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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선녀님 (여기는 한남동, 수상한 거래가 시작됩니다)의 표지 이미지

중고나라 선녀님

허태연 지음
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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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이거 200켤레는 파셔야 되겠네. 가만있어 봐. 물건 다 어디 있어요? 내가 사드릴게.”
“네?”
뜻밖의 말에 놀랐는지 50대 남자는 한 걸음 물러섰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여사를 바라보았다. 싱긋 웃으며 선여휘 여사는 한 걸음 다가섰다.
“내가 아는 사람이 건설회사를 운영하는데, 이런 작업화를 쓰거든요. 사주라면 자줄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어디... 사모님이세요?”
남자가 물어왔다. 선여휘 여사는 웃으며 손사래 쳤다.
“어때요? 파실 거죠? 물건을 가지러 어디로 가면 될까?”
고개를 숙이고 남자는 고민하는 눈치였다. 손가락을 꼽아보면서 뭔가를 중얼대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이런 건, 순리에 맞지 않잖아요.”
“순리?”
여사는 의아해 고개를 갸울였다. 남자가 단호히 고갯짓했다.
“네, 순리요. 동료들도 다 이리 고생하는데.... 창고에서 저 혼자 신발을 쑥 빼 나가면 허탈할 겁니다. 조바심도 날 테고요. 못 할 짓이에요.”
“하지만 200켤레를 언제 다 팔겠어요, 안 그래요?”
선여휘 여사가 되물었다. 융통성 없는 태도가 무척이나 답답했다. 그래도 남자는 머리를 흔들었다.
“한 번에 두 세 켤레씩 사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더러는 살 만한 사람을 소개해 주기도 해요. 서너 달이면 팔릴 겁니다.”
‘원, 그렇게 해서 어떻게 식솔들을 먹여 살리나, 답답한 사내야!’ 여사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 쉬었다. 그 마음 안다는 듯이 남자가 설핏 웃었다.
“순리에 어긋나지 않게 살라고, 어릴 때 부모님한테 못이 박이게 들었습니다. 물론 저라고 왜 욕심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살아보니까 그렇더만요. 어쩌다 욕심 내 분에 넘치는 것을 얻으면, 훗날 꼭 나쁜 일이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길거리에 돈이 떨어져 있어도, 100원짜리 한 닢도 거저는 안 줍습니다.”
“아니, 월급 대신 받은 신발을 파는 일인데 그게 어떻게 공돈을 얻는 건가요?”
여사가 따져 물어도 남자의 심지는 굳건했다.
“그게.... 너무 갑작스럽거든요. 저같이 머리가 나쁜 사람한테는 갑작스러운 행운만큼 겁나는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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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uayt

“그래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어차피 나는 주위에서 고립되었을 거고, 호소오가 소년원에서 나오면 다시 사귀었을 테니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야.”
요리코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사토코가 말했다.
“결국 인간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다는 건 불가능해.”

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북플라자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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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알까? 나는 여전히 그곳에 가.
하루도 빠짐 없이.

여전히 나는

다비드 칼리 지음
오후의소묘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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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uayt

“다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야. 그러니 남 탓도 할 수 없고.”
“그래도 ‘성취하려던 뜻을 단 한 번의 실패 때문에 저버리면 안 된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 애는 가끔 요상한 말을 입에 올린다.
“격언이요. 어렸을 때부터 격언을 무지 좋아해서 뭔가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모조리 적어두는 습관이 있거든요. 물론 경우에 안 맞는 격언을 인용해서 여기 마스터한테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많지만. 방금 그건 셰익스피어.....였나? 아무튼 한 번 실수했다고 그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잖아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새로 시작하면 된다고요.”
“새로 시작하다니, 무리야.”
“단칼에 잘라버리네.”
아야코가 웃었다. 표정이 수시로 바뀐다.
“그래도 저는 그런 생각이 항상 들더라고요. 뭔가 삐걱거리고 잘 안되는 일이 있을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그런 실패도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고, 게다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귀찮은 것도 많지만 막 기대되고 설레기도 하잖아요.”
“긍정적이네.”
“유일한 장점이죠. 3년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 넋이 나간 애처럼 지냈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군.”
커피잔은 내려다보면서 내가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사나에는 대단한 딸은 둔 모양이다.
“네. 그러니까 아저씨나 저나 너무 열심히는 말고, 적당히 열심히 살아요. ‘세상은 아름답다.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이건 미국의 대작가인 헤밍웨이의 말이에요.”
그녀는 그런 격언을 내뱉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였다.

기적을 내리는 트릉카 다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문예춘추사 펴냄

읽었어요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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