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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 윙

레베카 야로스 지음
북폴리오 펴냄

눈물이 확 고였지만 눈을 깜박여서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냥 오빠 일기장이야.” 나는 책장을 휙휙 넘겨보면서 거짓말을 했다. 오빠가 쓴 말들을 훑어보려니 익살스럽고 빈정거리는 말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마치 바로 옆에 오빠가 서서 모든 위험을 윙크와 웃음으로 덧칠하는 것 같았다. 젠장, 오빠가 보고싶었다. “5년 전에 죽었거든.”


사실 살아가는 '일과'에 여유가 없을 때 제일 먼저 줄이는 책이 “판타지소설”과 “로맨스 소설”이 아닐까 싶다. 재밌기로 따지자면 “범죄소설”과 맞먹을 만큼의 강력함이지만, 그 재미의 크기만큼 풍덩 빠져버리기에 일부러 피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포스윙』은 도저히 읽지않을 수없어서 잠을 줄이기로 했다. 다크서클을 주렁주렁 달고도 포기하지 못한 책, 『포스윙』.

사실 『포스윙』은 아마존에서 정말 오래도록 1위를 독차지하고 있었기에 한국에 오기도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책.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가 하는 의문은 내가 책을 읽자마자 해소되었다. 아마존 올해의 책, <뉴욕타임스>55주 연속1위, 영미권 베스트셀러 석권이라는 타이틀답게, 새로운 대형 팬덤의 시작을 알린 치명적으로 매력적인 세계를 그러내는 책이다.

막상 책을 받아들고는 너무 두꺼워 깜짝 놀랐지만, 100페이지도 채 읽기 전에 이런 두께로 2권, 3권 쌓아놓아도 『포스윙』을 읽었으리란 걸 깨달았다. 나 역시 해외팬들이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단숨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5권으로 구성되어 집필중이라고 한다. 맙소사, 감사합니다.) 역사학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역사가라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지만, 아버지의 죽음이후 뜻하지 않던 일을 강요받는다. 어머니로 인해 언니나 오빠처럼 드래곤라이더의 길을 걷게 되는 바이올렛. 탈락은 곧 죽음인 무시무시한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기위해 노력하는 바이올렛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내내 눈을 떼기 어려웠고, 감정이입하게 했다.

어머니로 인해 바이올렛이 더 어려움을 겪는 점 역시 『포스윙』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 요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바이올렛의 어머니 때문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어떻게 바이올렛을 고운 눈으로 바라본단 말인가. 그런 과정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유기적이었고, 긴박함을 만들어내기도 하여 『포스윙』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처음엔 약체였지만, 드래곤라이더라는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포스윙』을 단순한 판타지소설을 넘어 감력한 팬덤을 만들게 한다. 이미 영상화가 확정될만큼 탄탄한 스토리를 갖고 있기에 묵직한 『포스윙』임에도 점점 사라지는 페이지를 아쉬워하게 되더라. 아마 누구라도 『포스윙』을 만난다면 수많은 매력에서 쉬이 헤어나지; 못하게 될 터. 정말 서사와 흡입력, 주제의 신선함- 그 어떤 하나도 빠지지 않은 책이다.

판타지라는 흥미진진함에 서스펜스와 로맨스, 마법까지 만날 수 있는 경계없는 장르, 거기에 성장과 노력, 애정과 드래곤까지 꾹꾹 눌러담아 완벽한 스토리텔링을 담은 『포스윙』. 아마도 한동안은 전세계에서 이런 은빛 팬덤이 쉬이 사라지지는 않겠구나 생각해보며, 무더운 여름 에어컨 아래에 읽을 가장 좋은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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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르셀로나’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바르셀로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가우디성당, 열정적인 축구, 감성넘치는 그라시아, 짙은 초코, 다양한 박물관 등 문화예술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이제는 이 열정적인 이미지 위에 한층 더 열정적이고 예술적이었던 그림책, 『보물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도 함께 떠오를 것 같다.

『보물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는 감각적인 후즈갓테일 출판사의 신간 그림책으로 미겔 팡의 개성넘치는 글과 그림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색감과 익살넘치는 일러스트가 가득한 그림책이다.

