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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 왕자 (갱상도(Gyeongsang-do Dialect))의 표지 이미지

애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은이), 최현애 (옮긴이) 지음
이팝 펴냄

단어 몇 개의 차이만으로 <애린 왕자>의 독자는 <어린 왕자>와는 전혀 다른 감흥을 받는다. 심지어는 주인공과 그가 만난 어린 왕자의 성격이며 분위기, 인상까지가 전혀 다르게 그려지는 것이다. 이를 보다보면 아마도 프랑스와 한국, 미국과 일본, 독일과 체코에서 소설 속 인물을 전혀 다른 성격으로 상상할 수 있겠구나, 아마도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언어란 그만큼 힘이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애린 왕자>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이다. 같은 작품임에도 전혀 다른 감상을 느끼게 하고, 나아가 언어가 가진 힘을 실감케 하는 것이다. 읽기 전엔 다다르지 못했던 감상을 겪는다는 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다는 뜻이니, 이 짧은 소설이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란 그저 생텍쥐페리가 의도한 것 그 이상이라 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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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 빤스 내리고 뛰어다니는 이를 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빤스 내리고 뛰는 이에게 고맙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내게 빤스를 내리고 달릴 용기가 없다 해서 그가 대단하다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튼 즐겁게 본 건 사실이다. 작가 포함 모든 바바리러너들의 안녕을 기원하겠다. 더 참신한 후속작도 기다...

역행자

자청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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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소설의 장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감각과 그 감각이 불러오는 이미지를 생생히 펼쳐내는 문장이 두드러진다. 소설을 읽고 있자면 소년과 소녀가 만나는 풍경이며 떠오르고 가라앉는 여러 순간들, 환상의 도시와 울렁이는 벽과 메마른 개울, 낡은 다리가 눈앞에 선하게 펼쳐진다. 그가 자주 불러와 활용하는 음악과 술과 음식 또한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이를 좋아하는 독자를 만족으로 이끈다.

다만 명확하고 뜨거우며 박동하는 무엇을 찾는 독자는 길을 잃기 쉽다. 흩어지고 기능하지 못하는 인물과 사건, 장치들, 분위기를 제하면 좀처럼 멋을 찾기 어려운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말 그대로 취향을 많이 타는 소설로, 삼십대 초반에 쓴 작품이 아주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가 수십 년의 시차를 두고 새로 나온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문학동네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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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표면에 가려진 이면, 즉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옳은 길로 가면 부러지고 부서져서 끝끝내 목표에 이를 수 없다고 여겨지는 세상이 아닌가. 그러나 누구보다 험난한 상황 가운데서 정도로 지극한 지점에 이른 사내가 먼저 살아갔던 것이다.

나는 그의 이야기가 역사로 남아 있는 것이, 또 전 국민이 그의 이름 석 자를 알고, 광화문 복판에서 그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 희망이라 믿는다. 그로부터 나는 결심한다. 남은 생 가운데 부끄러움은 허락하지 않겠다고, 운이 좋아 쓰임을 얻는다면 장군이 그러했듯 죽을힘을 다해 정성스럽게 살고 싶다고 말이다.

이순신, 하나가 되어 죽을힘을 다해 싸웠습니다

김종대 (지은이) 지음
가디언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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