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오로지 소비에서 끝나지 않는단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더 많은 소비를 위하여 우리는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 더 많은 생산에서 끝나지 않고 더 많이 폐기해야 한다. 그리하여 합리적 소비를 막기 위한 온갖 술수가 동원된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 경제규모의 확장이 인류를 구원하리란 믿음이 곳곳에서 깨져나간다. 자본주의의 실패 또한 수습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에너지 수급과 쓰레기 처리,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문제를 인류는 감당치 못하고 있다. 문학이 자리를 틀고 앉아 매일 하던 이야기만 반복한대서야 세상과 유리된 오락과 구분할 수 없는 일이다. 문학이 인간의 사상과 예술, 지성의 정수로써 작가와 독자를 잇는 창이라면, 이런 작품이야말로 기꺼이 제 역할을 모색하는 책이라 할 것이다.
실린 작품의 착상이며 구성, 완성도에 일부 아쉬움이 있지만, 적어도 근래 한국 문학 가운데 흔치 않은 시도란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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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아끼는 이들이 파리를 가면 반드시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카페. 레 뒤 마고, 카페 드 플로르, 르 프로코프, 르 돔, 본 프랑케트, 르 타부 같은 곳들. 그저 카페인 것 만이 아니다. 가게마다 유명한 작가들, 이를테면 샤르트르와 보부아르, 카뮈, 콕토, 랭보, 헤밍웨이, 카파와 브레송, 피카소와 모딜리아니 같은 이들과 얽힌 사연이 한가득이다. 이곳을 찾는 건 예술과 역사, 낭만과 아름다움을 만나는 일이다.
책은 한반도, 특히 모던 열풍이 일던 1920년대 이후 십수년 간 이 땅에서도 명사들이 카페를 찾아 교유하고 작품을 빚던 시기가 있었단 걸 알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굴곡진 역사는 저기 파리처럼 우리의 공간을 지켜내지 못했고, 그나마 남은 건물들마저 지켜내지 못했음을 일깨운다. 그마저도 이를 기억하는 이가 없다. 이 얼마나 빡치고 쪽팔린 일인가 말이다.
개화기 한국 커피역사 이야기
김시현, 윤여태 (지은이) 지음
피아리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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