신기하게도 『보물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의 주인공은 문어! (우리 아이는 축구 때문에 문어이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아무튼 우리의 주인공은 칠대양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해적 흐물렁으로, 위대한 보물사냥꾼인 흐물렁이 배를 타고 숨겨진 보물을 찾아나서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우연히 폭풍우에 휩쓸려 바르셀로나라는 도시 해변으로 가게 되며 보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우리 꼬마도 흐물렁을 따라 바르셀로나 여기저기를 탐방하며 그림책을 읽는다. 미술관도 가고, 축구장도 가며 숨겨진 보물을 찾는 사이, 바르셀로나의 이곳저곳을 구경해보기도 하고 진짜 바르셀로나의 보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직접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보물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의 색감 자체가 보물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된 역사와 문화, 예술을 감상하며 그 곳에 숨은 이야기들을 한껏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상은 아이도 다르지 않았는지, “각 페이지마다 이야기가 숨어있는 책”이라고 표현하더라.

책 자체가 감동적인 그림책이 있고, 책이 이야기하는 것보다 직접 느끼는 것이 많은 그림책이 있다. 『보물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는 아마 후자에 가까울 것 같다. 화려한 색감과 익살넘치는 스토리안에서 우리는 재미 뿐 아니라, 바르셀로나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진짜 보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니 말이다. 또 이 책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도 숨어있는 진짜 보물이 무엇인지 이야기해볼 기회가 되기도 하고.

아이들과 세계의 아름다움, 진짜 보물에 대해 이야기나눌 수 있는 그림책, 『보물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였다.

보물 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

미겔 팡 지음
후즈갓마이테일 펴냄

17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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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 부부가 헤어진 것이지, 부모가 헤어진 게 아니다. 자식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게 부모라면 남남이 된 부부라도 그 진심에는 변함이 없다. 자식을 위해 쇼인도 부부를 못 할까, 재혼이 두려울까. 자식이 아프지 않을 수만 있다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게 부모이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P.153)

나와 동갑, 그녀의 첫 번째 책이 출간될 즈음 연을 맺은 뒤 이미 몇 년째 서로의 SNS로 소통하는 작가님이었고, 나 역시 기다리던 그녀의 다음 책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육아가 끝나면 각자의 집으로 간다.』를 읽는 나의 속도는 꽤 더뎠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 혼사가 두려웠냐고? 아니다. 그녀의 글에서 발견하게 될 내 모습이 두려웠다. 『우리는 육아가 끝나면 각자의 집으로 간다.』의 첫 장에서부터 우리 집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미칠 것 같은 속을 다독이며 아이를 위해 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날의 서운함은 무거운 돌덩이가 되었고, 이후 사소한 일이 생길 때마다 작은 돌덩이가 차곡차곡 쌓였다. (P.57)”, “혼자가 아님에도 혼자일 때보다 더 아프고 버거운데, 정말 별일이 아닐까. 누구는 이런 살에 지쳐서 죽기도 한다는데 이건 죽고 사는 문제에 속하지 않는 걸까(P.58)”

