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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달 펴냄

경계성 인격장애와 우울증을 오래 겪었다는 고백, 불운하고 불행했던 가정사며 성장과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일찍 결혼했다 일찍 이혼을 한 과거, 좋아하는 음식도 편하게 먹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된 건강, 제 어머니에 대해 '엄마만 없다면' 하고 수없이 되뇌었다던 애증의 감정 등이 여러 글 가운데 반복하여 등장한다.

보통이라면 꽁꽁 감추고 싶었을 이야기들을 바깥으로 꺼내어 바라보는 일련의 과정이 저자에게 치유며 안식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글이란 그렇게 타인이 해주지 못하는 위로를 전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느 하나의 주제로 묶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글이 나오지만 특별히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다. 친구와 사랑과 관계 같은 것들이다. 책에는 거듭하여 관계맺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대목들이 등장한다. 저와 생각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 동류라는 동질의 행복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간절히 찾는 듯 보이는 그의 태도가 간절하게 느껴져서 애처롭다.

<보통의 존재>가 보여주는 이석원은 한없이 보통의 존재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특별하게 느껴진다. 누구는 그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누구는 내가 그렇듯 그와는 도대체 단 하나의 공통점도 찾아볼 수 없다고 놀라움을 표할지도 모른다.

취향, 가치관, 태도, 기질이며 성격까지 나와 이토록 다르다는 안도가 든다.
2024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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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감독 이은혜와 마주 앉은 일이 있다. 그는 영화제가 끝나면 곧 출국할 예정이라 했는데, 한국에선 결혼을 할 수가 없는 때문이라 했다. 동성 간 결혼을 한국은 막고, 미국은 허용한단 이야기. 그러고보면 몇년 전 그런 뉴스를 접한 것도 같았다.

2015년 미국 연방 대법원 결정으로 50개 주 모두에서 합법화된 동성결혼 이야기를 나는 저기 케냐 북부 자연보호구역에서 기린 개체수가 급감한다는 사실처럼 여겼다. 그건 내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테니까. 그러나 가까운 이들마저, 존중하고 존경하는 이들까지도 동성애에 혐오를 감추지 않으니 나는 이것이 더는 내 문제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혐오가 인간을 잠식하는 비결이 무지와 무관심, 쫄보근성에 있단 걸 알기에 나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기로 했다.

레즈비언도 산부인과도 관심 없는 내게 이 또한 사람과 병원의 이야기란 걸 알게 해줬다. 여기까지.

레즈비언의 산부인과

이은해 지음
이프북스 펴냄

1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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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의 일기장을 구했대도 이따위로 써놨다면 고이 덮으리. 나의 사랑이 부족하다 힐난한다면 그 사랑마저 반납하리. 책장을 건너 사랑을 이루기엔 내 인내심이 턱없이 박약하니.

당대 사교계가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가를 들춘다. 문제는 독자로 하여금 그 의미없음을 모자란 인물의 관점에 갇혀 동행토록 한다는 것. 전권에 걸쳐 독자는 이 덜떨어진 놈이 후회하는 일생을 그 시야에 갇힌 채 함께 걸어야 한다. 오로지 가석방 없는 12년 형을 받고 비좁은 감방 2인실에 경멸하는 인간과 함께 갇혔다 만기출소한 이만이 나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나이 먹어 시든 여자와 타고 나길 못난 여자를 향한, 또 멍청해 재미 없는 남자와 성공 못해 돈 없는 남자에 대한 모욕적 묘사가 많다. 찾아가 한 따까리 하고 싶은데 일방적으로 들어야 한다. 심지어 품위 있는 척 쓰는 꼴은 참아내질 못하겠다.

드디어 디뎠다. 문학의 바닥을.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1~1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펴냄

2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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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간 9편의 영화를 내놓고 은퇴한 벨라 타르다. 타르의 세계를 구성한 작품들은 슬로우시네마의 거장이란 평가와 함께 다른 누구와도 구별되는 독자적인 영화세계를 구축했다. <사탄탱고>는 <토리노의 말>과 함께 타르의 대표작으로 거론되며, 그 지루함과 난해함에 있어 악명이 자자한 작품. 러닝타임 내내 졸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시네필임이 검증된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실린 글은 벨라 타르의 특징들, 이를테면 롱 쇼트의 적극적 활용, 시간과 날씨를 그대로 반영하는 선택, 관객의 의식을 프레임 바깥으로 확장케 하는 연출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영화를 찍는다는 행위가 벨라 타르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짐작케 하고, 그가 그를 어떻게 감당했는지를 확인하도록 한다. 그리하여 벨라 타르가 영화예술계, 나아가 관객에게 어떤 가치를 갖는지를 사유하게끔 이끈다. 한국 유일 벨라 타르, 또 <사탄 탱고>의 입문서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사탄탱고

정태수 외 4명 지음
코프키노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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