를 일으키는 힘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리하여 제 때에 제대로 된 감사를 했어야만 했다는 깊은 인식에 가닿는 그 마음이 장하게까지 읽힌다. 정말이지 사소하게만 느껴지는 무엇들이 실은 더없이 중요한 것이라는 걸 우리는 자주 잊고 산다.

<살고 싶다는 농담>이 가진 미덕 중 하나는 인간은 어떤 순간에도 생을 이어가고자 한다는 걸 알게 만든다는 점이다. 고통스러워 포기하고픈 순간에도 생은 살아있음 그 자체를 지켜내려고 발버둥친다. 때로는 그와 같은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하고 사소한 사건들에 마땅한 답을 내어놓는 일, 그것이 인간이 인간을 지켜내는 방법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책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막막한 두려움 앞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던 한 인간의 여러 순간을 진솔하게 그린다. 비록 스물다섯 편의 글이 하나의 주제로 꿰어지지 않고, 중반부 이후부턴 여기저기 쓰인 글을 억지로 끌어다 묶어낸 것처럼 느껴지지만, 몇 편의 글에서 묻어나는 진솔함만큼은 적잖은 독자를 움직여 내리라고 나는 그렇게 여긴다.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 (지은이)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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