나도 모르게 코를 훌쩍이고 있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그때의 그녀에게 “이혼은 그냥, 더는 사랑하지 않게 된 사람들이 하는 거야. 특별한 누가 아니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말은 그때의 나에게도 해주고 싶었다. 불행을 피한 것인지 행복을 내쫓은 것인지 답답하다는 그녀의 마음이, 그때의 나 같아서 자꾸 훌쩍거려졌다. 이 훌쩍임의 소리가 변한 건 몇 장 채 넘기지도 않아서였다. 내가 이혼을 결심하지 못했던 이유가 고스란히 담긴 그녀의 문장들 앞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울어버렸다. 그녀가 오래도록 속앓이한 끝에 얻어낸 결론, “부모의 이혼에 남겨진 책임은 부재한 부모의 자리를 그리움으로 두지 않는 것이다. 이혼과 상관없이 부모 그대로 아이 곁에 있는 것이다. (P.122)”는 말에 마음에 파도가 일었다. 나에겐 이혼사유가 부족했던 것인지 용기가 부족했던 것인지 모르지만, 부모의 자리를 그리움으로 두지 않을 자신이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육아가 끝나면 각자의 집으로 간다.』를 읽으며 초반에는 “내가 이혼하지 못한 이유”를 찾았고, 중반에 다다랐을 때는 마치 그것이 엄청난 모험이라도 되는 것처럼 용기가 '부족'한 나를 탓하려 했다. 그러나 “대지가 비옥하지 않은 엄마는 '너희도 참아'라며 무책임한 악다구니로 아이들을 아프게 한다(P.178)는 문장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를 위해 미워하기를 멈추기로 해놓고, 어느새 야금야금 서로를 향한 미움을 꺼내고 있었다. 미움을 멈추기로 했던 그 시점으로 돌아가, 내 결심에 책임지는 어른스러움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녀의 문장 위에 내 마음을 얹어보고서야 그걸 깨닫는 부족한 사람이다. 그녀가 애써 얻은 깨달음을, 슬쩍 얻어가는 염치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는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약이 된다면 얼마든지” 하며 자신이 지나온 시간들을 바싹 말려, 달콤쌉쌀해진 경험으로 나누어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이미 스스로를 다독이는 힘을 얻었으니, 누군가를 안아줄 여유도 생겼으리라. 나도 어느새 아팠던 시간을 딛고, 이혼하고 싶다고 우는 후배의 등을 도닥이는 사람이 되어 있다.

『우리는 육아가 끝나면 각자의 집으로 간다.』를 다 읽고 난 지금- 진짜 용기는 이혼이나 인내, 그 무엇도 아닌 스스로 선택한 것에 책임지는 것에 무게를 두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 했던가. 그 무거운 시간을 견뎌낸 그녀에게 이제 행복과 빛으로 가득한 왕관만이 가득하기를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해본다.

우리는 육아가 끝나면 각자 집으로 간다

글짱 지음
담다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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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순 작가의 신간, 『바람골을 찾아서』는 사실 아이보다 내가 읽고싶은 마음이 커서 만낙 되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판타지 동화이기도 하지만, 전쟁 피해자의 상흔과 전쟁이 남기는 것들에 대해 잘 조명하고 있고, 회복 방향성을 고민하기 때문에 전쟁을 직접 겪은 우리나라에는 꼭 필요한 동화라고 생각했기 때문.

『바람골을 찾아서』에서 현준이는 할아버지의 보물을 찾아 바람골로 향한다. 그저 할아버지의 보물을 찾기만 하면 할아버지가 더 이상 아프지 않으리라는 기대로 시작한 모험이었으나 우연히 현준은 과거를 경험하게 된다. 어딘가 낯익은 새 형과 자꾸만 싸우게 되는 더벅머리 아이를 비롯한 이상한 사람들이 가득하고 총성이 오가는 바람골. 설상가상으로 졸지에 함께 도망자가 된 현준은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전쟁의 슬픔과 할아버지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물론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저 상상 속의 일이고, 우리 세대에게도 ‘과거’로만 느껴지는 오랜 일이지만, 『바람골을 찾아서』을 통해서 만나는 전쟁의 상흔은 전쟁이 남기는 아픔과 현실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사실 아이는 『바람골을 찾아서』를 읽기 전까지, 전쟁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지는 못했던 것 같긴 하다. 하긴 아이가 만나는 전쟁은 독립기념관, 호국기념관 등에서 만날 뿐이니 특정 감정을 느끼기는 어려웠을 듯. 그러나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 오래도록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모습 등에서 전쟁이 우리에게 남기는 상흔이 얼마나 큰지를 느끼고 많이 슬퍼했다. “누구에게” 좋은 거라서 전쟁을 한 건지 묻는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내 마음도 복잡해졌고.

『바람골을 찾아서』는 어쩌면 우리의 그 모든 땅 이야기고, 그 시절을 겪은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바로 “오늘”의 이야기다. 그래서 『바람골을 찾아서』는 모두에게 읽혀졌으면 좋겠다. 전쟁이 남기는 것들에 대해 적어도 우리는 기억하고, 해결할 마음을 먹어야하니까.

멀게만 느껴지던 전쟁은 『바람골을 찾아서』 덕분에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깨달았다.

바람골을 찾아서

김송순 지음
샘터사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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