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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의 표지 이미지

라틴어 수업

한동일 지음
흐름출판 펴냄

유럽에서의 생활과 서강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겪은 일을 아우르는 가벼운 에세이다. 오늘의 젊은이를 독자로 상정하여 적당한 자극과 위안을 던진다. 대단한 통찰이나 돋보이는 문장을 찾아보긴 어려우나 삶에 지친 이들에게 휴식이 되는 독서란 점은 읽은 이들에게서 흔히 마주하는 감상이다.

혹자는 다소 시시한 에피소드의 나열이라 비판할 수도, 성공한 어른의 흔한 가르침이라 고개를 저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삶 가운데 존재 자체를 응원하며 독려하는 어른을 만나보지 못한 이들에겐 충분한 자극이 될 수도 있을 책이다. 때문에 이 책이 갓 대학에 입학한 학생 선물로 인기가 높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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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제가 선 곳으로부터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서 다른이를 판단하는 무지며 오만과 자주 마주한다. 살아온 삶의 궤적이 완전히 다른 개인이 웬만한 수련으로는 제 자리에서 남을 이해할 수 없음에도 인간들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이를 오판한다.

근래 벌어진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논란도, 최재형 선생에 대한 역사의 망실도 모두 이 같은 오만으로부터 출발한다. 러시아 국적을 갖거나 소련에 동조한 선택은 이들이 노비의 자식이며, 조국 강토를 잃고 터전이 없는 곳에서 조직과 과업을 이루기로 한 선택에 따른 것이다. 상하이파가 독립운동의 대세가 된 건 당시의 누구도 읽어낼 수 없는 급변하는 세계질서의 우연적 결과 때문이지 다른 무엇도 아니다. 대체 당시의 어느 누가 러시아와 일본을 동맹국으로 만든 1차대전 발발을 예상할 수 있었을까.

최재형은 노비로 태어나 타지에서 맨주먹으로 성공을 일궜다. 그 모든 성공을 제 출신국의 인민과 나누려 했다. 교육사업과 실업진흥, 무장투쟁과 안중근의 의거를 모두 지원한 보기 드문 인물이기도 하다.

그 업적의 근간이 열두어살부터 유럽으로 떠난 항해들에 의지했단 건 다분히 인상적인 대목이다. 상하이파 집안 좋은 샌님들이나 조선 관료 출신 운동가들이 갖지 못한 세계관을 노비의 자식이고 러시아 선장에게 거둬진 최재형은 일찌감치 가졌던 것이다. 열두어살에 표트르 대제가 세운 유럽의 창을 보고,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의 서로 다른 발전을 목격하며, 무엇보다 그 험난한 항해로 얻을 것이 무엇인가를 확인한 최재형은 전과는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되어 열일곱에 배를 내렸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전에 읽은 소설보단 낫지만 전기가 아주 잘 쓰였다고는 못하겠다. 사료가 부족하여 몇몇 학술서에 크게 의지하는 탓이겠다. 그러나 최재형의 독특한 삶은 그 시대 보통의 삶과 크게 다른 것이었고, 나는 그 다름이 어디로부터 유래한 것인지에 큰 관심이 있다. 왜 누군가는 다른 이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가, 나의 관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잊혀진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문영숙 지음
우리나비 펴냄

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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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소년 최재형이 러시아의 신망 있는 사업가이자 한인 지도자, 나아가 독립운동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가출하여 선한 러시아 선장 부부에게 거둬지고 상선 선원이 되어 넓은 세상과 만나는 모습은 읽는 내내 마치 어린 최재형이 된 것 같은 설렘을 안긴다. 모든 것이 새로움이고 배움이었을 나날이 그를 얼마나 큰 사람으로 성장시켰을 지가 선하게 그려진다. 바다에서 돌아온 최재형은 러시아 상사에서 근무하며 인맥과 사업수완을 길러나간다.

러시아어가 능통하고 세상물정을 아는 청년 최재형이 한인사회에서 걸맞는 쓰임을 얻는 건 당연한 일이다. 넉넉한 마음으로 제 뿌리를 잊지 않은 최재형은 러시아 사회의 인정과 한인들의 지지를 받아 오늘의 군수쯤인 도헌에 임명된다. 아관파천 뒤 러시아를 중요하게 여긴 한인들이 최재형을 찾으며 점차 정세에 눈을 뜨고, 나라가 위험에 처한 뒤부터는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나선다. 그로부터 러시아 독립운동의 중심 격 인물이자 안중근의 하얼빈 의거의 배후로 혁혁한 공을 세우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최재형이란 인물이 가진 가치와 가능성에 비해 소설의 매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유는 단 하나, 작가의 역량부족이다. 그러나 그녀의 노력으로 최재형이 제 평가를 받아가고, 멸실됐던 묘역이 복원되었으며, 그 자손들이 마땅한 대우를 받게 되니 한낱 소설의 완성도로 폄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문영숙 지음
서울셀렉션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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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 빤스 내리고 뛰어다니는 이를 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빤스 내리고 뛰는 이에게 고맙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내게 빤스를 내리고 달릴 용기가 없다 해서 그가 대단하다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튼 즐겁게 본 건 사실이다. 작가 포함 모든 바바리러너들의 안녕을 기원하겠다. 더 참신한 후속작도 기다...

역행자

자청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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