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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 (트레이시 슈빌리에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하빌리스 펴냄

이전에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베르메르의 "진구 귀고리 소녀"를 바탕으로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를 쓴 바 있다. 책을 읽어도,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보아도 마치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을 것만 같았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 역시 그랬다. 진짜 이들의 삶처럼 느껴져 훨씬 더 공감되고 마음 아팠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은 화석 수집가 메리 애닝의 삶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따라서 책 속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을 실존했던 인물들이며 영국의 도싯주 라임 리지스 쥐라기 절벽(대부분의 과학자들)이나 그 동네를 방문한 사람들(제인 오스틴)도 작가의 탄탄한 조사 덕분에 이 이야기가 실제인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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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번개 맞은 아이의 독백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아이는 리지스 절벽에서 살아 온 메리 애닝이며 이 짧은 한 장의 독백 이후 엘리자베스 필폿이 1인칭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런던에 살던 중상류층의 이 여인이 자매들과 어떻게 시골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 그리고 문화와 사교가 가득한 런던 대신에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떻게 화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화석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게도 그 번개 맞은 아이, 메리 애닝과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두 사람은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평생의 친구가 된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각각의 사건에 대해 두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하는지를 독자는 마치 추리를 맞추듯 따라간다. 두 사람의 신분 차이 때문에, 또한 인류 과학사에 크게 남을 메리의 업적과 당시의 차별 때문에 겪어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 교육을 받을 수도 자신의 업적을 남길 수도 없는 가난하고 미천한 신분의 여성이 어떻게 새로운 종을 찾아내고 결국엔 자신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감동이 밀려온다.



소설은 메리 애닝의 전 생애를 다루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것저것 더 찾아보게 되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쥐라기 시대 어룡의 화석을 찾아낸 메리 애닝만큼 엘리자베스 필폿의 이야기는 많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지역에서 이 두 여성이 평생을 친구로 지내며 신분을 뛰어넘는 교류를 한 사실은 여전히 놀랍다.




책 표지 안쪽엔 메리 애닝이 평생동안 찾아 낸 화석이 설명과 함께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아직 종교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과학계의 이야기와 전혀 낯설기만 하던 화석의 이야기들이 숨도 못 쉬고 읽게 하는 힘이 있는 소설이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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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kles

자주 기웃거리는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내 눈에 걸린 책 한 권.

눈에 띈 이유는, 표지 속 그림이 누가 그린 것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애 좀 키워봤다면 누구나 알아봤을 ~ ㅎㅎ

그 "앤서니 브라운" !!! 세상에~ 보통 그림책만 그리지 않나? 언제 이런 동화책을 내셨대? 하고 자세히 들여다 보니~ 헉헉헉!!!! 작가는 이언 매큐언이다. 네? 뭐라고요? <속죄>의 그 이언 매큐언이요? 어째서? 무섭고 두려워서 아직도 정독하고 있지 못한 그 <속죄>를 쓴 작가가 동화책을 썼다고요?

폭풍 검색에 들어간다. 아~ 그의 동화책은 딱 이 한 권뿐이다. 거기에 앤서니 브라운 그림이라니~! 흥미가 확~! 당긴다.결국 GET!



책을 펼치면 바닷가 앞 파도를 바라보는 한 소년의 뒷모습이 등장한다. 뭔가 묘하게 쓸쓸해 보이기도,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 이 그림을 넘기면



"나는 다른 형상으로 몸을 바꾼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참이다."...<변신 이야기 1권> 오비디우스 ...7p



아마도 이 첫 인용 문장이 이 책의 소재가 될 것 같다.



피터는 평소 몽상에 자주 빠지는 소년이다. 가족들은 진짜 피터의 모습을 알지만 학교에서나 밖에서 이런 피터의 모습을 보면 느리고, 아둔하고 아무 생각 없는 소년이라 여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피터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한 책이다. 항상 느리고 멍한 피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실제 일어난 일인 것처럼 펼쳐진다.



평소 싫어하는 여동생의 인형과 한판 싸움을 하기도 하고, 가족들이 회사와 학교 갈 준비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언제나 느긋한 고양이나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평화를 뒤흔드는 이모의 아들로 변신하기도 하고, 학교의 주먹대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도, 동네 도둑을 직접 잡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이 모든 일을 피터는 몽상으로 한다. 하지만 이 몽상은 그저 몽상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변 인물들이나 사물을 의인화하여 그 대상과 직접 대화하거나 그 대상이 되어봄으로 인해 "역지사지"를 제대로 깨닫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터는 겉모습만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고 멍해 보일지라도 자신의 몽상을 거쳐 더 깊고 더 좋은 해결책을 찾아나간다.



