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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산문집)의 표지 이미지

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달 펴냄

경계성 인격장애와 우울증을 오래 겪었다는 고백, 불운하고 불행했던 가정사며 성장과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일찍 결혼했다 일찍 이혼을 한 과거, 좋아하는 음식도 편하게 먹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된 건강, 제 어머니에 대해 '엄마만 없다면' 하고 수없이 되뇌었다던 애증의 감정 등이 여러 글 가운데 반복하여 등장한다.

보통이라면 꽁꽁 감추고 싶었을 이야기들을 바깥으로 꺼내어 바라보는 일련의 과정이 저자에게 치유며 안식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글이란 그렇게 타인이 해주지 못하는 위로를 전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느 하나의 주제로 묶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글이 나오지만 특별히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다. 친구와 사랑과 관계 같은 것들이다. 책에는 거듭하여 관계맺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대목들이 등장한다. 저와 생각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 동류라는 동질의 행복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간절히 찾는 듯 보이는 그의 태도가 간절하게 느껴져서 애처롭다.

<보통의 존재>가 보여주는 이석원은 한없이 보통의 존재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특별하게 느껴진다. 누구는 그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누구는 내가 그렇듯 그와는 도대체 단 하나의 공통점도 찾아볼 수 없다고 놀라움을 표할지도 모른다.

취향, 가치관, 태도, 기질이며 성격까지 나와 이토록 다르다는 안도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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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가 오로지 소비에서 끝나지 않는단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더 많은 소비를 위하여 우리는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 더 많은 생산에서 끝나지 않고 더 많이 폐기해야 한다. 그리하여 합리적 소비를 막기 위한 온갖 술수가 동원된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 경제규모의 확장이 인류를 구원하리란 믿음이 곳곳에서 깨져나간다. 자본주의의 실패 또한 수습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에너지 수급과 쓰레기 처리,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문제를 인류는 감당치 못하고 있다. 문학이 자리를 틀고 앉아 매일 하던 이야기만 반복한대서야 세상과 유리된 오락과 구분할 수 없는 일이다. 문학이 인간의 사상과 예술, 지성의 정수로써 작가와 독자를 잇는 창이라면, 이런 작품이야말로 기꺼이 제 역할을 모색하는 책이라 할 것이다.

실린 작품의 착상이며 구성, 완성도에 일부 아쉬움이 있지만, 적어도 근래 한국 문학 가운데 흔치 않은 시도란 건 분명하다.

최소한의 나

이준희 외 6명 지음
득수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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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아끼는 이들이 파리를 가면 반드시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카페. 레 뒤 마고, 카페 드 플로르, 르 프로코프, 르 돔, 본 프랑케트, 르 타부 같은 곳들. 그저 카페인 것 만이 아니다. 가게마다 유명한 작가들, 이를테면 샤르트르와 보부아르, 카뮈, 콕토, 랭보, 헤밍웨이, 카파와 브레송, 피카소와 모딜리아니 같은 이들과 얽힌 사연이 한가득이다. 이곳을 찾는 건 예술과 역사, 낭만과 아름다움을 만나는 일이다.

책은 한반도, 특히 모던 열풍이 일던 1920년대 이후 십수년 간 이 땅에서도 명사들이 카페를 찾아 교유하고 작품을 빚던 시기가 있었단 걸 알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굴곡진 역사는 저기 파리처럼 우리의 공간을 지켜내지 못했고, 그나마 남은 건물들마저 지켜내지 못했음을 일깨운다. 그마저도 이를 기억하는 이가 없다. 이 얼마나 빡치고 쪽팔린 일인가 말이다.

개화기 한국 커피역사 이야기

김시현, 윤여태 (지은이) 지음
피아리스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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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주제를 다룬 24편의 글이 그가 발표한 소설과 시, 극본에 깔린 저자의 인간관이며 세계관을 알기 쉽게 드러낸다.

온갖 압제와 억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 육체와 정신의 진정한 자유를 실현해야 한다는 일관된 주장이 비교적 깔끔한 구성 아래 들어찬 게 특징적이다. 날카로운 시각과 흥미로운 사유 사이로, 마광수의 저술에 기대하게 되는 것, 즉 과격하여 무리하게 느껴지는 논리 전개를 마주하는 재미 또한 상당하다.

물론 공감하는 대목보단 반박하고 싶어지는 부분이 훨씬 많은 책이다. 그것이 그대로 마광수를 읽는 즐거움이란 걸 그의 애독자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남이 듣기 좋은 글만 쓰는 것이 미덕이고 더 나은 작가인양 추켜세워지는 세태 가운데서, 웬만한 비판쯤엔 즐기듯 부딪치는 그의 글이 매력을 뿜어낸다.

책 가운데 여러 면모를 가만히 들여다보자니 조금의 불편에도 한없이 민감한 오늘의 독자에게 이곳이 어떻고 저곳이 저렇다며 뜯기고 씹힐 구석이 수두룩한 걸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오늘의 작가는 더 자극적이고 파격적이며 거침없는 생각을 활자로 적지 못하게 된 건 아닌가, 그런 생각에 이르고 만다. 그렇다면 그건 과연 발전이라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인류는 진보하지 않는다는 마광수의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인간론

마광수 (지은이) 지음
책마루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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