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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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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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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0

타투를 한 사람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 🤔


📚 사실 타투로 상처를 치유받는다는 말에는 오류가 있다.
타투를 새기는 일 자체가 상처를 내는 과정이어서 치유보다는 또 다른 상처를 입히는 일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상처는 치유의 기능을 하며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상처를 상처로 치유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나는 다음에도, 다다음에도 타투의 상처를 감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물론 커버업하고 싶은 타투는 아직은 존재하지 않지만. ‘완전히 망했다’라는 말에도 오류가 있음을 이제는 안다.
완전히 망한다는 건 없다. 완전히 망했을 때도 우리에겐 다음이 있고, 다시 망한대도 또 그다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방법은 있다.
다시 시작하기만 한다면.

아무튼, 타투

오희라 지음
제철소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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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0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님 작품이라도 흐름 끊기면 끝이야 🤧

개인적으로 조예은 작가님 작품 넘 좋아해서 모든 책 다 읽는데 읽다가 흐름 끊긴 1권은 1년째 못 읽는 둥....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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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0

출퇴근길에 웃는다는 것 - <아무튼, 타투>

우리 집에서 회사까지는 왕복 세 시간이 걸린다. 회사를 가려면 버스를 한 번,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야 한다. 신도림역과 합정역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데, 출근 시간대에 온 세상 사람이 다 모인 것 같은 그곳을 통과하다 보면 말 그대로 인류애를 잃는다. 누군가 내 앞길을 가로막기라도 하면, 부딪히기라도 하면, 밀치기라도 하면 속으로 별별 욕을 다 한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된다.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까 봐 다급하게 손으로 입을 틀어막기도 한다.

퇴근길에 비하면 출근길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저녁 6시, 회사 일로 지친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집에 빨리 가려고 그 누구도 양보하지 않는다. 더 먼저, 더 빨리 가려고 경쟁하고 애쓸 뿐. 지옥철에서는 아무도 입을 열진 않지만 모두가 한껏 예민해져 있음을 음울한 기운만으로도 느낄 수가 있다. 사람들은 서로의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 몸을 움츠려보지만,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 결국에는 몸과 몸이 닿을 수밖에 없고, 미간이 찌푸려지고, 기분을 잡친다. 대부분의 하루는 그런 식으로 끝이 난다.

하루는 퇴근길에 나와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던 누군가와 살짝 부딪혔다.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마치 슬로모션 기능으로 영상을 찍을 때처럼 그의 얼굴이, 아주, 느리게,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사람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진 않았지만 미간에 선명한 주름이 질 정도로 인상을 팍 쓰고 있었다. ‘저렇게까지 화날 일인가?’ ‘내가 잘못한 건가?’ 재빨리 멀어지는 그의 뒤통수에도 표정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이내 덩달아 기분이 나빠졌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난데없이 떠오르듯이 그의 표정은 불쑥불쑥 기억 속을 비집고 나왔다. 출퇴근길에 흔히 겪는 일인데도 1초도 안 되는 그 찰나의 순간이 왜 그렇게 자꾸만 생각났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스크린도어 앞에 섰을 때, 어딘가 낯익은 표정이 보였다. 열받아 죽겠다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희망은 없다는, 불행을 다 떠안은 듯한 표정. 그러니까 나는 나와 부딪혔던 그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출퇴근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열받아 죽겠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고,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희망은 없다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힘들긴 하지만 버틸 만하니까 포기하지 않고 다니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까지 인상을 쓰고 다녔을까?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힘든 걸 티 내고 싶었던 걸까? 누구라도 나 좀 알아달라고 발악한 걸까? 만약 누군가가 그런 내 표정을 보았다면 그 사람에게도 나의 부정적인 감정이 옮겨 갔을 게 분명하다. 옆 사람의 한숨 소리만 들어도 신경 쓰이는 게 사람이니까.

그 일을 계기로 되도록 웃으며 지내자는 의미로 눈에 가장 잘 들어오는 위치인 오른쪽 손목에다 스마일 타투를 그려 넣었다. 원래 손목에 있던 작은 점을 한쪽 눈으로 삼고, 윙크하고 있는 눈과 활짝 미소 짓고 있는 입을 그려 넣었다. 타투의 크기가 아주 작은 데다 그림이 어딘가 하찮아 보여서 오히려 더 깜찍하다.

무표정으로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스마일 타투를 보면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가끔은 그 타투가 어이없을 정도로 귀여워 보여서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따지고 보면 헛웃음도 웃음이긴 하네. 마음이 아파 엉엉 울다가도 스마일 타투를 보면 어쩐지 타투가 ‘기분이 나쁠 땐 이 표정을 따라 해봐!ㅇ_≺’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또 웃음이 난다.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는다는 말처럼 어렸을 때는 별거 아닌 일에도 배를 부여잡고 웃었는데, 이제는 한 번도 웃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늘어간다. 감정에 무뎌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직장인이라 그런 건지…. 활짝 웃는 표정을 지으면 굳어 있던 안면 근육이 덜덜 떨릴 정도다. 하지만 억지로 미소 짓다 보면 기분이 점차 나아지기도 한다.

이제는 힘들고 화나는 일이 있어도 되도록 인상 쓰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짜증 나면 차라리 웃어버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핰핰핰!’ 하고 육성으로 웃는 게 아니라 그냥 슬쩍, 아무도 모르게 미소 지어보는 것이다. 정말이지 웃어서 나쁠 건 없다. 그러니 그냥 웃어버리자. 힘들수록, 열받을수록, 월요일일수록.

만약 누가 나를 열받게 한다면 그 사람에게 다가가 영화 〈스마일〉 속 인물들처럼 섬뜩하게 씨—익 웃어주는 게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

아무튼, 타투

오희라 지음
제철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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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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