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 팔로우
나의 사주명리 (언젠가 한번은 자신의 힘으로  사주를 풀어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안내)의 표지 이미지

나의 사주명리

현묘 지음
날(도서출판) 펴냄

궁금했다. 운명을 재단하는 사주명리 이론이 어떻게 태어났고, 과학의 전성기 한 편에 살아남은 비결이 말이다. 사주명리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그 합부를 판단키 위하여 나는 개중 잘 쓰였다는 이 책을 집어 읽었다.

천체의 움직임으로 시간을 이해하는 만세력에서 10간12지의 60갑자를 추출하고, 여기에 음양과 오행을 더하여 그 성격을 규정한다. 그 반복성 위에 인간을 맞물리게 함으로써 성향과 길흉을 점칠 수 있다는 게 사주명리의 사고다. 그러나 책은 그 체계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천간지지에 따른 특성을 나열하고, 상생과 상극, 십신 따위를 읽는 방법을 적을 뿐이다. 그러니 이때 태어나면 왜 이러한지, 그 왜를 알고자 하는 이에겐 쓸모 없는 책일 밖에 없다. 천체가 60년을 주기로 동일 순환하지 않음을, 설사 그에 가깝게 운행한다 봐주어도 그것이 태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따져보는 건 이들에겐 무용한 일인가보다.
2024년 6월 9일
0

김성호님의 다른 게시물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조숙은 불행한 아이의 방어기제다. 두터운 외피를 갑주처럼 두르는 일이다. 판단할 수 없는 걸 판단하고 감내할 수 없는 걸 감내하려 힘을 다해 쌓은 벽이다. 오늘의 생존과 내일의 생장을 바꾸는 것이다. 성벽 바깥, 찬란한 미래를.

<새의 선물>은 성장담이 아니다. 차라리 그 반대다. 생엔 의미가 있고 사랑은 아름답다 말하는 이와 소설 속 진희는 대척점에 있다. 기대하지 않음으로 실망하지도 않는 것이 열둘, 또 서른여덟 진희의 생존법이다. 열둘 진희가 외가를 제 집으로 여길 때쯤 아버지는 찾아온다. 서른 여덟 진희는 여전히 사랑을 믿지 않는다. 구태여 처음과 끝에 불유쾌한 연애를 둔 것도 마찬가지. 성벽 바깥, 그러니까 생이란 늘 악의적이니.

나는 반대한다. 기대 않고 실망도 않기보다 기대하고 실망하는 편이 낫다고 여긴다. 그러나 정말로 그러한가. 그 또한 확신할 수 없는 건 나 역시 생에는 이면이 있다고 믿고 있는 탓이다. 진희처럼.

새의 선물

은희경 지음
문학동네 펴냄

5시간 전
0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다큐멘터리 감독 이은혜와 마주 앉은 일이 있다. 그는 영화제가 끝나면 곧 출국할 예정이라 했는데, 한국에선 결혼을 할 수가 없는 때문이라 했다. 동성 간 결혼을 한국은 막고, 미국은 허용한단 이야기. 그러고보면 몇년 전 그런 뉴스를 접한 것도 같았다.

2015년 미국 연방 대법원 결정으로 50개 주 모두에서 합법화된 동성결혼 이야기를 나는 저기 케냐 북부 자연보호구역에서 기린 개체수가 급감한다는 사실처럼 여겼다. 그건 내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테니까. 그러나 가까운 이들마저, 존중하고 존경하는 이들까지도 동성애에 혐오를 감추지 않으니 나는 이것이 더는 내 문제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혐오가 인간을 잠식하는 비결이 무지와 무관심, 쫄보근성에 있단 걸 알기에 나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기로 했다.

레즈비언도 산부인과도 관심 없는 내게 이 또한 사람과 병원의 이야기란 걸 알게 해줬다. 여기까지.

레즈비언의 산부인과

이은해 지음
이프북스 펴냄

2주 전
0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짝사랑의 일기장을 구했대도 이따위로 써놨다면 고이 덮으리. 나의 사랑이 부족하다 힐난한다면 그 사랑마저 반납하리. 책장을 건너 사랑을 이루기엔 내 인내심이 턱없이 박약하니.

당대 사교계가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가를 들춘다. 문제는 독자로 하여금 그 의미없음을 모자란 인물의 관점에 갇혀 동행토록 한다는 것. 전권에 걸쳐 독자는 이 덜떨어진 놈이 후회하는 일생을 그 시야에 갇힌 채 함께 걸어야 한다. 오로지 가석방 없는 12년 형을 받고 비좁은 감방 2인실에 경멸하는 인간과 함께 갇혔다 만기출소한 이만이 나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나이 먹어 시든 여자와 타고 나길 못난 여자를 향한, 또 멍청해 재미 없는 남자와 성공 못해 돈 없는 남자에 대한 모욕적 묘사가 많다. 찾아가 한 따까리 하고 싶은데 일방적으로 들어야 한다. 심지어 품위 있는 척 쓰는 꼴은 참아내질 못하겠다.

드디어 디뎠다. 문학의 바닥을.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1~1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펴냄

2주 전
0

김성호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