초등 고학년 정도의 아이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겠지만 <학교에 간 사자>를 재밌게 읽은 아이들이라면 중학년도 충분히 즐기며 읽을 수 있다. 피터의 몽상 자체를 즐길 수도 있겠지만 그 몽상을 통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까지 읽어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

피터의 기묘한 몽상

이언 매큐언 지음
아이세움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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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kles

좋은 책을 만나면 이 책을 쓴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하게 되고 그 작가의 책을 계속 따라 읽게 되는 것 같다. <어떻게 지내요>를 읽은 후 시그리드 누네즈라는 작가가 각인되었고 그 이후 <친구>는 그녀의 세 번째 읽는 작품이다. 작가 소개를 보면 시그리드 누네즈가 이름을 알린 첫 작품은 <A Feather on the Breath of God>이라고 하는데 국내 번역 작품으로는 찾아볼 수가 없어 안타깝다. 이후 <친구>로 2018 전미 도서상을 수상했다고 하고 기 이후의 두 작품을 내가 먼저 읽어본 것 같다.



개인적으론 처음 읽었던 <어떻게 지내요>가 작가의 특성을 잘 드러낸 작품이 아닌가 싶다. 작가의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가장 관심있어 하는 주제가 "삶과 죽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어떻게 지내요>가 그 주제를 가장 편안하고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반면 <친구>는 무척이나 실험적인 작품이다.



1인칭 화자가 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그 친구에게 보내는 형식인 <친구>는 하지만 그 친구의 의미가 비단 그 한 명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또한 독자는 이 편지를 읽어나가며 화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관계를 맺어가는지 추측해야 한다. 그러니 결코 쉬운 글은 아니다. 하지만 이 과정 자체가 하나도 장애가 되지 않을 정도로 책의 내용은 사유가 깊다.



"나"와 죽은 이는 한때 잠깐 연인이기는 했으나 이후 계속해서 친구로 지냈다. 하지만 단순히 친구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두 사람은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고 그의 부인들에게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은 이런 관계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므로. 그런 그가 자살을 했다. <친구>에서 "나"는 자살한 나의 친구에게 그동안 자신과 그가 나눈 이야기들, 주변의 상황, 나의 일상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자신의 쓰는 작품의 이야기와 깊은 고민까지 두서없이 적어나간다. 여기에 하나 더. 그가 죽은 후 세 번째 부인에게서 떠맡게 된 아폴로라는 그의 개와의 일상까지. "나"는 마치 남편을 잃은 듯한 상실감에서 이 아폴로와의 동거를 통해 조금씩 안정되어 가지만 이미 나이가 많은 아폴로와의 이별도 차차 생각해야 한다.



두 친구는 작가이며 교수다. 문학계에 대한 많은 이야기와 서로 나눈 작품들이 시도때도 없이 등장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는 기쁨이 크지만 무엇보다 죽은 사람과 죽음을 곧 맞이해야 하는 상황, 더불어 "죽음"이라는 것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까지 여러 생각을 함께 하게 된다. 역시 좋은 작가다.

친구

시그리드 누네즈 (지은이), 공경희 (옮긴이) 지음
열린책들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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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네버

@yhkles

이 얇은 책을 읽겠다고 도서관에서 얼마나 연장을 했는지~ 다 읽고 나니 허무함~ 한가득 ㅋ



뭐,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는데

주인공의 사랑에 대한 설렘, 기다림, 운명론에 공감하기엔 내가 음~ 늙어버렸다는 거 ㅎㅎ



여주인공 콩스탕스는 에밀 아자르, 로맹 가리를 사랑한다. 그의 모든 책을 구해놓고 아껴 읽는 중. 하지만 작가는 이미 세상에 없으므로 언젠가 그의 책을 더 읽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 후 다른 작가도 찾아보기로 하고 도서관에서 여러 책을 대여한다. 그러다 발견한 밑줄. 콩스탕스는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하고 운명의 그를 찾기로 한다.



나도 한때는 사랑에 대한 이런저런 로망을 가졌더랬다. 중학교 시절 순정 만화를 보며 말이다. 하지만 이미 20대에는 그런 로망을 가졌던 것 같지 않다. 역시 극T는 어쩔 수 없는가~ㅋ



아마도 <밑줄 긋는 남자>는 그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 아닌가 싶다. 책이나 영화, 상상 속의 인물과 사랑에 빠질 수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허무맹랑한 소설들보다는 좋았다.

밑줄 긋는 남자

카롤린 봉그랑 지음
열린책들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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